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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소니아 Feb 15. 2024

타국에서 처음 맞아보는 눈

일본여행 10일차(2024.01.24.수)

I. 기상

 일어났는데 오늘따라 장어덮밥이 너무 먹고 싶어졌다. 하지만, 주변에는 장어덮밥을 판매하는 집이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하다 야구장을 먼저 간 후에 그 근처에 있는 요시노야에 가서 장어덮밥을 먹기로 결정했다.


II. 탐험

 1. 와카사스타디움교토(わかさスタジアム京都)

 구글 맵에 '야구장'으로 검색 했을 때 등장한 곳이였다. 지하철로 12분 거리여서 걸어가려고 했으나 생각보다 칼바람이 불고 추워서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한큐 교토선을 타고 니시쿄고쿠 역에서 내리고 5분 정도 걸어가자 야구장으로 보이는 형상이 보였다. 이곳을 둘러보니 인천의 SSG랜더스 필드처럼 다른 경기장도 함께 있었다. 이 야구장은 시설이 좀 낙후 되어 있었다. 일본에서 야구의 위상을 생각해보면 야구 경기장을 낙후된 상태로 방치할 일이 없는데 왜 이러지에 대한 의문이 들어 조사를 해봤다. 조사를 해보니 1930년에 교토 최초의 운동공원으로 정비가 시작되고 1932년에 야구장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1군 경기를 안한지 10년이 다 되어 가다 보니 고교야구, 대학야구, 사회인야구의 경기장으로 종종 사용한다고 했다. 프로 1군의 경기가 아닌 아마추어 야구의 경기장이 이정도 수준이면 상당히 좋은 편에 속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이해가 됐다. 한 편에서는 작게 설치된 농구장에서 한 청년이 혼자서 농구 연습을 하고 있고 산책로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산책하는 모습이였다. 상당히 보기 좋았다. 나도 건강하고 성실하게 산 뒤 노년에는 집걱정, 굶을 걱정 없이 동네 사람들과 허물없이 산책하며 담소 나누면서 남은 여생을 보내고 싶다.


  2. 장어덮밥

 슬슬 배고파 지기 시작해서 요시노야를 검색하고 그 방향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면서 니시쿄고쿠 나카마치라는 동을 지나갔다. 이곳도 교토의 특성처럼 현대적인 건축 구조물인 멘션들 그리고 과거부터 쭉 내려온 목조건물들이 섞여있었다. 중간중간에 있는 상점들도 상당히 일본풍의 상점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었다. 쭉 걸어 요시노야 니시쿄고쿠시치조점에 도착했다. 들어가려했으나 이곳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나마 가까운 2km떨어진 요시노야 한큐 사아인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의 요시노야는 내 후쿠오카 숙소 근처에 있던 요시노야와 시스템이 약간 달랐다. 역 바로 옆에 있어서 그런지 내부가 좁기도 했고 들어가자마자 직원분이 자리를 지정해서 안내해주셨다. 그리고 주방과의 거리도 상당히 가까웠다. 신선한 경험이였다. 앉아서 장어덮밥을 먹으면서 교토대학으로 가는 길에 대해 조사를 했다. 다 먹고 나서는 사이인역으로 내려가 이코카 카드를 충전하고 구글맵에서 가리킨 버스 정류장으로 가 버스를 탑승하고 교토대학에 내렸다.


 3. 교토대학(京都大学)

 버스를 타고 40분 정도 갔다. 버스에서 내리니 하늘은 흐려졌고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는 몰랐다. 눈이 엄청내리고 추워지리라고는.. 내가 갔던 교토대학의 입구 중 한 곳은 교토대학 박물관이 있었다. 그곳을 통해 도서관을 먼저갔고 그 후 발이 이끄는 대로 탐방을 시작했다. 우연치않게 화장실이 급해서 화장실을 들어갔는데 나오면서 보니 그 건물이 법과대학 건물이였다. 법학과 출신으로서 상당히 반가웠다. 그 후 다시 탐방을 하다가 대학본부로 추정되는 곳을 거쳐 정문으로 추정되는 입구로 왔다. 그곳에서 대학 글씨와 본부가 같이 보이게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어느 청년이 나에게 사진좀 찍어달라고 부탁하여 다양한 각도로 각각 4장씩 찍어줬다. 좋은 경험이였다.


 4. 눈을 뚫는 행군

 교토대학 탐방을 끝낸 뒤 전에 내가 갔던 백화점에서 살만한 기념품이 있는지 다시 가기 위해 걸어갔다. 3.7km의 거리였다. 걸어가던 중 눈이 점점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이정도는 괜찮았다. 하지만, 눈이 점점 많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강풍이 역풍으로도 계속 불어왔다. 입은 옷은 눈에 계속 맞으면서 축축해지고 무거워지기 시작하면서 찬 바람은 계속 역풍으로 불고 있어 추워졌다. 걸어가면서 도시샤 대학과 교토고쇼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 길을 꽤 오래걸었다. 걸어가면서 중간중간에 버스 정거장이 있어서 계속 고민이 되었다. 그래도 일단 포기하지 않고 걷기로 했다. 그렇게 20분 정도 걷자 몸의 온도가 계속 떨어지고 얼굴에는 계속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손도 주머니에 넣어도 뻣뻣해져서 속도가 나지 않았다. 결국 호리카와이마데가와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숙소 근처 따뜻한 카페에 가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몸을 녹이기로 결정했다. 역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떤 할아버지께서 교토역으로 가는 길에 대해 여쭤보셨다. 내가 최대한 해석했으나 할아버지께서도 내가 이해를 못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지 당황하셨다. 그래서 내가 무안함을 덜해주기 위해 한국인이라고 답해드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아주머니께서 나서서 할아버지께 설명해주셨다. 대충 내용을 들어보니 아주머니께서도 교토역에 가시는데 자기랑 같은거 타면 된다는 내용이였다.


III. 색다른 경험

  교토대학과 버스 정류장에서 현지 일본인들이 나에게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일본어로 부탁 혹은 질문한 것을 보니 약간 '나도 일본인들의 일상에 들어온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했다. 아니면 일본인들 눈에 나 똑같은 동양인이라 일본인처럼 보였던 것일수도 있겠다. 오늘 이후로 식당,호텔,카페를 제외하고 일본인들과 대화를 나눌 일이 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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