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범진 작가 Apr 26. 2024

후회하는 이유

인생 6

후회하는 이유는 인간이 시간의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죽지 않는다면 후회할 일이 없을 것이다. 남는 것이 시간이라 후회스러운 일을 다시 해서 바로잡으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주어져 있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후회를 하며 산다. 세상에 후회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식당에 가기 전에 무엇을 먹을지 결정한다. 그리고 결정한 음식이 예상한 맛에 들어맞으면 만족하고 그렇지 못하면 실망한다. 미리 정한 음식은 실패할 확률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기대 이상의 새로움을 주지 못한다. 우리는 이미 결정한 음식의 기대치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은 음식을 정하지 않고 새로운 식당에 가려고 한다. 새로운 식당이기에 음식도 새롭고 맛도 가늠하기 어렵다. 모든 것이 새로워서 음식에 대해 실망할 수 있다. 그러나 기대 이상의 희열도 얻을 수 있다. 그 희열은 우리가 정한 음식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얻을 수 없는 감정이다.

인생도 그렇다. 우리가 예상한 기쁨을 얻기 위해 정한 길로만 가면 잠시 행복할 수는 있어도 기대 이상의 무언가를 얻지는 못한다. 반면에 우리가 새로운 길에 도전하면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일 수 있지만 기대 이상의 희열을 얻을 수 있다. 

나는 예전에 한 고깃집에 다닌 적이 있었다. 그 고깃집은 메뉴가 따로 없었다. 그저 그날 들어온 고기가 그날의 메뉴이다. 오늘은 돼지고기의 어느 부위가 들어왔을지 은근히 기대하며 다녔다. 신기하게도 한 번도 고기의 맛에 대해 실망한 적이 없었다. 그 이유는 고기에 매일 새로움이라는 강력한 양념이 더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후회는 새로운 길을 선택한 우리의 도전이었는지도 모른다. 선택한 길의 끝을 이미 알고 있다면 후회할 일도 없을 테니 말이다. 새로운 길이 우리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주지 못했어도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 새로운 길은 우리가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후회하지 않는 방법은 주어진 시간이 유한하기에 어쩔 수 없이 후회를 받아들여야 할 숙명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후회의 숙명을 인정하면 후회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세월이 갈수록 지나온 길과 익숙한 길로만 가려는 내 모습을 본다. 비록 안락해졌을지는 몰라도 무기력해진 내 모습이 보인다. 나이가 자꾸 나를 재미없게 만들어버린다.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재미를 얻을 텐데 자꾸 안락함과 귀찮음 사이에서 저울질만 한다. 

인생은 길고 짧음만 있을 뿐 죽으면 끝이다끝을 향해 조심조심 가든 좌충우돌로 가든 우리는 결국 끝에 다다른다새로운 도전이 후회될지 재미없는 인생이 후회될지는 아무도 모른다어차피 먼 훗날 인생의 끝자락에서 후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작가의 이전글 누구에게나 있는 존재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