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 17일차(2024.01.31.수)
어제 숙소의 조식을 봤을 때, 거의 대부분이 야채였기에 오늘도 그럴 것 같아서 어제 밤 숙소에 돌아오기 전 편의점에 들려 크림빵과 모찌롤 케익을 구매했다. 고기 반찬이 많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을 갖고 식당으로 내려왔으나 아니나 다를까 어제와 같았다. 그래서 나도 어제와 같이 계란, 가라아게,빵만 배식받고 식사를 했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와서 어제 밤에 구매한 빵들을 먹었다.
숙소에서 일본여행하며 정말 많이 본 서점들에서 항상 메인코너, 스포츠코너에 가운데 오타니 옆에 위치하고 있던 한신 타이거즈의 야구장인 고시엔구장을 향해 가기 위해 길을 한번 더 검색했다. 내 숙소에서 도톤보리를 가로질러 긴테쓰닛폰바시역에서 긴테쓰 나라선, 미도스지선, 센니치마에선 셋 중 하나를 타면 됐다. 길을 확인하고 긴테쓰닛폰바시역으로 걸어갔다.
보통 도톤보리라고 하면 한국인들은 강과 마라토너의 전광판, 그리고 항상 다리 위에서 사진 찍는 관광객들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막상 도톤보리에서 조금만 나오면 여러 고급 호텔들도 있긴하지만 호스트바와 좀 으스스한 길들이 꽤있다. 그래도 일본 오사카하면 떠올리는 관광지하면 여기서 헤코지를 당할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 생각이 오늘 깨졌다.
11시 30분쯤 도톤보리 진입을 눈앞에 앞둔 상태에서 골목도 아니였고 그냥 그런 길에 고급 호텔들도 있던 장소였는데 이상하게 길가에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 키가 대략 180초반으로 보이고 덩치도 있는 누가봐도 노숙자로 보이는 사람이 나에게 달려와서 일본어로 엄청 말을 하면서 무릎을 꿇고 나에게 빌었다. 나는 이 사람이 구걸꾼이라고 바로 판단을 내리고 지나가려고 했으나, 이 사람이 헝그리,헝그리하면서 계속 빌었다. 그러다 이 사람을 다시 관찰해보니 주머니에 묵직한 손잡이가 있는 것을 발견했고 나는 고민했다. 여기서 도망치다가 잡혀서 싸울 경우의 승산에 대한 고민이였다. 일단 체급차이부터가 나보다 3체급 정도 높고 흉기를 갖고 있고 무엇보다 잃을 것 없는 노숙자였기에 그냥 밥사주고 헤어지는 것이 가장 낫다는 판단을 했다. 또 생각을 해보면 이 사람도 젊었을 때는 나처럼 미래를 달려나가는 사람이였을 것이고 어떠한 이유로 인해 노숙을 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니 동정심이 들기도 했다.
이 사람을 데리고 근처 편의점에가서 먹을 것을 고르라했다. 이 사람은 도시락과 오렌지주스, 담배를 골랐다. 금액은 1,200엔 정도 나왔다. (담배는 빼주지;;) 그렇게 편의점에서 나올 때부터 계속 고개를 숙이며 아리가또, 아리가또, 싼큐(땡큐의 일본식 발음)를 계속 나에게 말했다.
그러다 헤어지기 직전 편의점 앞에서 나에게 일본어로 또 뭐라했는데 대충 들렸던 단어, 그리고 현재의 상황을 미루어 짐작해봤을때, 일본에 언제까지 있냐는 말이였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쿄우가 마데다.' 오늘까지다. 라고 말을 했다. 그러자 이 사람은 아.. 하다가 갑자기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청하는 것 같아서 나도 악수를 받아줬다. 악수를 하다가 갑자기 나를 잡아당기길래 순간적으로 나도 '아 나도 이렇게 칼맞고 죽는구나.'라고 생각을 했으나 나를 안아주면서 양손으로 등을 토닥여주면서 '토테모.. 아리가또 아리가또..'라고 했다. 기습 포옹이 끝나고 서로 손을 흔들며 헤어지기전에 나는 '간바레'하면서 어퍼컷을 날리며 훈훈하게 헤어졌다.
그 후, 걸어서 긴테쓰닛폰바시역에 도착해서 센니치마에선을 타고 노다한신역에서 내려 노다역에서 한신 본선으로 환승하고 고시엔역에 도착했다. 고시엔역 서쪽 출구로 나오자마자 한신 타이거즈의 팀스토어 건물 2개가 바로 눈 앞에 보였다. 2개 중 한 곳은 편의점 로손이지만 로손에 간단한 한신 타이거즈의 굿즈를 팔아서 외벽에 한신 타이거즈로고가 붙어 있는 것 같다. 그 뒤에 있는 한신타이거즈 팀스토어는 열려있었으나 리뉴얼 중이라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앞으로 쭉 걸어가 한신고시엔구장에 도착했다.
