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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새벽 Jun 14. 2024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되는 만큼

2024.6.11.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되는 만큼.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게 느껴지고, 마음이 조급해질 때면, 지금 할 수 없는 것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애써 힘내고 버티지 않아도 되는 만큼만 하려고 한다. 물론 마음을 내려놓는 것도, 일을 손에 잡는 것도 모두 쉽지는 않다. 남들만큼은 아닌, 내 나름대로 한 일은 마음 한 구석을 껄끄럽게 한다.


세상의 기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멈추지 않고 내 나름대로 계속하니, 어찌 됐든 진전이 있다. 5월은 4월보다, 6월은 5월보다, 과정(인풋)도 결과(아웃풋)도 느리지만 분명히 더 나아졌다. 이전과 다른 차이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매월마다 말할 수 있는 것만이 유일한 위안이다. 여기까지 오는 것도 길었는데, 앞으로 가야 할 길이 한참 더 남았다는 사실에 조금 아득해진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일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일. 생성형 AI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해야만 하는 부분은 여전히 존재한다. 생성형 AI가 할 수 있는 일은 생성형 AI에게 시키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일을 잘 시키는 것도 일이고, 내가 꼭 해야만 하는 일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도 일이다.


꾸역꾸역 버티고 해 나가면서 겨울이 끝나고, 봄이 지나가고, 이젠 여름이다. 이전보다 조금 더 수월하게 하면서 일정한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나만의 체계를 잡고 있다. 늘리기보다는 줄였고, 복잡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게 만들었다. 무엇이 늘리는 것이 아니라 줄이는 것이고, 내가 어떻게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지를 깨닫기까지 계속 시도했어야 됐던 것 같다.


줄이자고 생각해서 줄이고, 단순하게 하려고 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더 열심히 하고, 더 애쓰는 게 아니라, 하기 싫은데 버티다 보니, 어떻게 하면 덜 힘들고, 쉽고 빨리 끝내고 싶어 하다가 그렇게 된 것이다. 괜한 욕심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방법을 쓰려고 하고, 더 많은 것을 덧붙이려고 하게 된다. 복잡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것을 여러 번 하는 것으로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그래도 6월은 시간적으로도, 심정적으로도, 조금 여유가 생겼다. 지금에서 생각해 보면 너무 한꺼번에 많은 것을 동시에 하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가야 할 길이 멀다고 해서 갑자기 성큼 앞서 나가고자 욕심을 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또한 그랬기 때문에 이만큼이라도 올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이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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