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활동 현황> 보이지? 거기 들어가면 작년에 개설된 동아리들에 대한 정보가 나와. 아마 창체동아리와 자율동아리 목록과 활동에 대한 설명이 나올 거야.
"창체동아리"는 우리 정식 일과 중 동아리 시간에 이동하여 모이는 그 동아리를 말해. 작년에 있던 동아리가 대부분 올해에도 있겠지만 상황에 따라 있던 동아리가 없어지기도 하고 새로운 동아리가 만들어지기도 하니 이것도 변동 가능. 그러나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거나 미리 자체 선발을 하는 동아리들은 올해도 계속 존속될 거야. 자신의 진로와 연관된 활동을 할 수 있는 좋은 동아리가 있다면 미리 마음속에 정해두면 좋고, 혹시 동네에 아는 선배가 있다면 그 동아리에 대한 정보를 미리 얻을 수 있으면 가장 좋단다.
"자율동아리"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모여 활동하는 동아리야. 만드는 것, 운영하는 것, 동아리 규모, 한 사람이 활동할 수 있는 자율동아리 개수 등은 모두 자율이어서 한때는 학생들이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자신의 희망 전공에 대한 열정과 깊이를 보여주는 좋은 도구였지. 그런데 이게 너무 과열이 되는 바람에 이제는 동아리 이름과 한 문장 정도의 설명밖에는 쓸 수 없게 되면서 그 열기가 식었어. 그래도 꼭 필요하다면 만들 수 있는데 이때도 학기 초에 지도교사를 위촉해야 하고 창체동아리 활동계획서와 사후 결과보고서도 제출해야 하므로 어느 정도 격식은 갖추어야 해.
다시 돌아와 창체동아리에 대해 당부하고 싶은 몇 가지 얘기를 정리해서 좀 해 볼게.
1. 꼭 진로와 관련된 동아리가 아니어도 됨.
사전에 면접 등으로 미리 선발하는 동아리의 선발시험에 떨어지거나 선착순에서 밀리거나 가위바위보에서 지거나, 여러 이유로 원하는 동아리에 못 들어갈 수 있어. 기존의 동아리에 내가 원하는 동아리가 없을 수도 있고. 그럴 때 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자율동아리를 만들거나 새로 창체동아리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는 거야. 자율동아리는 만들기는 쉽지만 활동내용을 충분히 적지 못하고, 창체동아리는 만들기는 힘들지만 만들어 들어갈 수만 있으면 1500바이트를 얻게 되므로 그게 가장 좋겠지?
매년 지도교사 변동이나 여러 다른 이유로 있던 동아리가 없어지거나 새로운 동아리가 생기기도 해. 3월에 개학을 하면 첫 한 두 주 사이에 그런 정리가 되기 때문에 혹시 동아리를 새로 만들고 싶으면 동아리 담당부장선생님께 찾아가 원하는 동아리를 만들어줄 수 있는지 여쭤보면 도와주실 거야. 너무 늦었다고 하시면 내년에 다시 도전해 봐도 되고.
이렇게까지 했지만 결국 실패한다면 기존의 동아리에 들어가야지. 그럼 독서동아리나 사회토론동아리 같은 정체성이 모호한 동아리로 들어가서 그 안에서 네가 하고 싶은 활동을 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고등학교의 동아리는 정말 학생주도로 활동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부원들과 상의를 통해 얼마든지 다른 내용으로 활동을 채워나갈 수 있어. 심지어 영화감상반에 들어가서 과학에 대한 영화를 보고 그걸 기록하면 멋진 과학동아리 활동이 되는 거야. 어떤 친구는 의대 목표였는데 생명과학 동아리에 못 들어가서 3년 내내 체육동아리를 했지만 의대에 잘만 갔다는 전설도 있지.