고시엔구장은 느낌이 약간 교토의 도시샤대학에서 본 것처럼 근대시대 풍의 느낌이였다. 경기장 외벽이 벽돌들로 이루어져있기도 했다.
그리고 한바퀴 돌면서 바닥에서 감동적인 느낌을 받았다. 이 바닥에는 스포츠 명언, 선수들의 기록, 선수들의 명언들이 벽돌에 새겨져있었다. 한신고시엔구장은 1924년 8월에 개장하여 곧 100주년을 맞이한다. 어떻게 보면 이 바닥에 새겨져있는 것들 자체가 이 한신고시엔구장의 일기이자 역사라고 할 수 있겠다.
38년만에 우승을 차지한 한신타이거즈의 우승 기운을 받아가고자 팀스토어에서 키링이나 모자를 구매하려고 했다. 고시엔구장에 지도상으로 팀스토어가 3개인가 4개 있었다. 정말 운이 없게도 이 팀스토어들 모두가 리뉴얼 중이라 들어가보지 못했다.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안고 한신타이거즈 로고가 붙어있는 로손 편의점에 들어가봤다.
정말 간단한 것들만 팔았다. 그러나 그 중 절반정도가 먹는 것이여서 슬펐다. 딱히 마음에 드는 굿즈도 없었다. 그래서 빨간 볼펜과 파란 볼펜만 사고 나왔다.
고교야구의 전통이 있는 야구장이라 그런지 고시엔 포스터도 붙어있었다. 일본의 고교야구는 한국과 달리 전국적으로도 큰 인기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고등학교 야구부만 4000개 정도가 되고 고교야구인 고시엔의 각 지역예선 준결승전부터 방송에서 중계하고 본선부터는 전 경기를 해준다고 한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모자를 구할 방법이 없나 검색을 해보니 오사카 우메다에 있는 한신백화점 8층에 한신 타이거즈 팀스토어가 있다고해서 한신백화점으로 향했다. 이 우메다에도 백화점들이 모여있었다. 약간 한신백화점은 내가 초등학생 때 닌텐도로 포켓몬스터 디아루가 하던 시절 게임안에서 본 백화점의 느낌이였다. 그렇게 8층까지 올라와보니 정말로 팀스토어가 있었다.
유니폼과 우승 뱃지 등등 여러가지를 팔아서 여기서는 모자를 구매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모자들을 판매하긴 했으나 홈 경기때 쓰는 모자는 없었다.. 원정 경기 때 쓰는 모자이거나 여성들을 위해 만든 디자인 모자들 밖에 없었다. 충격을 받은 점은 이런 일상에서 쓰는 모자가 아닌 타자들이 경기때 쓰는 헬멧을 판매한다는 점이였다. 이 뿐만 아니라, 야구용 양말과 장갑도 판매하였다. 신기하기도 했지만 속으로는 이 홈경기용 헬멧은 팔면서 왜 모자는 없을까..라는 생각했다. 하지만, 한신타이거즈의 일본에서의 인기와 38년만에 우승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품절이 될 법하기에 그려러니했다. 실제로 한쪽에는 품절이라고 붙어있는 스티커들이 꽤 붙어있었다. 빈손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 우승기념 뱃지를 구매했다.
짐 정리 및 잠시 쉴 겸 카페 벨로체에 들려 커피 한잔하면서 한신타이거즈 굿즈들을 정리 좀 하고 책을 읽었다.
마지막 저녁은 내가 좋아하던 장어덮밥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근처에 요시노야가 있어 걸어가서 장어덮밥을 먹었다. 그 후, 일정이 오늘이 마지막이니 내일 쓸 돈을 남겨놓고 기념품을 사기 위해 도톤보리로 향했다. 도톤보리에서 노부나가 투구 퍼즐 조각상이 있어 이 퍼즐과 고급 손톱깎기를 구매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이색적인 장소를 발견했다. Travel cafe라고 적혀있고 안에 외국인들이 많이 있었다. 흘러나오는 EDM에 맞춰 가운데 외국인 바이올리니스트 분이 연주하시는 것이 인상 깊었다.
내일 입고 나갈 옷들을 제외하고 모든 옷들과 기념품들을 내 가방과 캐리어에 분배하여 짐정리 또한 끝냈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낼 생각을 하니 후쿠오카,교토에 있었던 순간들도 머리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