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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소니아 Feb 15. 2024

나 자신을 만나러 가는 여행

일본 여행 1일차(2024.01.15.월)

 I. 여행 계기

    1. 살아온 삶

 나의 20대 초반의 여정은 끝이 났다. 2월 23일이면 대학을 공식적으로 졸업하고 동월 26일에는 내가 꿈꾸던 새로운 4년제 군대로 떠난다. 내가 봐왔던 주위의 어른들 그리고 대중매체에서 묘사되는 대학생활은 젊음의 전성기로 매일 술마시러 다니고 놀러다니고 그렇게 추억을 쌓는 시기였다. 하지만 나의 대학생활은 국제적으로 큰 문제였던 'Coivd-19'로 인해 20~21세까지 즉, 대학의 유흥 황금기인 1,2학년을 모두 비대면으로 보냈다. '그럼 더 놀 수 있고 좋은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을 할 수도 있겠다. 글쎄.. 나는 1학년 때는 쿠팡, 술집, 횟집 알바를 하면서 대외활동을 하고 시간을 겨우 짬내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고 2학년 때부터는 버거킹 새벽근무(1년9개월함)하며 대외활동 및 학업을 이어갔다. 나는 이 시기에 알바도 안하면서 놀기만 하는 친구들이 조금은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3학년이 되고 대면수업을 하고 나서도 편도 2시간 통학에 공강 하루가 있더라도 하루 8시간 주3일 버거킹 새벽근무를 했다. 이때는 대신 대외활동은 정지했다. 그래서 축제때 가끔 친한 동기들과 술 한잔하거나 방학때 다같이 놀러가는 등 대학에서 소중한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4학년이 되고나서는 1년 9개월간 정든 버거킹을 떠나고 대규모 학원에서 행정조교를 6개월 간했다.


    2. 개인의 삶과 꿈

 그러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이였던 친구와 둘이 만나서 술 한잔할 때 그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너는 주민영의 삶보다 꿈이 먼저인가?'라는 질문이였다. 나는 쉽게 답을 하지 못했다. 나에 대해 돌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4학년 2학기가 시작할 때를 맞춰 8월 말에 학원을 퇴사했고 운동하며 학교를 다니며 남는 시간에는 자기 개발 및 인생에 대한 검토를 진행했다. 쉽게 답이 나오지는 않았다. 지나가면서 들은 말이지만 인간의 본성은 낯선 곳에서 사회적 가면이 벗어질때 나타난다고 했다. 나는 비교적 안전한 일본에서 19일간 관광지가 아닌 외국인이 별로 없는 곳에서 지내며 내 사회적 가면이 벗어진 나의 모습과 마주하고 그동안 살아온 인생을 검토하고 일본인의 일상에 녹아들어가 일본인과 한국인의 일상차이, 그리고 그들에게서 배울 점이 있는지에 대해 찾아보기 위해 일본으로 떠나기로 했다.


II. 일본으로 가는 길

  1. 준비

   통상적으로 해외여행이나 국내여행 모두 여행을 잡아도 2박3일부터 4박5일을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내가 주변에 19일을 일본에 있겠다고 했을 때 주변인 모두가 경악했다. 우리 아버지도 나에게 '너무 오래있는거 아니야?'라고 할 정도였다. 그래도 내 생각은 변함 없었다.  왜냐하면, 나의 여행 목적 중 크게 차지 하는 부분 중 하나가 일본인의 일상에 녹아들어가는 것이였기 때문에 일상에 녹아들기 위해서는 19일도 적으면 적었지 많다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본으로 가기 2일전까지도 나는 일상 루틴 그대로 아침 복싱-점심-공부-약속가기or귀가 후 공부를 진행했다. 요즘 젊은이들이 SNS에서 MBTI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것으로 확인이 된다. 나도 ESTJ와 ESFJ가 왔다갔다하는 편이다. 내 지인들도 내가 E와 J인 것은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만큼 나는 계획을 아예 안세우더라도 러프하게는 잡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J라는 정체성을 내려두고 한번 P의 정체성을 넣어보았다. 그렇다고 너무 즉흥은 아니였고 내가 신경을 쓴건 비행기 시간, 신칸센 시간, 호텔 체크인 체크아웃 시간이였다. 내가 보통 여행을 다닐 때는 X일 차에는 A,B,C,D 중 어느 순서대로 갈지 정해놓는 편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본인의 일상생활에 녹아들기'가 큰 목적이였기에 내 발이 가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챙길 것도 중요하게 챙길 것은 없었다. 그냥 옷들하고 스프레이, 왁스, 콘센트, 보조배터리, 여권,닥터지 크림, 클렌징폼, 노트, 필기구, 갤럭시탭이 다였다.


