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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린 Apr 18. 2024

엄마, 내가 들어줄게

나한테 얘기해

난 평화주의자다.


다툼과 분쟁이 두려워 대체로 참는다.

화를 꾹꾹 눌러야 하는 경우가 많다.

나의 그런 모습을 본의 아니게 첫째 딸에게 가장 많이 들킨다.

가장 가까이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기도 하거니와, 유난히 눈치가 빠른 아이다..


매일 비슷한 이유로 화가 나는데, 그날은 거슬리는 무언가가 많았다. 열거하자니 단전부터 끓어오르는 분노...


혼자 밥하고 설거지 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그 와중에 회사일도 쳐내야 하고, 근무 시간 이후에 업무전화가 왔던 날. 한마디로 미쳐 날뛰던 저녁시간이었다


늘 해오던 루틴이라 다를 게 없는데 왜 나는 새로운 화가 치미는가.


짜증 게이지의 도화선이 된 것은 꽉 찬 쓰레기통이었다.

꽉 차다 못해 미쳐 못 들어간 쓰레기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딱 소파에 널브러진 무언가처럼...


   '밥 하고 설거지 하고 빨래하고 청소는 내가 한다 쳐.

쓰레기통 비우기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

이게 꽉 차면 안 거슬리나? 꼭 시켜야 하나.

시킨다고 하면 곱게나 할까.

내일 한다고 하겠지.

그러느니 내가 한다.

럽고 게으른 사람이 이기는 게임. '


물론 혼잣말이다.

난 분명 속으로 얘기했는데.

딸이 얘기한다


"엄마 속상해? 나한테 얘기해. 내가 다 들어줄게 "


고작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아이는, 이미 그날의 황과 감정과 갈등을 읽어내고 있었다.


여전히 분노가 가라앉지는 않았지만( 분노의 원인인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므로), 그 위에 감동과 감탄과 감격이라는 감정이 겹겹이 쌓여서 심장이 크게 부풀어 오른 느낌이었다. 벅차오른다?라는 간단한 단어로 표현하기엔 너무 복잡한 감정이다.


"딸. 네가 쓰레기를 비워주진 않았지만,  잠깐 너에게 기대고 싶었다."


하나님이 너무 바쁘셔서 나만을 위한 퍼스널 오은영 선생님을 보내주셨나 보다.


Thanks G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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