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4~5세기에 데모크리토스는 만물이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원자들이 모여서 서로 다른 물체를 만들어내고, 물체가 분해되면 그 물체를 이루던 원자는 흩어져서 새로운 물체를 이룬다고 했다. 책 “소피의 세계”에서 원자는 레고 조각에 비유되었다. 찰떡같다.
데모크리토스의 ‘레고 조각’ 이론(?)은 현대 물리학자의 발견과 일치한다. 원자는 소멸하지 않고 재배열된다. 김상욱 교수는 내가 못 알아들을 것을 알기라도 한 듯 친절하게 여러 번 말했다. “우리 몸을 이루는 원자는 고양이, 연필, 스마트폰, 태양을 이루는 원자와 완전히 똑같다”라고.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은 문학적 비유가 아니라 과학적 사실이라고.
내가 죽으면 내 몸을 만들었던 원자의 십중팔구는 (우주선의 재료로 쓰이지 않는 한) 지구에서 무언가 다른 것이 될 것이다. 요즘 플라스틱이 넘쳐나고 있으니 그중 몇몇은 플라스틱 비닐이 될 수도 있겠다. 나를 구성하던 원자가 사라지지 않고 다른 것이 된다고 하니, 묘하게 위로가 된다.
우주에서 생명이란 너무나 특이한, (김상욱 교수 표현으로는) 부자연스러운 상태다. 흙, 돌, 바다, 공기는 물론이고 지구, 달, 행성, 태양, 은하 모두 살아있지 않다. 물질이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상태를 우리는 죽어 있다고 부른다. 생명에게 죽음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우주는 너무 커서 내 능력으로는 가늠할 수도 없는데 지금도 팽창하고 있다고 한다. 팽창했다가 다시 수축할지, 계속 팽창할지 과학자들도 모른다. 인간은 지구 밖에서 아직 생명을 찾아내지 못했다.
우주에 대한 이야기는 들을 때마다 새롭고 경이롭다. 죽는 것이 당연한 것이니 내가 보내는 하루는 기적 이상이다. 뜨는 해에 감탄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산다. 일상에 치여 그 마음을 잊으면 그때 다시 우주에 대한 책을 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