다른 모든 생기부 영역과 마찬가지로 동아리활동도 무엇을 했느냐와 더불어 어떻게 했느냐도 매우 중요하거든.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팀원들을 설득하여 좋은 활동을 이끌어내면 그것보다 더 좋은 리더십이 없겠지. 꼭 전교회장이나 학급반장을 해야 리더십이 있다고 평가받는 게 아니야. 구체적인 활동내용과 교사평가가 있다면 동아리 안 소그룹 리더를 하더라도 충분히 자신의 리더십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길.
2. 동아리를 구실 삼아 나를 드러내는 게 목표임.
아이들이 착각하는 게 특정 동아리에서 근사한 실험을 한 걸 기록하는 것으로 다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 대학 면접관은 1학년들이 선배들 실험하는 거 구경만 하고 정작 그 실험이 뭔지 이해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경험상 다 알고 있어.
잊지 마. 지금부터 너의 동아리에 무엇이 적히든 그 내용이 3년 후에 면접관의 질문이 될 거야. 이 활동은 어떤 건가요? 여기서 무슨 역할을 했나요? 뭘 배웠나요? 어려움은 없었나요? 어떻게 그 어려움을 극복했나요? 조원들과 갈등은 없었나요? 자신의 역할은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그 동아리 활동은 교과내용과 연관되거나 발전된 내용이 될 테고, 1학년 교과내용이 2학년 동아리활동으로, 동아리 활동이 진로활동으로 발전될 거야. 그래야 하고.
'생기부에 기록하기 위해 학교생활을 한다' 잊지 않았겠지? 1500바이트를 알차게 채우기위한 내실 있고 재미있는 동아리활동이 되길 응원한다.
3. 아나운서가 꿈이면 방송부?
고모가 지난달에 아나운서가 꿈이라서 고등학교에 가면 방송부에 들어가겠다는 친구를 만났거든. 내가 어떻게 반응했게? '너 혹시 과는 신문방송학과 가려는 건 아니지?'더 재밌는 건 그 친구 대답이야. 당연히 그렇다고....ㅋㅋㅋ
대통령이 꿈이라고 정치외교학과 가는 거, 아나운서나 기자가 꿈이라고 신문방송학과에 가는 거(심지어 방송부에 들어가는 거) 이런고정관념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어.
고등학교나 대학교는 직업훈련기관이 아니거든. 대학이 주목하는 건 네가 얼마나 배움과 연구를 받아들이기 위한 '기본'소양을 기르기 위해 준비되어 가는지, 준비되었는지야. 그러므로 동아리활동이 네 전공과 연관되는 것만큼이나 네 공동체의식과 리더십, 그리고 탐구정신이 발휘되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장이 되는 게 더 중요해.
위의 내용과 계속 연결되지만 아나운서가 꿈인 그 아이의 자질을 보여주고 길러주는데 좋은 동아리는 어떤 걸까? 좀 더 생각해 봐야겠지만 한 가지 예로 고모는 그 친구가 환경문제나 난민문제 등에 관심이 많다길래 사회과학토론 동아리 같은 거 찾아보라고 권했어. 대학 학과를 정할 때도 사회학과 같은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지.
솔직히 말하자면 실제로 대학원서를 정할때 여러가지 이유로 처음에 생각한 특정학과가 아닌 다른 학과를 지원해야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거든. 비슷한 학과여도 학교마다 약간 다른 성격을 띌수도 있고. 1학년때 타겟으로 삼았던 희밍 분야가 2, 3학년때 바뀔 수도 있고. 그런때를 대비해서 너무 1학년부터 특정 직업이나 너무 specific한 분야만 연결시키는 건 조금 피해도 좋을 듯.
만만치 않지? 그래서 입학 전에 미리 생각해보았으면 해서 이렇게 얘기해 주는 거야. 1학년 동아리활동 하면서도 계속 다른 동아리들은 뭐 하나 엿보며 필요하면 1년 후에 변화를 주는 것도 생각해 보고. 아니면 2학년 선배가 되었을 때 같은 동아리 안에서 더 흥미로운 연구나 활동을 할 건 없을까 계속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