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나’로
아침 등원 시간이 다가온다.
어느 때와 같이 옷을 갈아입히고 양말을 신기고, 동글이에게 보조기를 신자고 이야기했다. 누워서 발을 내게 내밀며 동글이가 말한다. "엄마는 보조기 안 신어도 걸을 수 있어?" 생후 12개월부터 매일같이 신어왔던 보조기지만 동글이가 보조기 관련해서 내게 묻는 질문은 39개월이 된 오늘에서야 처음이었다.
그 순간 어떻게 말해줘야 할지 당황했다. 짧은 순간이지만 차분하게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하기로 마음먹고 입을 뗐다. "그럼~ 엄마는 보조기 안 신어도 걸을 수 있고, 어린이집 친구들도 보조기 안 신어도 걸을 수 있잖아. 그런데 동글이만 신어야 해서 궁금하지?" 내 말을 듣고 있던 동글이는 말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발목을 만지며) 동글이는 다리 근육 힘이 약해서 의사 선생님이 보조기 안 신고서 절대 걷지 말라고 했잖아. 기억나? 그래서 그런 거야~ 보조기 신었을 때만 잡고 서고 걸어야 해 “
그러나 동글이는 표정의 변화도, 어떠한 말도 없었기에 몇 마디 말을 더 붙였다.
”우리 운동 놀이 갔을 때 형아도 보조기 신은 거 봤지? 이렇게 보조기를 신어야지만 걸을 수 있는 사람들도 있어~"
궁금함이 가득한 얼굴로 내 이야기를 듣던 동글이가 이제야 반응한다. 운동 놀이(치료실)에서 보조기를 신은 형아 이야기를 꺼냈을 때서야 '아하 응!' 이런 느낌으로 이해한 듯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생각지도 못한 동글이의 질문에 당황했고, 미리 준비하지 못한 답변이었지만 아이의 표정을 보니 그래도 꽤 잘 설명한 것 같아 안도감이 들었다.
실제로 최근 재활의학과 진료 때 교수님께서 보조기 없이 절대 걷지 말라고 동글이에게 설명한 적이 있었고, 매주 가는 치료실에서도 그 시간에 동글이와 똑같이 양쪽 발목 보조기를 착용한 초등학생 형아를 마주치고 있었기에 동글이가 내 설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은 부모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서부터 시작한다.
나는 동글이가 다리는 불편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뭐 어때~'라는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실제로 나는 동글이를 바라보면서 이 정도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마음과 함께 수 없이 넘어져도 다 괜찮다는 마음으로 아이를 대하고 있다.
아무것도 잡지 않고 걷고 싶어 하는 동글이를, 자꾸만 넘어지고 부딪히는 동글이를 안쓰럽게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 속상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도 있는 건 사실이지만 어떠한 감정과 생각을 담지 않은 채 그냥 그 모습 그대로를 바라본다. 동글이가 자기 자신을 안쓰럽게 여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해, 한 해, 조금씩 더 커가면서 동글이는 자기 자신에 대해 궁금할 테고, 때로는 불만과 슬픔, 속상함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아동기, 청소년기를 지나겠지 싶다. 그럴 때마다 난 오늘처럼 질환으로 발생하는 증상들은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고, 그로 인해 아이가 느끼는 감정들도 있는 그대로 함께 느끼며 동글이의 마음을 잘 담아내려 한다. 그러다 보면 동글이도 다리가 불편하지만 그런 자기 모습을 덤덤히 받아들이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