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임윤찬-그리고 지금 여기
소설가 이승우는 그의 책 <고요한 읽기>에서 세상의 끝에 대해 말한 바 있다. 지구는 둥그니까 한 곳에서 출발하여 자꾸 자꾸 앞으로 걸어나가면 결국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만나게되는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나 자신. 아무리 뒤를 봐도 볼 수 없던 나의 뒷모습을, 세상이 끝나는 순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마주하게 된다.
저 멀리 우주와 이 땅을 잇는 바흐, 그리고 그런 그의 음악과 우리를 이어주는 임윤찬. 이 성실한 두 도관이 만들어낸 음표의 바다를 헤엄치며 생각한다. 아리아 다카포에 이르러 다시 만나게 될 나의 시작을. 처음과 모든 것이 달라져 있을 그날까지 가는 동안, 이 생의 페이지에 어떤 변주들이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으나 단 하나 분명한 것이 있으니. 때로는 아름답기도 때로는 처절하기도 할 날들이 있을 터, 서른 개의 미로 속에서 길을 잃어도 좋은 이유는 그 모든 것 뒤에는 반드시 끝이 있기에. 내가 영영 보지 못했던 나의 뒷모습을 생각해보며 또 한번 오늘을 산다. 뒤돌아보는 일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