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10
인생이 무엇인지 궁금한 이유는 공짜로 얻은 인생이 소중하게 느껴져 의미를 찾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기 것이 소중한 법이다. 자기의 노력으로 얻어진 것이 아닐지라도 자기 것이라면 소중한 것이다. 인생도 그러하다. 그러나 인생이라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한 것이 없으니 인생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살고 있다. 즉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아직 찾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먼저 살다 간 인생의 선배들은 이미 인생의 본질을 정의해 놓았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해 또 다른 인생의 본질이 있다고 믿으며 헤매는지도 모른다.
인생의 본질을 짧은 문장으로 가장 잘 표현한 사람은 쇼펜하우어라고 생각한다. 그는 인생을 욕망과 권태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라고 하였다.
인간은 마음속에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욕망을 억제하지 못해 괴로워한다. 그리고 고통 속에 시간을 쏟아부어 마침내 욕망을 충족시킨다. 그러나 충족 뒤에 밀려오는 달콤한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그래서 허무와 권태가 시작된다. 그러나 인간은 허무와 권태를 견디지 못해 다시 욕망을 몽글몽글 키운다. 그리고 또 욕망과 행복 그리고 허무와 권태를 반복한다. 그러한 반복이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들거나 놀라운 깨달음을 선사하는 것 같지는 않다.
누군가는 이러한 반복이 인류(人類)의 발전에 이바지했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작 그러한 반복을 지속해야 하는 인간은 고통스럽기만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고통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을까?
나는 그 방법이 중용(中庸)을 고수(固守)하는 거로 생각한다. 중용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고 한쪽으로 치우침도 없는 상태라고 쓰여 있다. 그저 그런 보통 사람을 일컫기도 한다.
우리는 엄청난 업적을 이룬 사람을 위대한 인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 그들은 단지 욕망을 채운 사람일지도 모른다. 욕망이 크면 클수록 더 큰 업적을 이루는 것이다. 사람들은 욕망을 채우기 위해 고통과 좌절의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욕망이 달성되는 순간 엄청난 희열을 맛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희열은 다시 허무와 권태로 이어지며 그들을 나락(那落)으로 떨어지게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욕망도 품지 말고 기쁨과 슬픔에도 초연(超然)한 삶을 살면 되는 것 아닐까! 그렇게 살면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그런 삶은 욕망의 기쁨과 권태의 슬픔은 없겠지만, 재미가 없을 것이다. 결국 인간은 어떠한 상태에 있든 만족하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인생은 어떻게 해도 불행한 것일까?
나는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다. 원래 인생은 의미가 없는데 인간이 자꾸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려 하니 고통스러운 것이다. 인생을 무겁게 보지 말고 가볍게 보면 답이 보인다.
좋아하는 가수 중에 김광석이 있다. 그는 나보다 먼저 인생의 본질을 깨닫고 그 답을 주었다. 그는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인생의 진실을 알아버렸고 그래서 허무에 젖어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는 “일어나”의 노래에서 “인생이란 강물 위를 뜻 없이 부초처럼 떠다니다가 어느 고요한 호숫가에 닿으면 물과 함께 썩어가겠지.”라고 말했다.
인생은 강물처럼 세상사나 시간 속에 흘러갈 것이다. 또한 뜻 없는 부초처럼 목적도 의미도 없이 세상에 흘러 다니다가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답이 없는 인생의 의미를 찾아 아등바등 살고 있으니 괴로운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에 초연한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 노화된 신경은 변덕스러운 욕망과 권태 사이의 움직임을 견디다 못해 끊어져 버릴지도 모른다. 인생은 정답이 없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정답이 있다고 믿는 우리가 잘못된 것이다. 인생은 그냥 운이 좋아 얻은 시간의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