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서리는 언제 뾰족해졌을까.
나는 가장자리들을 자꾸 만져본다.
내게도 뾰족한 곳이 있나 싶어서,
살갗 위로 닿는지 모를 미세한 바람의 흐름까지 더듬어본다.
벽지의 끝, 종이의 가장자리, 책상 모퉁이.
그곳에 생긴 틈, 나뭇결을 따라 생긴 날카로운 선.
모든 게 견딜 수 없는 경계처럼 느껴진다.
손끝이 닿자마자 쓸리고, 멈춰 서자마자 찔리는.
모서리들은 스스로를 뾰족하게 만든 것일까,
아니면 시간이 지나며 마모되어 본래의 둥근 곳을 잃어버린 것일까.
내 몸을 따라 가장자리가 있다면,
그곳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살의 끝인가, 뼈의 시작인가,
혹은 기억과 잊음 사이, 감정과 무감 사이의 얇은 칼날.
어느 날, 벽에 손을 댄다.
차가운 콘크리트 위로 손바닥을 펼치며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이 자리가
끝인지, 시작인지 묻는다.
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대신 공기의 움직임이 손바닥을 스친다.
그 순간, 모든 끝이 연결되어 있음을 안다.
모서리는 뾰족하지만, 결국 다른 평면으로 이어진다.
나의 뾰족함도, 그의 뾰족함도 결국
어떤 가장자리에서 만나 하나의 틈을 이룰 것이다.
그 틈은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구멍일 수도,
새로운 것이 스며드는 입구일 수도 있다.
나는 입술을 가져가 숨을 불어넣는다.
아무런 냄새도, 아무런 맛도 없는 공기가
어딘가로 흐르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뾰족한 가장자리로 태어나
서로의 모서리를 닳게 하는 존재들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서로를 부딪치고, 문질러서
결국 둥글어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둥글어진다는 건
그 자체로 완벽한 것일까.
나는 아직도 내 뾰족함을
어떤 상처로, 어떤 증거로 남기고 싶다.
내가 기억되고 싶어서.
내 가장자리가 만져지길 바라면서.
그러나 동시에
그곳에서 아픔이 시작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모서리를 지나치던 손끝에 피가 맺힌다.
그 붉은 점을 오래 바라본다.
거기엔 내 모든 가장자리의 흔적이 담겨 있다.
그리고 또다시 손을 뻗는다.
가장자리에서 가장자리로,
다른 모서리를 찾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