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을 가야겠지만 첫걸음을 띄고 보니
뒤돌아 보니 3년 전 나는 번아웃을 경험했더라. 그때 나는 회계회사 파트너 승진을 앞두고 이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하루하루를 긴장에 살고 있었다. 그 와중 큰 아들이 코로나 후유증으로 1년간 병원과 침대를 왔다 갔다 하고 학교를 거의 다니지 못한 심적으로 여러 가지 복잡했던 기간이었다.
그때 내가 번아웃을 경험하고 있을 때 내 가족들과 친한 친구들은 뭔가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나는 “괜찮아, 이번 한 달만 지나면 돼 “라는 소리를 끊이지 않게 했다 한다.
그런 상태로 1년 정도 지난 후, 2022년 8월, 나는 6개월간의 파트너 승진 과정을 모두 통과하고 드디어 파트너가 되었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날 밤. 내 커리어에 있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어야 하는데 나는 무덤덤하게 잠을 청했고 그 다음날 아침 엄청난 양의 눈물을 쏟아부었다.
그 감정은, 무었을까, 난 이제 어디 더 높은 산을 또 넘어야 하는 걸까. 마치 마라톤 경주를 마치고, 내일이면 또 나에게 더 먼 거리의 마라톤을 뛰어야 할 것이라는 피곤함이 밀려오는 것이라고 할까.
오래전부터 나는 심리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과 영국의 중간에 서있는 나의 인생을 진심 누가 이해해 줄 수 있겠나 하는 마음에 많은 심리치료사분들 “면접”(?)을 봤음에도 실질적으로 치료는 시작한 적이 없다.
지난주, 그것을 바꾸기로 했다. 이제 더 이상 남이 원하는 마라톤은 뛰고 싶지 않다.
첫 번째 상담은 묵직 했다. 이제 하나하나 담담히 풀어가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