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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열 Oct 23. 2024

삶은 그런대로 살아볼 만하다.

헤르만 헤세 <밤의 사색>


들어가기 전
누구에게나 밤은 길다, 밤의 사색




우연히 인스타그램의 스토리를 무료하게 넘기던 중 마음에 드는 문구를 보았습니다. 주저 없이 그 이미지를 올린 분께 책 제목을 여쭤보았고, 그렇게 만나게 된 책이 바로 헤르만 헤세 <밤의 사색> 이었어요. 처음에는 표지가 참 귀엽다고 생각했고, 초반부, 중반부를 넘어가면서부터 헤르만 헤세가 대하는 삶의 태도와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어쩌면 비슷한 부분이 많을 수도 있겠다고.. 조심스럽게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공감 가는 구절도 많았거든요. 그 또한 그런 마음을 먹기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정말 많은 사람이 스쳐갔겠구나 싶었습니다.




저에게 밤이란, 줄곧 두렵고 고독한 시간이었습니다. 밤이 찾아오면 온갖 생각과 고민들이 저를 집어삼킬 것처럼 쏟아져 나왔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지난 과거, 앞으로 내가 헤쳐나가야 하는 현재와 미래의 수많은 고민들이 두서없이 머릿속을 채우면서 갑자기 이질감이 드는 목구멍엔 답답한 숨으로 들어차 저도 모르게 숨을 헐떡이게 됩니다. 거울 속 모습은 더욱 처참했습니다. 두 눈꺼풀은 한없이 묵직했으며, 무력감에 생기조차 없는 표정으로 저는,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마 그의 표현을 인용하자면 저 또한 "유감스럽게도 쉽고 편안하게 사는 법을 알지 못했던"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은 고민해 봤자 바뀌는 게 없으며, 앞으로 생길 일에 대해서 앞서 고민해 봤자 어차피 인생은 맘처럼 되는 게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돌발적인 변수들이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발을 걸 테니까, 아무리 고민해도 정답은 없다는 걸 우리는 알면서 중독처럼 그 고민의 그림자를 놓칠세라 끊임없이 쫓아갑니다.



“우리는 강해지기 위해 불필요한 노력을 하곤 한다.

하지만 때때로 일이 흘러가는 대로

놓아두는 편이 좋을 때도 있다.”

- 헤르만 헤세




우리에겐 <데미안>이라는 작품으로 친숙한 작가 헤르만 헤세 또한 저처럼, 또 이 글을 읽는 당신처럼 밤이 길고 고단했던 것 같습니다.


허나 그는 고통을 회피하고 외면하는 방법이 아닌, 그 고통을 적나라하게 마주하며 온전히 받아들이는 방법을 택한 모양입니다.


아무리 큰 시련이 닥쳐도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진지하게 살아내려 애쓸 것이며,  암울했던 날에 대한 기억도 아름답고 성스러운 추억임을 아는 사람이니까요.




한 장, 한 장 읽을 때마다 어두운 밤 골목에서 그의 발자국을 뒤따라 걷는 느낌이었습니다.

그의 문장은 고독하고 쓸쓸하며 허전했지만, 그만큼 지독하게 아름다웠습니다.








줄거리
밤의 사색







지상의 법칙에 순응하지 못하는 이들을 향해

헤르만 헤세가 들려주는 치유의 목소리



당대 최고의 시인이자 작가였던 헤르만 헤세가 살아가며 사랑하며 사색했던, 그중에서도 힘들고 고통스럽고 긴장되고 떨리는 순간을 치유의 언어로 정갈하게 길어올린 산문과 시편들을 모았다. 헤세는 스스로 말했듯이 “유감스럽게도 쉽고 편안하게 사는 법을 알지 못했던” 사람이다. 아침에 일어나고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다시 잠자리에 드는 것조차 순응하지 못해 방황하고 고통을 겪고, 그로 인해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어떤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행위들이 그에게는 왜 그토록 고통스럽고 힘겨웠을까? 그는 고뇌의 근원을 찾아 동양과 서양, 신과 자연, 현실과 이상, 삶과 죽음을 근원적이고도 조화롭게 탐색한다. 그리하여 정신의 족쇄를 풀어주는 치유의 언어, 깊은 통찰력으로 얻은 순도 높은 영혼의 언어를 탄생시켰다. 타인을 배려하고 부드럽게 감싸는 것은 배려와 위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헤세의 사색은 분명 위안과 안식, 신선한 자극을 주는 동시에 일상의 행복, 자연의 아름다움, 작은 기쁨, 사랑의 위대함을 다시금 깨닫게 해줄 것이다.











문장 수집
밤의 사색 속 문장들









이것 또한 끝이 없다. 이런 수많은 순간 중에서 나는 어떤 것을 날려버리고 어떤 것을 기억에서 지우고 싶을까?


없다. 단 하나도 없다. 가장 괴로운 기억일지라도 지우고 싶지 않다.


# 9p





이미 지나가버린 날들의 즐거운 추억을 되새기는 것은 그때의 쾌락을 곱씹는 일일 뿐 아니라 행복과 그리움과 낙원을 항상 새롭게 만끽하게 해준다.


그 짧은 순간에 얼마나 많은 생기와 온기와 빛을 얻을 수 있는지 경험해본 사람은 매일매일 새롭게 주어지는 일들을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려 할 것이다.


그리고 아픔마저 담담히 받아들일 것이다. 아무리 큰 시련이 닥쳐도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진지하게 살아내려 애쓸 것이다.


