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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둥지 Mar 03. 2024

신의 아들들, 화려한 유럽무대 복귀

텐 하흐 이야기 (1)

 프리미어 리그 2012/13 시즌, 27년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헌신했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또 한 번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며 본인 커리어의 엔딩을 장식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난항을 겪으며 다섯 명의 감독이 팀을 맡는 동안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3/24 시즌 현재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팀의 부진에 비판을 피할 수 있는 감독은 없을 것입니다. 맨유의 에릭 텐 하흐 감독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텐 하흐 감독은 아약스 부임 당시 훌륭한 성적을 기록했으며 맨유 부임 첫 해에 카라바오컵 우승, 리그 3위 등 좋은 기록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한 시즌 만에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현재 텐 하흐의 맨유는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일까요?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앞서 텐 하흐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UEFA 챔피언스 리그 4강에 진출했던 2018-19 시즌의 이야기를 먼저 해봅시다.


" 별들의 전쟁, 돌아온 아이아스는 강하고 용맹했다. "


 1994-95 시즌 무패 더블을 기록하며 챔피언스 리그를 우승, 1995-96 시즌에 결승 진출, 1996-97 시즌에는 준결승에 진출한 이후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아약스는 챔피언스 리그와 연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에릭 텐 하흐 감독의 부임 2년 차인 2018-19 시즌, 13년 만에 16강 진출에 성공한 아약스는 이에 그치지 않고 23년 만에 준결승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돌아온 아약스는 그들의 이름처럼 강하고 빨랐으며 무엇보다 용맹했습니다.

[18-19 시즌 아약스의 베스트 11]

공격 전술


1. 후방 빌드업

[후방 빌드업 대형]

 당시 아약스 후방 빌드업의 키 플레이어는 프랭키 더용입니다. 후방 빌드업 시, 풀백은 전진시키고 더용을 한 칸 내려 후방에서 다이아몬드 형태를 구축, 이후 더용의 탈압박과 볼 운반 혹은 블린트와 쇠네의 장거리 패스를 통해서 상대의 전방압박을 벗어나며 측면으로 볼을 전개시켜 후속 플레이를 이어나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특이한 점은 중원 공간을 비어두고 측면에 선수들을 밀집시켜 측면을 먼저 거치도록 한다는 점입니다.

[지예흐가 좁혀 들어오면서 만들어지는 많은 삼각형들은 다이아몬드 3-4-3 포메이션과 유사하다.]

 해당 포메이션에서 네 명의 공격자원 중 한 명이 중앙 2선으로 들어오면 과거 토탈 풋볼의 핵심 포메이션 중 하나인 다이아몬드 3-4-3 형태와 비슷한 형태가 됩니다. 다이아몬드 3-4-3의 핵심은 최대한 많은 삼각형을 만들어 삼각 패스를 통한 전진을 용이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아약스의 다이아몬드의 상단 꼭지점은 포메이션 상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하는 판더베이크가 아닌 윙 자원(주로 지예흐)이 하프스페이스로 들어오며 담당하게 됩니다. 재미있는 점은 과거 아약스는 1994-95 시즌, 루이 반할 감독 체제에서 다이아몬드 3-4-3 포메이션으로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일궈낸 바 있습니다.


2. 상대 진영에서 공격 전개

[상대 진영에서 공격 전개 포메이션]

 더용과 쇠네의 투미들이 다시 전진하며 중원 공간을 채우고 후방에는 1명(주로 더리흐트) 내지는 2명의 센터백을 남겨두며 상대 진영에서의 숫자를 늘려 줍니다. 풀백들은 측면으로 넓게 벌려주고 중앙에 있는 공격자원들이 유기적으로 스위칭하고 하프스페이스를 공략하며 측면에서 골문까지 진입을 시도하게 됩니다.


수비 전술


1. 압박 대형

[전방 압박 대형]

 공격 때 후방에서 다이아몬드를 만들었다면 수비 시에는 전방에서 다이아몬드 형태를 만들며 압박을 시도합니다. 플랫 4-4-2 형태의 두 줄 수비보다 4-2-3-1 형태로 횡간격을 좁혀 수적 우위에 기반한 전방에서 압박을 진행하며 수비 라인 역시도 높은 대형을 유지하여 3선과 수비 사이의 종간격 역시 좁혀줍니다.


2. 수비 대형

[후방 수비 대형]

 4-2-3-1 형태의 압박 형태에서 상대가 하프라인을 넘어 전진할 경우 4-5-1 형태로 수비 대형을 구축합니다. 보통 풀백들은 공격 상황에선 넓게 벌리지만 수비 전환 시 사선으로 복귀하여 안쪽으로 파고드는 윙어의 마크맨이 되고 동시에 좁은 횡간격을 유지하려 합니다.


