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피드에서 우연히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모든 사실이 새로웠다. 이런 영화제가 있다는 것도, 한국이 AI 영화 시장의 선두에 있다는 것도, 이제 AI로 이 정도 수준까지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도. 그리고 인간이 어떤 의지와 비전을 가지고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지도 다시 한번 생생히 느꼈다.
일관성 있게 구현된 중심인물이 있고, 연기가 조금 어색한 구석도 보이지만 상당한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만약 실제 배우를 썼다면, 배우와 제작진 모두 상당히 괴롭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쳤을 거라 예상되면 장면이 보인다. 현실에서 구현하기 힘든 장면에 CG 기술을 활용했듯이, 이런 부분에서 AI 기술이 활용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성형 AI로 일관성 있게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똑같은 프롬프트를 넣는다고 해도, 이미지를 첨부해서 동일한 인물을 그려달라고 해도, 매번 결과가 다르다. 어쩌다 마음에 드는 결과가 바로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요행. 비전문가인 내게, 이미지 생성은 그야말로 랜덤 게임이다.
명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때로는 설사 명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누구나 아는 흔해 빠진 양산형 AI 그림체가 생성된다. 물론 생성형 AI가 나오기 전엔 그런 이미지를 만드는 것조차 대다수 일반인에게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권한슬 감독처럼 프로가 지향하는 '하이엔드'는 될 수 없다.
아무리 생성형 AI가 발달한다고 해도, 누구나 AI로 만들 수 있는 수준으론 저품질 콘텐츠밖에 될 수 없다.생성형 AI의 발달은 콘텐츠 퀄리티의 평균만 높일 뿐이다. 창작자라면 수많은 콘텐츠 속에서 조금이라도 다른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같은 것을 다르게 풀어내는 감각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인간의 의지가 어디로 향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이 영상을 보고 자극을 받아 생성형 AI를 활용한 소설을 써야겠다는 강렬한 의욕이 생겼다. 사실 보조 작가를 두고 작업하는 것은 새로울 것이 없는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가볍게 시도해 보고 있는데 생각보다 시간도 걸리고 내가 직접 새로 작성하는 분량도 많다.
나는 원래 소설보단 에세이를 쓰는 것을 훨씬 더 좋아하고, 에세이 쓸 때는 생성형 AI를 쓰는 법이 없다. 그냥 내가 쓰는 것이 즐겁기도 하고 편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에세이에 AI를 쓰는 것이 나에겐 오히려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내게 에세이는 생성형 AI가 개입될 여지가 별로 없다.
하지만 소설은 다르다. 내게 소설은 생성형 AI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소설 작업 중엔 호불호가 극명한 영역이 존재한다. 그러나 내가 소설보다 에세이를 쓰게 하는 요인을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보완할 수 있다. 펜에서 타자기, 컴퓨터, 스마트폰으로 글쓰는 수단이 발전하면서 더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처럼, 더 다양한 글을 더 풍부하게 더 많이 쓸 수 있게 되는 게 너무 재밌다.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는 만큼 어떤 형식으로 전달할지도 조금 고민이다. 참 평화롭고 즐거운 고민이다. 즐거운 고민만 하면서 살면 좋을텐데. 괴로운 고민으로만 하루를 채우지 않는 것만으로도 현재 나의 일상에 감사해야겠지.
요즘 권한슬 감독처럼 누군가에게 영감을 받는 일이 자주 있다. 그들은 늘어져 있는 나의 정신을 두들겨 깨운다.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비전과 아이디어를 실현시켜 가는 모습은 공감과 동의 여부를 떠나 큰 울림을 준다. 역시 결과가 중요하긴 하다.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면 울림도 크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그런 울림을 줄 수 있는 이들로 내 주변을 채워야 한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울림을 줄 수 있도록,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을 지치지 않고 꾸준히 계속 만들어 내고 싶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 속에서 나의 그림자를 이어가며 걷던 걸음으로 방향이 생겨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