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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새벽 Feb 26. 2024

스스로 부족함을 느낀다

2024.2.25.

스스로 부족함을 느낀다. 세상은 만만치 않고, 아직 내가 모르고 배워야 할 것이 많고, 프로나 전문가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한다. 여전히 내가 너무 나태하게 안일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생각이 들면 초조한 마음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뭔가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찾아온다.


그런데 정말 부족한 걸까? 책에서 읽은 내용을 되새긴다. 늘리는 게 아니라 줄여야 한다고. 차분히 상황을 다시 생각해 보려고 노력한다. 어쩌면 부족한 게 아니라 과한 게 아닐까? 오히려 줄여야 하는 건 없을까? 부족하지만 그 부족함이 잘못은 아니지 않을까? 만약 정말 부족한 게 있다면, 정확히 구체적으로 어떤 게 부족한 걸까?


위클리를 보며 내가 일주일 동안 했던 일을 천천히 돌아본다. 비슷한 일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질적인 부분에서 향상을 이루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었다. 기존 작업물을 보완하고, 새로운 작업에 보완 사항을 반영하기도 했다. 지난주와 같은 일을 했어도 그 과정은 결코 같지 않았다.


줄여야 할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줄일 수 있는 것이 보인다. 무엇이 늘었는지를 알게 되니 줄이는 일이 한결 수월해졌다. 당장 투입량을 늘린다고 해서 바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일을 줄이기로 한다.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줄이는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부족한 점이 보인다고 해서 지금까지 한 일이 소용없는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부족하게나마 그동안 했던 일이 쌓여서, 확신을 가지고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나만의 데이터가 된다. 내 상황에 꼭 맞는 맞춤 데이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위안이 된다.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보고 생각나서 거의 10년 만에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다시 읽었다. 당한 걸 갚아준다고 해도 너무 심하게 되갚으니 복수가 통쾌한 게 아니라 찝찝하기 그지없다. 선의는 불행의 씨앗이 되고, 악의는 또 다른 악의가 되고, 좋은 쪽으로 흘러가는 게 아무것도 없다. 악다구니 같은 이야기지만, 그걸 보는 맛이 또 있다. 나체로 대로변을 뛰어다니는 사람을 보는 듯한 기분도 들고.


2월의 마지막 주가 시작된다. 잘 마무리하고 3월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3월 계획을 세우는 게 아닌, 2월 동안 내가 무엇을 이루고 1월과 어떤 다른 차이를 만들어 냈는지를 더 꼼꼼하게 살펴보려고 한다. 자꾸 욕심이 생기고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알차게 채워간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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