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사랑했던 그때로 돌아갈 수 없으니 남은 건...
리턴 : 권투 따위에서, 선수권을 빼앗긴 사람이 새로 선수권을 얻은 사람에게 다시 도전하여 싸우는 경기.
23년 1월, 너의 외도는 한 달로 짧았지만
내가 살아온 33년 중 너와 알고 지낸 시간
서로 사랑했던 시간 그리고 어느샌가부터
홀로 너를 사랑했던 시간을 합한
25년이라는
세월을 망가뜨리기 충분했다
너의 배신은,
없는 살림에 우리 부모님 생신 용돈은 못 챙겨도
시부모님 용돈 선물은 꼭 챙겼을 만큼
너의 부모님을 내 부모님처럼 사랑했으며
너의 동생을 친동생처럼 사랑했던 나
늘 딸이라고 불러주시며
나를 사랑해 주셨던 너의 부모님과
나를 챙겨주는 게 서툴러서
더 고마웠던 너의 동생, 네 가족
우리 사위가 최고라며
잘난 것 하나 없는 너를 자랑하고
늘 네가 좋아하는 반찬
뭐해줄까 고민하시고
어디를 나가도 네가 좋아하겠다며
이것저것 사기 바빴을 만큼
너를 큰아들처럼 사랑했던 우리 엄마
표현은 잘 못해도
너와 가깝게 지내고 싶어 했던 우리 아빠
너를 친형처럼 따랐던 내 동생
그리고 이제 24개월을
지나고 있는 우리 아들,
너는 이미 그 여자와 썸을 타고 있었지만
나는 서로 사랑한다고 믿었던 때
어렵게 만난 뱃속에 있던 둘째까지
모든 것을 포기하는 선택이었음을
너는... 알까?
.
.
.
마치 '나 이제 너를 사랑하지 않아,
만나는 여자 있어 제발 알아줘'라고
말하는 것 같았던
달라진 너의 눈빛, 말투, 행동은
은연중 '아닐 거야, 아니겠지'라고
애써 무시하고 싶었고
우리를 지키고 싶었던 내가
결국 너의 핸드폰을 보게 만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였지만
이상하게 눈물이 나지 않았다
의심이 확신이 되자
나는 너의 부정행위를 증거로 남기기 위해
핸드폰을 들어 동영상을 찍었다
'너무 예뻐 보고 싶다'
'껴안고 자고 싶다' 같은 애정 어린 대화와
자연스럽게 '모텔은 어디 갈까?'라는
얘기를 꺼내던 너희 둘의
갓 시작된 사랑을 보며
나는 이혼을 결심했고
이제 막 심장이 뛰기 시작했던 우리 둘째 또복이를
보내주어야겠다는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지웠다는 죄책감은 나 홀로 견디기
너무 버거웠고.. 그 마음은 불씨가 되어
너희 둘이 죗값을 받게 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나는 싸울 준비를 했다
이혼을 준비하며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포커페이스, 아무 일 없는 듯 잘 지내는 척하며
이혼 소송이던, 상간녀 소송에
필요한 증거를 수집했다
중절 수술 후유증으로
배가 아프고 밑에는 피가 흐르고
죄책감과 미안함에
가슴이 갈가리 찢기는 고통을 혼자 감내할 때도
너는 다양한 이유를 대며 외박을 했고
나는 잘 다녀오라며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두 달,
가끔씩 나에게 잠자리를 요구하던 너를 받아주고
네 목소리를 듣고 얼굴을 보는 게
더 이상 못 참겠다 싶어
여러 변호사들에게
내가 가진 증거를 검토받았고
이혼이던 상간녀 소송이던
승소할 수 있겠다는 의견이 많아
드디어 너에게 이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운전하기 싫다던 네가
그 여자를 만나기 위해 왕복 6시간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다녀올 만큼
너희들이 뜨거운 사랑을 할 때
나 홀로 가슴을 치며
수없이 외쳤던 말
너에게 제일 하고 싶었던 말
왜 그랬어? 도대체 왜
후련했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다른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몸은 섞지 않았으며
이미 끝난 관계라고
우기던 너를 보며
나는 참..
떳떳하게 말하지도 못할
모든 걸 포기하고 선택할만한
용기의 가치도 없는
가벼운 너희 둘의 관계
한순간의 선택으로
쌓아온 모든 걸 잃게 될 네가 안쓰러웠다
내가 몇 가지 증거를 들이밀자
결국은 미안하다고
너밖에 없다고
미쳤었던 것 같다며
다른 여자는 다를 줄 알았는데
만나보니 나의 소중함을
너무나 느꼈다고 말하는 너
나 없이 사는 건 너무 무섭다고
내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며 울던 너
우리는 같이 펑펑 울었다
내 어딘가 쌓여있던 너에 대한 원망이
폭발한 것처럼 나는 정말 꺼이꺼이 울었다
그 순간 나에게 너의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남자들은 외도를 걸리면
오히려 뻔뻔하게 나오거나
적반하장으로 화를 내고 생활비를 끊고
집을 나가버리는 등 다른 사람처럼
변한다고 하던데....
네가 정말 그러면 어떻게 하지?
마음 한구석에 있던 두려움
그만큼 네가 쓰레기는 아니었구나 라는 안도감
원망 후회 좌절
그 마음을 어떻게 다 적을 수 있을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에 어떤 마음인지 아니까
붙잡지 조차 못하겠다며
눈 마주칠 때마다 우는 너
지금은, 내가 원하는 모든 조건을 맞춰주겠다던
너와 성숙한 이혼을 할 수 있을까?
누구에게도 솔직히 말하기 어려운
우리의 이혼 과정,
원한 건 아니었지만
그 또한 내 인생이 되어버린
나의 이혼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적어 내려가는 나의 이혼 일기.
.......2024.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