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간다.
집으로 오는 길에는
검은 봉지가 많다.
마음도 마음의 시장에 간다.
다른 마음과 접촉하여
느낌, 인식, 판단, 생각이라는
검은 봉지를 집으로 가져온다.
시장에서 사 온 물건들을
냉장고에 넣듯
마음도 마음의 냉장고에
감정과 생각을 넣는다.
어떤 감정은 냉동고 첫째 칸에
어떤 감정은 맨 아래 서랍 칸에 넣는다.
어떤 생각은 냉장실 둘째 칸에
어떤 생각은 채소 보관함에 넣는다.
어떨 때는 검은 봉지를 벗겨 넣지만
어떨 때는 검은 봉지째로
그냥 밀어 넣는다.
시간이 지나면
냉장고 안은 꽉 차 있다.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
요리하려 하면
무엇이 있었는지 몰라
또 사 온다.
마음의 냉장고도 그렇다.
바깥의 마음들과 부딪히며 생긴
감정과 생각들을
집으로 가져와 넣는다.
그리고 무엇을 넣었는지 잊는다.
가끔은
냉장고 문을 열어보고
검은 봉지를 꺼내
안에 든 감정과 생각을
확인해야 한다.
이미 상한 감정은 버리고
묵은 생각은 씻어내고 버릴수록
마음의 냉장고는 비워진다.
그 안에 바람이 통한다.
그때야 비로소
새로운 감정이 들어올 자리
새로운 생각이 머물 공간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