" 미헬스와 크루이프의 정신을 이어받다. "


특징 1) 선수들 사이의 좁은 간격

 가장 핵심이 되는 특징입니다. 토털 풋볼의 특징이기도 하며 후술할 특징들은 선수들의 좁은 간격에 따라오는 특징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공격 때나 수비 때나 종횡을 가리지 않고 선수 사이의 좁은 간격을 유지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공 주변에서 수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특징 2) 빠른 트랜지션과 빠른 볼 처리

 공수전환이 매우 빠릅니다. 수비로 전환할 때도 빠르게 공을 가진 선수 주위에 몰려들고 패스를 받을 수 있는 선수를 마크해 볼을 탈취해냅니다. 볼 처리 역시도 굉장히 빠르게 가져가는데 팀 내에서 많은 터치 횟수를 많이 가져가는 선수는 한정적입니다. 더용과 지예흐를 제외하곤 쓰리 터치 이내에 볼을 처리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필요에 따라서 볼 운반과 탈압박이 요구되기는 하지만 후방에서는 더용, 전방에서는 지예흐를 거치면서 공격을 시작하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조별리그 6차전 바이에른 뮌헨전에서 1:1을 만드는 타디치의 동점골은 4명의 원터치 플레이로 만들어졌습니다.


특징 3) 전방 자원들의 유기적인 스위칭과 역할 분배

 풀백들이 전진하고 공격진들은 횡간격을 좁혀 서로가 구분되지 않은 영역을 갖고 있기에 전방 자원들의 유기적인 스위칭이 가능하게 됩니다. 이런 스위칭 때문에 상대 수비는 마크맨을 혼동하기 쉽습니다. 더불어 스위칭 속에서도 대략적인 동선과 역할의 분배는 존재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Center Forward 두산 타디치

 폴스 나인(False Nine)의 롤을 부여받아 전통적인 센터포워드와는 달리 수비수들을 박스 바깥으로 유인하거나 왼쪽 측면으로 자주 빠져서 플레이합니다. 지예흐가 공격의 시작을 담당한다면 타디치는 공격의 마무리를 주로 담당하게 됩니다.

Left Wing Forward 다비드 네리스

 왼쪽 공격수로 출전하는 네리스는 횡적인 움직임과 왼쪽에서 수비가담을 적극적으로 가져가며 1대1 돌파를 가장 많이 시도하는 선수입니다. 왼쪽에서 공이 전개될 때는 측면에서 1대1이나 속도 경합을 시도하는 빈도가 잦지만 오른쪽에서 공이 전개될 때는 오른쪽 하프스페이스에서 지예흐와의 연계를 도와주고 박스안으로의 침투가 잦은 편입니다.

Right Wing Foward 하킴 지예흐

 오른쪽에서 전반적인 플레이메이킹과 후방으로부터의 볼 운반을 전담합니다. 본인의 반대쪽인 왼쪽에서 공이 전개될 때는 박스 바깥에 머무르다가 공이 투입될 때 안쪽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반면, 지예흐를 중심으로 오른쪽에서 공이 전개될 때는 타디치가 왼쪽에서 이러한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왼쪽 윙어인 네리스는 오른쪽까지 이동하여 박스 안에서의 더미런을 수행하거나 연계를 도와주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Attacking Midfielder 반더베이크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에서 출전하지만 오히려 타디치와의 스위칭을 통해 박스 안으로의 움직임을 가져갑니다. 경기 전체로 보더라도 볼터치가 굉장히 적으며 공격 상황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박스 안에서 보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수비 상황에서는 다시 2선으로 내려와 본인의 수비 기술과 활동량, 피지컬을 활용해 상대 3선 라인을 압박합니다.


특징 4) 높은 활동량

 좁은 간격으로 필드 전체를 커버하기 위해선 높은 활동량이 필수적입니다. 이는 시즌을 치루는 팀에게 상당한 부담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간격을 좁힌 채로 공의 이동에 따라 선수진 전체가 움직이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거리를 움직여야 하며 강도 높은 전방 압박으로 많은 스프린트가 요구됩니다. 이 때문에 많은 경기를 치루는 팀들에게는 부분적으로 체력 안배가 필수적입니다.


특징 5) 측면 혹은 배후 공간을 노리는 역습에 취약

 라인을 높게 형성하고 특히나 좌우 풀백들이 공격 시에 높은 위치에 머무르기 때문에 공간을 향해 전개되는 롱볼에 취약합니다. 강도 높은 압박을 통해 롱킥 자체를 억제하고 실수를 유발하지만 상대가 1차 압박을 뚫어냈을 때는 오히려 상대가 수적우위를 가지고 공격을 전개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볼 탈취에 실패하더라도 편하게 패스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16강 1, 2차전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아약스는 총 3실점을 기록했는데 세 골 모두 측면 배후 공간으로 연결된 패스가 기점이 되었습니다.


" 위기까지 극복한 전략가, 프리미어 리그 입성 "


 이후 더용, 지예흐, 더리흐트, 판더베이크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주축 선수들이 이적한 가운데에도 텐 하흐의 아약스는 여전한 경쟁력을 보여주었습니다. 2021-22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 다시 한 번 도전한 텐 하흐의 아약스는 조별예선에서 로이스를 앞세운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4:0, 3:1 승리를 거두는 등 6전 전승을 기록하며 손쉽게 16강에 진출하였습니다. 비록 16강에서 만난 SL 벤피카를 상대로 합산 스코어 2:3으로 패배하며 8강 진출에 실패하였으나 4강 진출 후 3년이 지난 시기에 라이언 흐라벤베르흐, 위리엔 팀버르, 스티븐 베르하위스 등의 선수들로 재구성하여 유럽 무대에서 경쟁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은 높게 평가 받았습니다. 이후 텐 하흐는 고국을 떠나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입성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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