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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JI Aug 30. 2024

제복 입은 사람이 반갑지 않은 이유


Ep1. 우리 가족은 작년 처음으로 이곳 땅을 밟았다. 한국에서 두바이까지 10시간, 두바이에서 아크라까지 8시간 비행기를 탄 우리는 코토카 공항에 도착했을 때 꽤나 지쳐 있었다. 수하물을 찾는 데도 많은 시간을 썼다. 남편은 땀을 흘리며 카트에 짐을 실었다. 출구를 찾아 발을 옮기려는데 제복을 입은 남자가 우리를 막아섰다.

그는 짐을 모두 열어 하나하나 살펴보겠다고 했다. 그 말에 나는 기운이 빠지는 동시에 불쾌함을 느꼈다. 밑도 끝도 없이 8개의 수하물을 모두 뒤지겠다고? 7살, 3살 두 아들은 옆에서 칭얼댔다. 곧 알아챘다. 그가 원하는 것은 현금이었다. 이것이 이 나라 사람과의 첫 만남이었다.


Ep2. 몇 개월 후 어느 주말, 우리는 아크라몰(mall)에 가기로 했다. 남편이 운전했다. 어느 순간 차도 사람도 없는 좁은 길에 들어섰는데,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우리는 초행이었고, 길가에는 안내 표지판이 없었다. 차를 돌려 나오는데 경찰 2명이 우리를 불러 세웠다.

“당신은 월요일에 법원으로 가야 합니다. 가서 재판을 받고 벌금을 2,000세디 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나에게 1,000세디를 내면 그냥 갈 수 있습니다.”

남편은 차에서 내렸다. 멀찍이 가서 경찰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동안 다른 경찰이 차창 사이로 나를 보며 씩 웃었다. 눈을 마주치기 싫어 시선을 돌렸다. 속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Ep3. 지난달 휴가를 다녀오면서 1년 만에 코토카 공항에 내렸다. 어김없이 제복을 입은 남자가 말을 걸었다. 1년 전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뒤를 돌아보았다. 언제부터 걸려 있었는지 모를 안내판이 머쓱해하고 있었다.

우리는 돈을 달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부정부패, 오래된 이야기


내 경험은 귀여운 사례이고, 권력층으로 가면 일은 한층 심각해진다. 가나 건국의 아버지로 국민적인 존경을 받는 은크루마 전 대통령도 공돈 600만 달러를 삼켰다 한다. 부패는 지금도 진행형인 듯하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그들(?)이 막바지 축재에 온힘을 쏟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 있다. 내 눈에까지 드러난 근거는 없지만.


18년 전 로버트 칼데라시는 그의 책 ‘왜 아프리카 원조는 작동하지 않는가’에서 아프리카의 부정부패를 꽤 직설적으로 다루었다. 오래전 글인 데다가 설마 싶은 부분도 있지만, 아직 다른 설명을 찾지 못했다. 그는 아프리카의 문화가 아프리카 특유의 부패를 낳는다고 봤다.   

서양의 개인주의와 대비되는 집단주의 : 집단주의는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층과 그들의 충성스러운 부하 사이를 끈끈하게 이어준다.

가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 : 가족의 압력 때문에 부정부패가 일어난다. 가족이 얼마나 중요한지 저축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저축을 하면 가족이 아닌 미래에 투자하는 배신자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현재를 수용하는 운명론적 태도 : 눈앞의 일을 그대로 받아들여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아프리카,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세계적으로 부정부패가 심각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2021년 부패 인식 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에 따르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평균 점수는 33점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점수이다. 참고로 가나는 43점이다.

(2021 Corruption Perceptions Index reveals a decade… - Transparency.org)


아프리카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불편해하는 사람도 봤다. 사실 부패는 어디에나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최근 우리은행의 부적절한 대출 건이 있었다. 걱정스러운 것은 부패와 빈곤이 서로를 악화시키는 양상이다. 부패는 자원의 비효율적 분배와 경제적 불평등을 불러와 빈곤을 심화시키고, 이는 다시 부패를 촉진한다. 코파일럿이 잘 설명해 주었다.


부패가 빈곤을 초래하는 방식

자원의 낭비 : 부패로 공공 자금이 낭비되면, 교육, 보건, 인프라 등 중요한 사회 서비스에 투자할 자원이 부족해진다. 이는 빈곤을 악화시킨다.

경제적 불평등 : 부패는 소수의 엘리트층이 부를 독점하게 만들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경제적 기회를 잃게 된다. 이는 빈곤을 심화시킨다.

 투자 저해 : 부패가 만연한 국가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를 꺼린다. 이는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일자리 창출을 방해하여 빈곤을 증가시킨다.


빈곤이 부패를 초래하는 방식

생계유지: 빈곤한 환경에서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부패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낮은 임금을 받는 공무원이나 경찰관이 뇌물을 받을 수 있다.

법 집행의 약화: 빈곤한 국가에서는 법 집행 기관이 충분한 자원을 갖추지 못해 부패를 효과적으로 단속하지 못한다. 이는 부패를 더욱 만연하게 만든다.

교육 부족: 빈곤한 환경에서는 교육 수준이 낮아지기 쉽다. 이는 부패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고, 부패를 방지할 수 있는 시민 의식을 약화시킨다.


옳은 일보다 그른 일이 많은 세상


외국인인 내 눈에도 보이는데, 힘없는 시민들은 얼마나 자주 못 볼 꼴을 볼까. 겪어보니 그 앞에서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만난 몇 안 되는 현지 사람들은 모두 정직했다. 나는 그들을 좇아 살 것이다. 내 사고방식도 아프리카 문화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화학선생님 (정양)


중간고사 화학시험은

문항 50개가 전부 OX문제였다

수업시간에 번호순으로 채점결과를 발표하셨다

기다리지도 않은 내 차례가 됐을 때

"아니 이 녀석은 전부 X를 쳤네, 이 세상에는

옳은 일보다 그른 일이 많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제대로 채점하면 60점인데 기분 좋아서 100점"

그러시고는 다음 차례 점수를 매기셨다

모두들 선생님의 장난말인 줄로만 여겼는데

며칠 뒤에 나온 내 성적표에는 화학과목이

정말로 100점으로 적혔다 백발성성한

지금도 그 점수를 믿지 않지만

이 세상에는 세월이 흐를수록 그른 일들이

옳은 일보다 많아지는 것도

나는 아직 믿을 수가 없다


이 시를 그때 읽었더라면(안도현 엮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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