  2. 공항

    (1) 김포공항

 출국 당일에도 덤덤하게 공항으로 향했다. 내가 예매할 때 후쿠오카로 가는 비행기편이 김포공항에서는 비싸게 해서 직항으로 가거나 싸게 해서 김해공항을 경유해서 가는 것이였기에 인천공항에서 직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예매했다. 내 캐리어가 25인치라 버스탑승이 불가하기에 택시를 타고 김포공항에서 내린 뒤, 공항철도를 타기로 하고 그렇게 행했다. 왜냐하면 우리 집에서 김포공항까지 택시비가 1만2천~1만5천정도가 나오기 때문에 편안하게 한번에 가는데 이정도 요금이면 괜찮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공항철도를 탑승했는데 내 옆에는 40대로 추정되는 일본인 여성 두분이 앉아있었다. 내가 일본에 마지막으로 간 것이 2020년 1월쯤이였는데 그 당시까지만 해도 일본인들은 지하철에서 절대 말하면 안된다는 불문율이 있다고 들었었다. 내가 일본으로 출국전 공부하던 일본어 책에서도 대중교통 문화 부분에서도 그렇게 적혀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아주 말이 많았다. 일본 지하철이 아닌 한국 지하철이라 불문율이 통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2) 인천공항

 인천 공항에서 내려서 로밍할 유심칩을 받고 입국 수속을 밟았다. 온라인체크인을 하고 종이티켓을 받을 수 있는줄 알았는데 되지 않았다. 일단, 내 캐리어를 맡겨야 하니 티웨이의 창구로 가서 캐리어를 맡기며 지상직 승무원 분들께 말씀드렸다. 그 당시에 남,녀 직원분이 계셨다. 여성 직원분은 수습 직원으로 보였고 남성 직원분이 사수로 보였다. 남성 직원분께 사정을 설명드리자 '그럼 온라인 체크인을 취소하고 종이 티켓으로 발권해드리겠습니다.'라고 해주시며 도와주셨다. 정말 감동적이였다. 그 후 나는 국제선으로 들어가기 위해 절차를 거쳤다. 근데 여기서 대참사가 났다. 내가 일본에서 쓰기 위해 구매한 스프레이가 300ml라 기내 반입이 금지였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한번도 안쓴 스프레이를 바로 폐기해야만 했다.. 그 후 국제선 탑승게이트인 101번을 찾아가 1시간 정도 대기를 하고 비행기에 탑승을 했다. 비행기는 15시 35분에 출발해야하는데 기내 방송으로 이륙을 위한 서류가 아직 도착하지 않아 지연되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거의 16시쯤에 이륙을 했고 후쿠오카에 도착을 했나 싶었는데 후쿠오카 공항에 지금 비행기가 많아서 상공을 돌아다니다가 상황이 되면 들어간다고 했다. 그렇게 18시 20분 쯤 착륙을 했다. 그리고 입국서류를 작성해야했다. 일본에서의 거주지를 적어야했는데 아직 유심칩을 꽂지 않고 로밍을 하지않은 상태라 데이터 폭탄을 맞아야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최대한 빠르게 내 숙소를 찾고 적어서 제출했다.


  (3) 후쿠오카

 공항에서 교토행 신칸센 열차 티켓을 받고 유심칩을 바꿔껴 로밍을 했다. 그 후, 숙소로 가려했으나 캐리어 끌고 지하철역까지 20분 걸어가기 싫어서 경험 겸 편리를 위해 택시를 탑승했다. 구글 지도 상으로는 2천엔 정도 나온다고하여 탑승했으나 내가 간과한 것이 있다. 바로 '퇴근 시간'이라는 것.. 일단 탑승을 하고 숙소 앞까지 갔다. 3천엔 정도가 나와서 정말 눈물을 쏟을 뻔 했으나 경험이라 생각하고 넘겼다.


3. 헤이와다이 호텔 아라토

 내가 예약한 숙소는 오호리 공원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헤이와다이 호텔 아라토'이다. 리얼 로컬이라 그런지 주택가였고 카운터에도 남성분 한분 밖에 없었다. 일본어 데뷔 전이라 생각하고 '요야쿠 데시타.','와따시노 나마에와 주민영 데스.','고노와 와따스노 패스포-토'를 시전했다. 그렇게 절차를 거치고 마지막 한발 '슈쿠하쿠히와 이꾸라데스까(숙박비는 얼마입니까?)'를 시전하고 스무스하게 끝날 줄 알았으나 직원 분이 나에게 ~~~~드라이~~~~라고 하셔서 직감적으로 '아 이정도의 로컬 숙소면 드라이기도 빌려야해서 드라이기 있냐고 물어보는건가?'라고 판단하고 '와따시노 드라이가 아리마센(저의 드라이기는 없습니다.'를 시전했다. 그러자 직원 분은 듣더니 한 보따리를 주셨고 그 보따리를 열어보니 드라이기가 있었다. 나의 직감이 맞았던 것이다. 그렇게 무난하게 내 방으로 갔다. 방이 정말 리얼로컬이라 호텔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방이 망치하나면 부술 수 있을 정도였다. 방 내부도 딱 잠자고 씻는 것에는 문제가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나는 만족했다. 왜냐하면 숙소에서는 정말 잠자고 씻기만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숙소 도착 시간이 거의 19시였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짐을 풀고 근처를 산책하는 것 뿐이였다. 그래서 한바퀴 돌고 숙소로 돌아와서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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