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어느 날 흥미를 끄는 신문 기사를 봤다. 가나의 부통령이자 여당의 차기 대선 후보인 바우미아(Bawumia)가 모바일 머니(Mobile Money)를 아프리카의 공통 통화(common currency)로 채택하자고 제안했다. 금융 포용성을 높이고, 경제 활동을 촉진하며, 대륙 간 무역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프리카 대륙의 경제 통합을 촉진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모바일 머니는 흔히 MoMo라 불리는 서비스다. 휴대폰을 사용해서 돈을 저장하고 송금하며 받을 수 있다. 아래는 코파일럿이 짚어준 MoMo의 특징이다.
1. 접근성: 은행 계좌가 없어도 휴대폰만 있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2. 거래: 다른 사람에게 돈을 보내거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등 다양한 거래를 수행할 수 있다.
3. 편리성: 어디서든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
4. 보안: PIN 코드와 기타 보안 조치를 통해 사용자의 돈을 보호한다.
아프리카에서 MoMo는 2000년대 중반에 나타났다. 특히 케냐에서 출시된 M-Pesa 서비스가 큰 주목을 받았다.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도 휴대폰만 있으면 돈을 주고 받을 수 있어, 금융 포용성을 높인 혁신적인 서비스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대다수 한국 사람에게는 은행 서비스가 너무 당연해서 의미가 와닿지 않을 것 같다. 자주 만나는 가나인 두 명에게 은행 계좌를 쓰는지 물었는데 그들의 답은 이랬다.
A(30대 중후반, 기혼남성) : 은행 계좌가 있지만 계좌로 월급을 송금받지 않는다. 잘 쓰지 않는다.
B(20대 중반, 기혼여성) : 은행 계좌가 없다. 목돈을 집에 보관하고 있다. 은행 계좌를 만들 계획은 있다.
내 지인 2명이 가나 인구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2024년 현재 상황이다. 왜 은행 계좌를 쓰지 않을까? 계좌에 돈을 넣으면 이자를 주는 것이 아니라 매달 계좌 유지 수수료를 떼어가기 때문이다. 서민에게는 부담이다. 그래서 은행에 돈이 모이지 않는다. 은행은 예금을 받고 그 돈을 다른 사람에게 대출해 주면서 이윤을 내기보다는 수수료에 의존하게 된다. 금융이 발달하기 더욱 어렵다. MoMo는 이런 사정이 있는 나라들에서 대안이 된 금융 서비스다. 가나 어느 상점을 가든 MoMo로 결제할 수 있다. 과히 혁신적이면서도 성공적인 서비스다.
그렇다면 MoMo가 통화(currency)로 역할을 할 수 있나? 한국의 경제 관료 윤영준은 그의 책 <아프리카, 미필적 고의에 의한 가난>에서 MoMo의 한계를 짚어주었다. MoMo는 은행이 아닌 통신회사에 예치되기 때문에 대출될 수 없는 돈이다. 대출로 돈이 유통되도록 돕지 못한다는 점에서 경제성장에 충분히 기여하지 못한다. 통신회사는 외국계 자본이기 때문에 신용창조에 더욱 한계가 있다.
그 사이 상황이 바뀌었는지, 앞에서 언급한 지인에게 물으니, MoMo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MoMo로 돈을 빌리고 내는 대출이자는 외국계 통신 회사의 이윤이 될 뿐, 가나인의 금융산업과 경제에는 (빌린 돈을 써서 소비가 늘어나는 것 외에는) 변화가 없다.
결론적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이 MoMo로 국경을 넘어 거래를 하면 좋은 점이 물론 있겠지만, ‘공통 통화’라고까지 말할 수준은 아니지 싶다. 그래서 부통령의 아프리카 공통 통화 채택 제안은 정치 수사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