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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드부루 Mar 08. 2024

K의 하루

1. 서툰 결혼

K는 이제 50 중반에 들어서고 있다. 


어린 시절 요즘 세대들처럼 야무지게 '결혼' 에 대해 생각하지도 못했고, 주변의 또래들이 하나, 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모습을 보며 남들이 하는 통과의레쯤으로 여기고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와 31세에 결혼을 하였다.  K는 K의 남편 J는 180cm이 넘는 훤칠한 키에 심성도 착하고 때로는 순수한 모습도 있는 게 좋아 보였다.  '결혼해서 살면 남들처럼 알콩달콩 서로를 위해 주며 살겠다' 라는 기대를 갖기에 만족스러웠다.


J의 어머니는 K가 대기업에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되자 결혼을 서둘렀다. 

하루는 K를 불러내 고상하게 차를 마시며 '나는 너를 며느리 이기 전에 동등한 한 여성이라고 생각한다. ' 라고 말했다. K는 시어머니될 분이 특별한 분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다만 K의 아버지는 결혼을 서두르는 것을 걱정하였다. '사람을 네 계절을 다 겪어 보고 결정해야 하는데.. '라고 말씀하시며 신중하게 생각하길 권하였지만, 딸의 결정을 존중해 주었다. 


혼수는 남들이 하는 것처럼 준비가 되었고, J의 어머니는 자신이 끼고 있던 다이아 5부 반지를 K의 결혼반지로 주었다. K는 새 반지가 아니어도 그저 좋았다.


결혼식은 J의 고향인 부산에서 치뤄졌고, 정신없는 결혼식이 끝나고 어느새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인생에서 큰 일을 치루는 과정이 참 정신없이 지나갔다. 요즘처럼 스몰웨딩을 하거나, 신혼여행도 원하는 때를 골라 가거나 심사숙고하고 차분하게 결정해야 할 소중한 일들이 한 순간에 치뤄졌다. 


결혼을 하자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결혼 전에 착하고 자상했던 남편은 금요일 밤이 되면 일요일 저녁까지 밤새 게임을 하고 낮에는 내내 코를 드르렁 대며 잠을 잤다. 그러한 남편을 깨울 수 없는 K는 이 새로운 하루 하루가 낯설고 괴로웠다. 


게다가 신혼여행에서 생겼는지 바로 임신을 하게 된 K는 이 모든 상황이 두려웠다.  


아내가 임신을 하였어도 남편의 주말은 달라지지 않았다. 임신 초기 심한 입덫으로 괴로워해도 별반 달라질 것은 없었다. 이런 남편이 서운해서 화를 내 보면 남편은 돌변하여 밤새 술을 마시며 K를 괴롭혔다. 

남편에게는 심한 주사가 있었다.  뭔가 자신의 생각에 맞지 않으면 그걸 시작으로 술을 계속 사들고 와서는 밤새 마시며 K에게 윽박을 지르다가 달래다가 하며 밤새 괴롭혔다. 


뭔가 잘못 끼워진 단추라고 생각하면 다시 그 단추를 풀고 제대로 맞춰야 할텐데 K에게는 그럴 용기가 없었다.  뱃속에 아이가 있으니 다른 선택은 할 수 없었다.  


K는 남편과 부닥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태교라는 걸 스스로 배우고 익히며 임신 중기를 지나가고 있었다. 

산모수첩에는 병원에 다녀올 때마다 뱃 속의 작은 점이 점점 커지더니 꼬물꼬물 움직이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걸로 충분히 K는 행복했다.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조금씩 실감이 나고 있었다. 


괴로운 밤은 점점 더해 갔고 K의 서러운 눈물은 흐르지 않는 날이 별로 없었지만.. 


K의 하루는 늘 다음과 같은 다짐으로 마무리되었다. 


잘못된 결혼이라는 생각을 하지 말자,  남편은 달라질거야.

이제는 아이를 잘 낳고 키우는 엄마가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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