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욱림솔훈 Jun 05. 2024

싫어함을 건네기

취향에 대하여 | 대욱

안녕하세요. 유림입니다.

푸르름이 번져가는 6월의 초입니다. 장마가 오기 전까진 모두가 이 푸르름을 맘껏 즐기길 바라며,

<취향에 대하여>의 세번째 주자, 대욱의 글을 가지고 왔습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들 사이에서 글감을 찾는 편인데, 이 때 대욱의 주제가 무척 신선하고 흥미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싫어하는 것의 이유를 분명히 하고 기준을 세울때 우리는 더 단단히 설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대욱의 글을 만나러 가볼까요? 




º 주제: 취향에 대하여 자유롭게 쓰기


REPLAY: 벚꽃엔딩 | 유림

딱딱한 의자에 앉은 그녀 | 은솔

싫어함을 건네기 | 대욱

Wherever you are | 영훈





싫어함을 건네기



이렇게 이야기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대충 만든 오버핏

무작정 크게만 만들어 놓고 누가 걸쳐도 예쁘다니. 어깨선은 팔꿈치만큼 내려와 있는데도.


뮤즈

낱말 자체가 싫다기보다는 이 낱말을 사용하는 방식이 싫어요. 


선 넘은 뒷담화

다들 앞에서 참고 뒤에서 못할 말 털어놓고 사는 거라지만 최소한의 수위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쌍욕 그 이상으로 내던져진 말은 듣다가 소름이 돋을 때가 있어요. 정말 사람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다고?


인플루언서 바라기

영향을 주는 사람이고 싶으면 자신의 분야에서 영향력을 갖추면 되는 것을 왜 인플루언서라는 낱말을 가지고 싶어 안달인지들. 그리고 그들이 선망하는 모습은 놀랍지도 않게 거의 대부분 비슷해 보여요.


눈사람 걷어차기

분에 못 이긴 당신은 왜 영문도 모르는 존재에게서 승리를 강탈하는지.


‘조용해서 좋은’ 노키즈존

우리는 모두 아이였던 때가 있어요. 그게 아니더라도 그런 곳을 찾아다니진 말자고요.


어디서나 인사이트

지금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을 보고 리더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뉴스 기사, 세월호 문제에 대해 시를 쓰지 않은 문청을 개탄하는 신춘문예 심사위원의 심사평. 우리는 그런 교훈 없이도 잘 깨우칠 수 있어요. 


2022년 4월 13일의 토론

이게 토론이 된다고?


더 적다간 제 몫의 분량이 다 사라질 것 같으니 일단 여기까지만 적어 볼게요. 저는 싫어하는 것이 없다고 하는 사람을 믿고 싶지 않아요. 세상엔 믿고 싶지 않은 일들이 곳곳에서 일어나는데, 어떤 사건이 아니더라도 나의 잠깐은 온통 망가지는데. ’결국엔 다 비슷해지더라’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 각각의 다름을 사라지게 하는 순간이 싫어요. 어차피 뱃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다는 핀잔을 주는 사람에게 생배추 따로 소금 따로 고춧가루 따로 먹어 본 적 있는지 물어 보고 싶어요. 그거 다 김치에 들어가는데.


저는 누군가를 바라볼 때 그가 좋아하는 것을 말하는 순간보다 좋아하지 않는, 그 이상으로 싫어하는 것을 대하는 방식을 곱씹게 되곤 해요. 좋은 것 앞에선 뭉툭하게 공감할 수 있지만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그보다 뾰족해지곤 하니까요. 내가 그냥, 하고 넘겨버리는 사소함 앞에 당신은 그토록 오래 머무를 수 있음을 생각하면 그날의 저녁을 생각하게 되어요. 생각나는 사건이 없는데도 생각해 보려고 하게 되어요.  당신의 표정이 잠깐 달라졌을 때 혹시 아주 깊은 곳에 다녀왔는지, 어쩌면 제가 당신의 등을 떠민 것은 아니었는지. 사실 저는 싫어하는 순간에 대해서만큼은 좋아하는 감정보다 더 조심스러워지곤 해요. 나의 싫어함이 누군가의 좋아함과 정확히 합치되는 것은 아닐까. 비 오는 바깥을 걸어야 하는 나의 짜증이 당신의 행복일 수도 있을 텐데. 내가 기억하는 행복과 꼭 맞는 모양의 불행을 당신에게 건넸을지도 모르는데. 정말 이대로, 마음껏 싫어한다고 해도 될까.


저는 저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꼿꼿하게 살아야 한다고 믿으며 남들을 뻣뻣하게 만드는 기질이 싫고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을 제멋대로 다루다 영영 그 자리에 머무른 관계들을 생각하는 게 싫어요 비슷한 말만 맴돌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하지 못하는 게 싫고 다가올 불안을 미리 걱정하다 지금을 놓치는 기분으로 살아가는 순간이 싫고 취향에 대한 글쓰기를 하자고 제안하며 좋아하는 것을 마음에 쥐고 매만지다 결국 싫은 것만 적어버리고 마는 제가 싫고… 그러니 제가 없는 곳에서 저를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당신은 싫어하는 것에 대해 생각할 때 어떤 표정인가요. 좋아하는 것에 골몰할 때와 같은가요, 아니면 싫어하는 순간에 대해서라면 멀리서도 알아볼 만큼 달라지나요. 혹시 제가 좋아하는 것을 말하는 순간이 당신에게 강아지의 초콜릿처럼 다가온다면 그 표정을 건네 주세요. 저는 우리가 영영 그 표정이 없는 세계에 머무를 거란 약속을 할 수는 없어요. 다만 앞으로 당신과 만날 때는 초콜릿이 없는 디저트를 고를 거라 생각하며, 저의 싫어함도 하나씩 말해 보고 싶어요. 모두 마음껏 좋아하고 그만큼 싫어해도 되기를.

2022. 04. 21

싫어함을 건네기

대욱 쓰고 드림
















작가의 이전글 딱딱한 의자에 앉은 그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