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신문을 훑어보다가 짧은 기사에 눈이 갔다. 91일 만기 국채 이자율이 24.91%, 182일짜리 국채는 26.84%, 364일짜리는 27.83%라는 것이다. 국채가? 정부가 지급을 약속하는 건데? 사야 하는 것 아닌가? 잠시 생각이 들었지만 바로 정신을 차렸다. 국채라고 다 같은 국채가 아니지.
가나 정부는 2022년 말 채무 불이행을 선언했고 현재 30억 달러 규모의 IMF 구제금융을 받고 있다. 처음이 아니다. 2015년에 받았고, 2009년에도 받았다 1966년부터 7번째다.
코파일럿에게 물어보니 2022년 말 당시 가나 정부의 총부채는 667억 달러가 넘었다. 숫자에 약한 나로서는 감도 없다. GDP의 92.7%에 해당한다고 한다. 작년 대한민국 나랏빚이 GDP의 50%가 넘었다고 크게 화제가 된 걸 보면 상황이 나쁘긴 한 거다.
가나 대통령 나나 아쿠포 아도는 Ghana Beyond Aid를 약속하며 외국의 원조에 의존하지 않겠다 했지만 결국 이렇게 되었다. 우리도 IMF 구제금융으로 큰 고통을 받은 적이 있지만, 가나 국민들은 한두 번도 아니고 반발이 클 수밖에 없겠다.
IMF의 요구는 일반적인 채권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상식적이다. 빚을 갚기 위해서는 수입을 늘리고 지출을 줄여야 한다. 따라서 가나 정부는 세금을 더 걷어야 하고, (빈곤감소 프로그램을 포함해서) 정부 지출은 도려내야 한다.
이에 부응해서 가나 정부는 지난 1월 1일부터 가정용 전기 소비에 부가가치세를 15% 부과하려고 했다. 내가 보기에도 무리였다. 당연히 국민들이 크게 반발했고, 정부는 2024년 2월 7일 시행 중단을 발표했다. 그래서 IMF와 약속한 만큼 재정을 확충하지는 못하고 있다. 가나 정부는 물가가 안정적일 때 (=국민이 덜 고통스러울 때) 이 과세를 다시 추진하려 한다고 IMF에 말했다. 이래서 IMF가 욕을 먹는구나 싶다. 그들은 억울해 하겠지만.
긴축 방침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미래에 지출이 크게 늘어날 수도 있다. 올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이익을 위해 재정 지출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IMF가 걱정한다. 과거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오늘 아침 아이 등굣길에 흘깃 본 여당 대선 후보의 공약 몇 가지가 떠올랐다. 인터넷 데이터 요금 인하, 태양광 발전 확대, 장애인 대상 고등교육 무상 제공이었다. 재정에 어떤 영향을 줄까?
IMF의 자금 수혈로 2024년 가나 경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다. 경제성장률도 예상보다 높고, 물가인상률도 최근 20% 대로 선방(?)하고 있다고. 그러나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2년 27%이던 빈곤선이 2025년 33%까지 오를 거라고 한다. 하루에 2.15달러를 생계에 쓰지 못하는 사람이 인구의 33%를 차지할 거라는 뜻이다. 정부와 IMF는 긴축에도 불구하고 학교 무료급식, 극빈층 현금지원과 같은 취약계층을 위한 지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없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