여전히 빛나는 샤이니 SHINee 종현이에게✨
고맙다는 말 꼭 전하고 싶었어
내게 해줬던 그 말 돌려주고 싶었어
저녁 메뉴를 고르고 있었다.
그땐 주 52시간 근무제니, 자율 출퇴근제니, 뭐니 그런 거 없을 때라 프로젝트 오픈과 연마감 작업이 맞물려 매일 야근이었다. 심통이 났었다. 구내식당 밥보다 맛있는 걸 먹고 싶어 친구들에게 메신저를 보냈다. 분명 따뜻한 날은 아니었다. 지하 아케이드에서 멕시칸 푸드를 포장했었다.
유난히 알람이 많이 울렸다. 월요일 오후의 식당가는 의외로 붐벼서 음식을 받고 나서야 밀린 연락을 확인했다. 전부 이상한 거짓말뿐이었다. 기자 친구에게 톡을 보냈다. 아직 퇴근 전인지 바로 답장이 왔다. 아무 맛도 나지 않는 저녁 말고는 아무것도 실감 나지 않았다.
그날, 푸른밤이 만든 우주가 있다. 아직 봄이 오기까지는 꽤나 남아 있는, 하지만 전혀 춥지 않은 따뜻한 겨울에 시간이 더디게 흐르는 우주가 있다. 나는 12월이 오면 그 우주에 조금 더 머문다.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다. 덕질도 마찬가지다. 혼자 해도 좋은 덕질은 같이하면 더 좋다. 덕후의 경험으로 '샤이니(SHINee)' 덕질은 아무리 못해도 1000배 정도 더 그랬다.
2016년 9월 샤이니의 다섯 번째 콘서트에서 샤이니를 처음 만났다. 그때 나는 샤이니의 팬, '샤이니월드'라 하기엔 응원법 하나 할 줄 몰랐고, 아이돌 응원봉 중에서도 발광력으로 요즘 더 유명해진 펄아쿠아그린의 샤이니 응원봉 하나 없었다. 그냥 퇴근하고 칭구랑 샤이니 콘서트에 왔다는 것만 해도 좋았다.
샤이니로 3시간 반을 가가가-득 채운 세트리스트에 좋아하는 노래가 없을 수 없었다. 음원을 삼킨 듯한 샤이니의 라이브 퍼포먼스는 마치 빛과 시간을 삼키는 블랙홀처럼 내 마음도 삼키고 콘서트 러닝 타임도 삼켜버렸다. 정신 차려보니 자정 막 지난 새벽이라 막차 이슈로 바로 집에 가야 했었다.
첫 샤이니 콘서트의 감동과 여운이 남아 칭구와 다른 날 뒤풀이를 했다. 샤이니는 등장하지 않는 노래방 1열에서 샤이니 콘서트를 재연하는 것은 우리의 콘서트 루틴이다. 아무리 밥을 단디 챙겨 먹어도 다섯이서 부른 노래를 둘이 채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샤이니는 매번 목이 다 쉬어도 좋았다.
하지만 나는 이 노래를 예전처럼 즐겁게 부르지 못한다. 새로 나온 샤이니 노래도 당연히 라이킷. 나에게 안 좋은 적이 없지만, 언제나 그리운 목소리가 있다. 프리코러스와 브릿지 파트에, 클라이맥스와 애드리브에 치고 나오던 목소리가 있었다.
그날 많은 연락을 받았다. 내가 받은 만큼의 셀 수 없는 다정함을 돌려주고 싶었다. 우울에 대해 알아봤다. 감히 나도 누군가의 항상 찾아갈 수 있는 곳에서 편히 기대 쉴 어깨를 내어줄 수 있도록.
흔히들 마음의 감기라고 하는 우울은 가볍게 앓고 낫기 때문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쉽게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란다. 또 다른 말로는 '블랙 독(Black Dog)'으로도 불리는데, 윈스턴 처칠이 평생 자신을 따라다닌 우울증에 검둥개라는 별명을 붙여 부르며 널리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알수록 속이 상했다. 까맣고 작은 별루를 데리고 왔을 때, 어머니 허락받고 'I have a black dog' 까만 타투를 했을 때, 네가 마냥 귀엽고 멋지다고 생각했던 내가 아직까지도 너무 별로다.
네가 준 것이 참 많았는데 그 안에 병도 있고 약도 있었나 보다. 나는 이렇게 고장 난 속을 또 너로 고친다. 작년에 개봉한 샤이니 데뷔 15주년 영화 속의 모습도, 샤이니의 여섯 번째 콘서트 앙콜콘에서 등장한 실루엣조차 반갑다. 병이라면 병일 테지만, 이렇게라도 다시 보니 좋았다.
나처럼 푸른밤에 머무는 사람들이 많나 보다. 이제는 사라진 곳도 있고, 여전한 곳도 있고, 새로 채워진 곳도 있다. 올해 종현이의 서른다섯 번째 생일에는 영상회가 열렸고, 내년에는 샤이니 종현 솔로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사진 전시회(링크)도 열린다고 한다.
지난여름에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근처에 여전히 남아있는 샤이니숲(위치)에 다녀왔다. 초록비가 내리던 곳은 이제 완연히 겨울일 테다. 누가 언제 걸고 간 것인지 알 수 없는 민트색 리본이 있었다. 아마 어떤 마음으로 걸었는지는 더 알 수 없을 거다.
지금은 다들 성수동 '광야(KWANGYA)'로 걸어가 버렸지만, 삼성역 6번 출구에 코엑스 아티움 앞에는 샤이니 핸드프린팅(▼)이 있다. 유난히 반질거리는 손자국을 보니, 다들 손 한 번 더 잡아주고 싶었나 보다. 너 하나 없는 거 말곤 착실하게 사시사철 바뀌며 제법 멀쩡한 세상이 나에겐 오히려 더 거짓말 같다.
올해가 벌써 종현이의 7주기다. 이런 기념일을 세게 될 줄은 몰랐다. 언젠가는 회색빛 세상에서 아주 꽤 빛이 나던 너와 함께한 날보다 너를 그리워할 날이 더 많아지겠지. 따뜻한 겨울 같은 너에게 참 많은 용기와 위로를 받았다. 올겨울에 감기가 든다면 네가 없는 탓이고, 많이 춥지 않다면 그것도 네 탓이다.
보고 싶다.
늘 하던 말이 올해는 좀 길어졌다. 다 같이 보는 곳이라 내가 유난 좀 떨었다. 구질구질한 마음을 빼고 화질구지의 사진을 넣느라 시간도 좀 걸렸다. 결국 나온 것이 이런 투정과 생색뿐일지도 너는 받아줬을 것 같다. 나도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다. 덕분에 내 세상은 좀 더 따뜻했고, 좀 더 빛났다.
안녕 나의 빛, 나의 겨울, 마이 샤이니 월드✨
다시 만나면 보고 싶었다고 웃으며 인사해 줘.
p.s. 내일도 쉬러 와요. 저도 쉬러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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