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런 편이네요.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대한민국 사람이었다.
성장가도에 있는 민주화된 세상이었다. 생존에 대한 걱정 없이 학교를 마치고 성인이 되었다. 그때도 실업률이 높다 했지만 요즘 같은 상황은 아니었기에 길지 않은 구직기간 끝에 직장인이 될 수 있었다. 전기 끊길 걱정 없이 수돗물이 안전한지 의심할 일 없이 공공 서비스를 이용했다. 해외에 나오니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고, 그게 나라는 개인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나는 BTS 멤버가 누군지 모르고 오징어게임도 안 봤는데. 불닭면도 안 먹어봤다.
그게 뭐 어쨌다고. 그러게. 한때는 내가 사는 삶의 모습 정도는 당연한 건 줄 알았다.
여기서 만난 한 여성은 파출부 일을 하기 위해 매일 2시간, 왕복 4시간 차를 타고 이동한다. 새벽 5시에 집에서 출발해서 오후 5시에 집에 돌아온다. 한국에 가서 일하고 싶어 한다. 작은 노점을 할 목돈을 모을 수 있다면 남편과 아이를 두고 혼자서라도 한국에 갈 수 있다고 말한다. 다른 한 여성은 대학 학비를 벌기 위해 지방에서 상경해 친척집에서 숙식하며 파출부 일을 한다. 십몇 만 원 정도 되는 월급에서 통신비와 생리대 살 돈을 제하고 나머지를 모두 저축한다고 한다. 두 명의 삶을 일반화해서 생각할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젊은 여성들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지 않을까.
지금 내가 살아가는 모습, 여기에 이르기까지 많은 운이 작용했다. 물론 나도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였지만, 주어진 삶의 조건들이 내게 호의적이었기에 이 정도로 산다. 백만장자만, 유명인만 겸손할 일이 아니다. 나도 내게 찾아온 행운을 알아보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