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MJI Dec 19. 2024

운이 좋은 편이세요?

저는 그런 편이네요.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대한민국 사람이었다.

성장가도에 있는 민주화된 세상이었다. 생존에 대한 걱정 없이 학교를 마치고 성인이 되었다. 그때도 실업률이 높다 했지만 요즘 같은 상황은 아니었기에 길지 않은 구직기간 끝에 직장인이 될 수 있었다. 전기 끊길 걱정 없이 수돗물이 안전한지 의심할 일 없이 공공 서비스를 이용했다. 해외에 나오니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고, 그게 나라는 개인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나는 BTS 멤버가 누군지 모르고 오징어게임도 안 봤는데. 불닭면도 안 먹어봤다.


그게 뭐 어쨌다고. 그러게. 한때는 내가 사는 삶의 모습 정도는 당연한 건 줄 알았다.

여기서 만난 한 여성은 파출부 일을 하기 위해 매일 2시간, 왕복 4시간 차를 타고 이동한다. 새벽 5시에 집에서 출발해서 오후 5시에 집에 돌아온다. 한국에 가서 일하고 싶어 한다. 작은 노점을 할 목돈을 모을 수 있다면 남편과 아이를 두고 혼자서라도 한국에 갈 수 있다고 말한다. 다른 한 여성은 대학 학비를 벌기 위해 지방에서 상경해 친척집에서 숙식하며 파출부 일을 한다. 십몇 만 원 정도 되는 월급에서 통신비와 생리대 살 돈을 제하고 나머지를 모두 저축한다고 한다. 두 명의 삶을 일반화해서 생각할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젊은 여성들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지 않을까.


지금 내가 살아가는 모습, 여기에 이르기까지 많은 운이 작용했다. 물론 나도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였지만, 주어진 삶의 조건들이 내게 호의적이었기에 이 정도로 산다. 백만장자만, 유명인만 겸손할 일이 아니다. 나도 내게 찾아온 행운을 알아보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기로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