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은 추억이 될 수는 있지만 현재의 상처가 되어서는 안 된다.
"넌 첫사랑 잊을 수 있어?"
나는 나의 꼬꼬마 시절의 친구를
13년 만에 다시 만났다.
그런데 그 친구가 갑자기 아프다고 한다.
누구보다도 건강했고
누구보다도 운동에 진심이었던
그 친구가 암이라니...
사실 잘 믿어지질 않았다.
충분한 휴식과 충분한 수면을
해야 하는 그녀는
어쩌면 다른 사람에게는
당연한 일상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물어보았다.
"아직도 그 첫사랑을 생각해?"
"그럼, 그걸 어떻게 잊니..."
우리는 인생이라는 여정의 어떤 한 지점에서
나의 감정을 온전히 쏟아 낼 사람을 만난다.
각자의 다른 시간에서 어떤 인연의 힘으로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갖는다.
설레고, 함께 하고 싶고, 만지고 싶고
나의 모든 감각기관이 그로 향해 있어
그의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게 그를 향하여 나의 몸과 마음을
쏟아부었지만...
영원하지 않다. 영원할 수가 없다.
아직도 그 수많은 뻔한 로맨스 장르가
존재하는 것은 영원한 사랑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만은 특별한 영원함을 갖고 싶어
책이나 영화나 드라마에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영원하지 않기에 헤어진다.
헤어지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저 헤어지기 위한 핑계일 뿐
헤어질 시간이 되었기 때문에
헤어지는 것이다.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첫사랑
버려야 할까?
아니면 버리지 말아야 할까?
첫사랑을 기억한다.
누구는 절절하고 깊었던 그 감정을 기억한다.
VS
첫사랑을 기억한다.
누구는 그 사람을 기억한다.
'헤어짐'에는 상흔이 남는다.
그 헤어짐이 서로의 합의가 되었어도
상처가 된다. 그 상처가 아무는 시간까지
힘겹게 일상을 견뎌야만 한다.
합의가 된 '헤어짐'에도
상처투성이인데
일방적인 '헤어짐'에는
그 상처에 많은 감정과 생각들이
덧씌워져 너무나도 깊은
상처가 되어 버린다.
그 상처는 흉악한 흉터가 되어 버린다.
그 흉터는 자꾸 새로운 기억이 되어
그 기억과 현재의 자신을 괴롭힌다.
긴 시간이 흘러도 헤어짐은
괴로움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첫사랑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버려야 하는가? 아니면 기억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