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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JI Sep 27. 2024

모모(MoMo)를 아프리카 공통 통화로?

7월 어느 날 흥미를 끄는 신문 기사를 봤다. 가나의 부통령이자 여당의 차기 대선 후보인 바우미아(Bawumia)가 모바일 머니(Mobile Money)를 아프리카의 공통 통화(common currency)로 채택하자고 제안했다. 금융 포용성을 높이고, 경제 활동을 촉진하며, 대륙 간 무역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프리카 대륙의 경제 통합을 촉진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모바일 머니는 흔히 MoMo라 불리는 서비스다. 휴대폰을 사용해서 돈을 저장하고 송금하며 받을 수 있다. 아래는 코파일럿이 짚어준 MoMo의 특징이다.

1. 접근성: 은행 계좌가 없어도 휴대폰만 있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2. 거래: 다른 사람에게 돈을 보내거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등 다양한 거래를 수행할 수 있다.

3. 편리성: 어디서든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

4. 보안: PIN 코드와 기타 보안 조치를 통해 사용자의 돈을 보호한다.


아프리카에서 MoMo는 2000년대 중반에 나타났다. 특히 케냐에서 출시된 M-Pesa 서비스가 큰 주목을 받았다.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도 휴대폰만 있으면 돈을 주고 받을 수 있어, 금융 포용성을 높인 혁신적인 서비스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대다수 한국 사람에게는 은행 서비스가 너무 당연해서 의미가 와닿지 않을 것 같다. 자주 만나는 가나인 두 명에게 은행 계좌를 쓰는지 물었는데 그들의 답은 이랬다.


A(30대 중후반, 기혼남성) : 은행 계좌가 있지만 계좌로 월급을 송금받지 않는다. 잘 쓰지 않는다.

B(20대 중반, 기혼여성) : 은행 계좌가 없다. 목돈을 집에 보관하고 있다. 은행 계좌를 만들 계획은 있다.


내 지인 2명이 가나 인구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2024년 현재 상황이다. 왜 은행 계좌를 쓰지 않을까? 계좌에 돈을 넣으면 이자를 주는 것이 아니라 매달 계좌 유지 수수료를 떼어가기 때문이다. 서민에게는 부담이다. 그래서 은행에 돈이 모이지 않는다. 은행은 예금을 받고 그 돈을 다른 사람에게 대출해 주면서 이윤을 내기보다는 수수료에 의존하게 된다. 금융이 발달하기 더욱 어렵다. MoMo는 이런 사정이 있는 나라들에서 대안이 된 금융 서비스다. 가나 어느 상점을 가든 MoMo로 결제할 수 있다. 과히 혁신적이면서도 성공적인 서비스다.


그렇다면 MoMo가 통화(currency)로 역할을 할 수 있나? 한국의 경제 관료 윤영준은 그의 책 <아프리카, 미필적 고의에 의한 가난>에서 MoMo의 한계를 짚어주었다. MoMo는 은행이 아닌 통신회사에 예치되기 때문에 대출될 수 없는 돈이다. 대출로 돈이 유통되도록 돕지 못한다는 점에서 경제성장에 충분히 기여하지 못한다. 통신회사는 외국계 자본이기 때문에 신용창조에 더욱 한계가 있다.


그 사이 상황이 바뀌었는지, 앞에서 언급한 지인에게 물으니, MoMo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MoMo로 돈을 빌리고 내는 대출이자는 외국계 통신 회사의 이윤이 될 뿐, 가나인의 금융산업과 경제에는 (빌린 돈을 써서 소비가 늘어나는 것 외에는) 변화가 없다.


결론적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이 MoMo로 국경을 넘어 거래를 하면 좋은 점이 물론 있겠지만, ‘공통 통화’라고까지 말할 수준은 아니지 싶다. 그래서 부통령의 아프리카 공통 통화 채택 제안은 정치 수사로 보인다.


MoMo 가판대, 출처 :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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