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옆지기 샘께서 '공부 잘하는 약, 알고보니 마약류. 수능을 앞두고 ADHD 치료제 불법유통 3배 증가'라는 뉴스를 내게 보여주셨다. 이 선생님은 지난 3년간 나와 같은 교무실에서 일하셨고 특별히 더 친밀한 관계의 선생님이셨기 때문에 내가 조슈아를 데리고 정신건강의학과를 가고, ADHD검사를 하고, 약을 먹으며 아이가 변한 이야기를 다 들으셨던 분이다. 조슈아가 먹는 약은 ADHD약이고 그러니 그 약이 마약류인 거 아니냐는 우려로 말씀하셨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아이에게 마약을 먹이는 엄마'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기사를 살펴보아야했다.
'수험생 관련 식의약품 부당광고 및 불법유통 특별점검'에서 적발된 마약류 불법 유통 건수가 지난 해 수능 직전에 비해 3.4배 증가했다는 내용이었다. 적발된 사례 중 대다수는 미국 FDA에서는 승인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마약류로 분류되어 처방할 수 없는 암페타민 계열의 애더럴로 72퍼센트를 차지했고, 나머지는 (우리나라에서 허가된, 마약류는 아닌, 그러나 처방 없이는 복용할 수 없는)콘서타와 페니드로 각각 22퍼센트와 6퍼센트라는 내용이었다. 이 중 콘서타가 조슈아가 먹는 약이다. 그렇다. 우리집에는 ADHD약을 먹는 아이가 있다.
나는 2002년에 결혼해서 미국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아직 아이가 없던 시절, 미스코리아 출신이라시던 멋진 한국 여성분을 만난 적이 있다. 미국인과 결혼해서 중학생 아들도 하나 있고 아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분이셨다. 그 분의 아들이 초등학교 저학년때 산만하다는 이유로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ADHD 검사를 받아보라는 충고를 받고 병원에 가 ADHD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이 나이 때 아이들 중 이만큼 부산스러운 아이들은 늘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성장하면 좋아질 것을 교사가 통제하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무슨 부작용이 있을지 모르는 약을 아이에게 먹여 얌전하게 만들자는 것에 부모로서 동의할 수 없다'고 아버지가 강하게 얘기해서 약을 먹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미국에 살며, 미국사회나 미국학교 시스템을 잘 알지 못해 내 자식 문제임에도 내 소신대로 할 수 없는 핸디캡을 가진 이민자 부모들의 한계에 대해 얘기하다 나온 에피소드였다. 다행히 그 어머니는 강한 소신의 미국인 남편이 당당히 뜻을 밝히고 싸웠으니 학교를 이길 수 있었지, 자기였다면 영어도 짧고, 내 아이가 학교에 민폐를 끼치고 있다는 생각에 죄송스런 이민자 부모로서 싫어도 약을 먹였을 것 아니냐고 하셨다.
사실 그때가 내가 ADHD라는 단어를 처음 들은 날이다. ADHD는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는 부산스러운 아이들이나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아이들을 적당한 선에서 경계지어, 원활하고 수월하게 학교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붙여주는 사회적 질병의 한 이름이라고 느껴졌다. 잘은 모르지만 ADHD 약은 부산스러운 아이들을 멍하게 앉혀두는 안 좋은 약인가보다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경험이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한국에서도 ADHD라는 단어가 심심치않게 들려왔다. 물론 그게 사회적 질병이라는 의견이 여전히 있으나 어쨌든 집중이 어려운 아이들이 호르몬적 불균형에 있는 것은 의학적으로 사실인 듯 했다. 그러나 스펙트럼 어딘가에 선을 그어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도덕적 문제, 나이를 먹으며 자연스럽게 점점 좋아질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았다. 그렇게 슬그머니 나와는 상관없는 단어로 묻혀갈 단어인 줄로만 알았던ADHD라는 이상한 단어를, 어느날 갑자기 다시 만나게 되었다. 매우 당황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