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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닻 Feb 21. 2024

마음이 힘들수록 지금 여기, 오늘

“오늘 하루를 잘 보내면 돼.”

# 두 번째 글


 아이의 정확한 병명을 알게 된 후, 우리 부부는 열심히 인터넷을 검색했고 이 분야에서 유명하다는 교수님을 찾아 다시 병원을 예약했다. 당시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창 유행이었던 때라 병원도 마음 놓고 다닐 수 없어 마음을 졸이며 속싸개에 감싸 아이를 안고 다녔다. S병원과 또 다른 S병원의 진료를 보았고, 공통적으로 아기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수술이기에 몸무게를 늘려야 하고 생후 100일은 지나야 재발 확률도 낮으니 우선 좀 더 기다리자고 하셨다.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걱정이 한가득이지만 열심히 아이를 돌보며 다음 진료 날을 기다리는 일뿐이 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누워있는 아기를 바라볼 때 마음도 복잡했지만 평범하게 육아를 하고자 노력했다. 때가 되면 젖병에 분유를 타서 내가 한 번 먹이고, 남편이 한 번 먹이고. 우리 아이도 이 시기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먹고 자고 먹고 자고를 반복하며 시간이 지나가는 만큼 몸무게도 늘어났다. 다만 더 많이, 더 자주 안아주었다. 척추 수술 후에는 척수액이 뇌로 세지 않도록 엎드려 있어야만 한다는 수술 후기를 봤기 때문이다. 아이가 제일 아플 그 순간들에 안아주지 못한다는 게 계속 마음이 쓰였다. 안쓰러운 마음을 감추려 했지만 이 작은 아이를 수술대로 올려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더 많이 안아주었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가도 또 어느 날은 막막하고 마음이 무거워져 눈물이 흘렀다. 같은 병명이지만 인터넷 속 너무 다른 예후들을 보며 수술 전에 발변형이 시작되는 건 아닌지, 나중에 잘 걸을 수는 있는 건지, 도뇨(방광에 도뇨관을 삽입하여 소변을 배출하는 방법)를 하게 되는 건 아닌지, 수술 방법과 수술 시간이 다른 두 병원 중에 우리 부부가 선택한 병원이 과연 최선의 선택이 맞는 건지.. 온갖 생각들이 내 머릿속에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했다. 아이와 남편 앞에서 그런 마음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그럴 때면 잠시 혼자 슈퍼라도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섰다.


 그날은 걸어도 걸어도 마음이 잘 추슬러지지 않아 다시 집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가슴이 답답한 체 눈물만 흐르던 나는 마음을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떠올렸다. 평소 의지하고 지내던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 마음을 나누었고, 그날의 대화로 나는 다시 단단해졌다.



“애기가 너무 예뻐요.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파요. 계속 눈물은 나고 오빠도 힘들 텐데 제가 계속 울 수만도 없고요.”


“어떡하냐 우리 ㅇㅇ이.. 한 번에 소화할 수 없는 일인걸. 괜찮아. 그냥 울고 싶을 땐 울어.”


“얼마나 안 좋을지 예측도 안되고 너무 무서워요.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까요. 저 앞으로 어떻게 살죠..?”


 “어떻게 살긴. 그냥 오늘 하루를 잘 보내면 돼. 내일은 또 내일을 잘 보내고.. 그렇게 하루하루 지내보자.”



 아, 오늘 하루를 잘 보내면 돼.

오늘만 생각하며 지내자는 그때 그 말이 나를 힘이 나게 했다. 그때 알았다.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너무 큰 것이 내게 들이닥쳐 어느새 나는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 압도당해 오늘을 불안 속에서 살고 있다는 걸 말이다. 그리고 너무 마음 아픈 일을 너무 빨리 괜찮아지려고 했던 것도. 내 마음 상태를 헤아리고 나니 그제야 눈물이 멈춰졌다.


 그날 밤 남편에게도 지인과 통화했던 내용을 이야기하며 불쑥불쑥 앞으로의 일들이 걱정되지만 아직 오지 않은 일, 미래에 있을 일들로 지금을 힘든 시간으로 만들지 않기로 했다. 너무 많은 생각들과 걱정들은 오늘을 제대로 살지 못하게 하니까.



 마음이 힘들수록 지금 여기, 오늘

 오늘을 잘 보내자.








마음으로 다가가는 글을 쓰는 이

by 마음 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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