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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기록] 미운 네살이 아니라

20241130 - 20241224

by 마음 닻





24년 11월 30일 D+1196



남편이 둘째 젖병을 열탕소독한다고 물을 가스레인지에 올려두었다. 그러다 갑자기 화장실이 급하다며 그 앞을 떠나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둘째 분유 수유를 하던 중이었는데, 혼잣말로 그럼 불을 좀 끄고 가지! 라고 중얼거렸더니 옆에서 놀던 동글이가 하는 말.



“(우렁찬 목소리로) 아빠!!! 엄마 힘들게 왜 가스레인지를 안 끄고 갔어~!!”




동글이는 든든한 내 편이었구나! 를 느낀 순간!








24년 12월 20일 D+1216



배변 훈련시기가 된 요즘 동글이의 최대 관심사는 엉덩이다. 엄마는 따라 들어오지 말라며 방 안으로 들어가서 한 참을 나오지 않길래 몰래 들어가 봤더니!


바지를 벗고 얼굴을 뒤로 돌린 채 자기 엉덩이를 보려 하고 있었다. 엉덩이가 궁금한데 잘 보이지 않아서 엄마 엉덩이 한 번만 보여달라고 하는 동글~


그래서 우린 엉덩이를 주제로 이야기도 나누고, 책도 꺼내 읽었는데 동글이가 갑자기 하는 말.



"아~ 엉덩이가 앞에 있으면 좋겠다!!"










24년 12월 21일 D+1217



동글이가 아빠랑 신나게 타요 자동차를 가지고 주차타워로 놀이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 옆에서 둘째 분유 수유를 하며 놀이하는 모습을 구경하는데, 남편이 자동차 방향을 뒤로 놓은 체 주차타워에 내려보냈다. 그랬더니




"아 진짜. 아빠! 차가 뒤로 가는 거 봤냐?"



이 말을 하는 동글이의 표정과 말투에 남편이랑 진짜 한참을 웃었다.









24년 12월 22일 D+1218



동생이 생겨 아빠 엄마의 사랑을 나눠야 하는 걸 배우고 있는 동글이. 아빠 엄마 둘 중 누군가 한 명은 동생을 안아줘야 하는데 그걸 마음에서 허락하기에도 마음이 바쁠 텐데, 동생을 예뻐라 하고 아껴주는 모습도 종종 관찰된다.


오늘은 동글이가 식탁에 앉아 사과를 먹다가 갑자기 동생을 주겠다고 다가왔다.



"동글아 동생은 아직 이가 없어서 사과는 못 먹어. “


"아니~ 동생은 못 먹으니까 냄새 맡게 해 주려고 그런 거야."


진짜 둘째 코 밑으로 사과를 가져다 댄다.

4세의 생각이 너무 기특하고 재미있다.








24년 12월 23일 D+1219



안아줘도 울음을 그치지 않는 둘째에게

"동생은 어떤 책을 좋아할까?" 라며

책장 앞에서 책을 골라 내 앞으로 가져다준다.









24년 12월 24일 D+1220



내 책상 위에 친구에게 선물 받은 키링이 놓여있었다. 그걸 발견한 동글이는 말없이 가져가 자기 방 문고리에 거는 것!



“동글아 그거 왜 거기 걸어두는 거야?”


“우리 자면 산타할아버지 오잖아. 산타할아버지 이거 보고 예쁘라고~”



산타할아버지를 위해 동글이가 걸어둔 키링










누가 4세 보고 미운 네살이라고 했을까.

동글이를 보고 있으면 이 시기는 미운 네살이 아니라 그저 사랑스러운 네살이다. 요즘 첫째 아이로 인해 많이 웃을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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