암울했던 날에 대한 기억도 아름답고 성스러운 추억임을 알기 때문이다.


# 11p





타인을 배려하고 부드럽게 감싸는 것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가장 잘할 수 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생각에 잠기는 외로운 시간을 정적 속에서 보내본 사람만이 따뜻한 시선과 사랑으로 사물을 가늠하고


영혼의 바탕을 보고 인간적인 모든 약점을 관대하게 이해할 수 있다.


# 20p





우리는 서로의 낯선 운명에 눈물을 흘리고, 자신의 운명을 이야기하며 다시 새롭게 내 운명을 사랑하게 되리라.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각자의 인생을 다른 사람에게서 다시 발견하게 될 것이고, 우리의 연대는 점점 넓어질 테고,


줄의 끝과 시작이 우리 손에 들렸으니 지역과 성별을 뛰어넘어 함께 그 줄을 당길 수 있으리라.


이 줄을 커다란 하프 줄처럼 뜯으며 우리의 공통된 삶을 노래하고, 혼자 하지 못했던 영원한 깨달음을 차츰 깨우쳐 갈 수 있으리라.


# 47 p





‘투쟁’에서 아무런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된 이래 나는 투쟁하지 않고 고결하게 고통받으며 침묵을 우위에 두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투쟁을 버리고 고통을 택하는 길을 발견했고, 결코 부정적이지 않은 인내의 의미를 알았고, 공자와 소크라테스와 그리스도교가 똑같이 권하는 ‘미덕’을 찾았다.


# 61p





선이든 악이든 그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기.


# 68p





인간 정신은 어떤 사물을 아름답다고, 어떤 사물을 밉다고, 어떤 사물을 좋다고, 어떤 사물을 나쁘다고 했다.


인간 정신은 삶의 한 토막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또 다른 토막에는 살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인간 정신은 그렇게 젊고 돌박적이고 이상했다.


# 71p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려워하면 오늘과 현재를 잃게 되고, 그리하여 현실을 잃어버리게 된다.


오늘에게 시간과 관심을 넉넉히 허락하라!


# 71p





환생의 목표와 끝은 평화와 안식이 아니라 언제나 새로운 자기 파괴와 새로운 자기 형성이다!


# 81p





“나는 자살에 대해 도덕적 판결을 내리진 않지만 실제로 단행된 자살에 대해서는 다른 종류의 죽음 못지않게 존중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삶에 염증을 느끼고 급기야 자살로 생을 마감하겠다는 생각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부터 동정을 받으려는 알량한 의도에서 나왔다면, 그런 사람하고는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습니다.”


# 83p




그렇지만 우리는 미래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하고 운명을 사랑하게 된다.


다시 밝은 빛을 보려면 고난과 절망을 뚫고 나아가야 한다.


# 87p




예술가란 스스로 살아가며 성장한다고 느끼고, 자기가 쓰는 힘의 근원을 알며, 내재된 고유한 법칙에 따라 그 근원 위에 자신을 세우고자 하고 세워야만 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들은 저급한 행동이나 표현을 하지 않는다.


# 96p




우리는 휴식조차 조바심을 내며 바쁘게 즐긴다.


일할 때와 거의 똑같이. ‘가능한 한 많이, 가능한 한 빠르게’가 우리의 목표가 되어버렸다.


그 결과 쾌락은 더 많아졌지만 기쁨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 105p




적당히 즐겨야 즐거움이 두 배다!


그리고 작은 기쁨을 소홀히 하지 마라!


# 106p




한 뼘의 하늘, 정원의 초록 나무. 울타리, 튼튼한 말, 멋진 개, 삼삼오오 떼 지어 가는 아이들,


아름답게 감아올린 여인의 머리, 그 모든 것을 우리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


눈을 떠 자연을 볼 줄 아는 사람은 거리를 걸어가면서 단 1분도 허비하지 않고 소중한 것들을 목격할 수 있다.


그런데도 눈은 절대로 피곤하지 않고 오히려 더 맑아지고 더 좋아진다.


설령 흥미 없게 보이거나 흉하게 생겼더라도 모든 사물에는 그 나름대로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보려는 마음이 있으면 그것을 볼 수 있다.


# 109p




인생은 덧없고 잔인하고 어리석지만 그럼에도 화려하다.


# 112p




사랑에 빠지기는 쉽지만 진정으로 사랑하기는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 115p



그대, 혼자 멀리 떨어져 있는 슬픈 그대여, 


이따금 좋은 글귀와 시를 읽고, 아름다운 음악과 멋진 풍경과 살면서 겪었던 순수하고 좋았던 순간들을 떠올려보라!


그대가 진심으로 그렇게 한다면 기적이 일어나 현재가 더 즐거워지고 미래가 든든해 보이며 인생이 더 사랑스러워 보이리라!


# 117p




인내는 인간에게 가장 어려운 고행이다. 인내는 가장 힘든 일이면서 동시에 배울 가치가 있는 유일한 일이다.


모든 자연, 모든 성장, 모든 평화, 모든 번영,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인내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인내는 시간과 침묵과 신뢰를 요구한다.


또한 인내에는 일생보다 훨씬 더 긴 시간에 대한 믿음, 개인의 통찰로 깨달을 수 없는 연관성에 대한 믿음도 필요하다.


‘인내’와 더불어 내가 말할 수 있는 소중한 미덕은 믿음과 신앙, 지혜, 천친난만함, 소박함이다.


# 134p




예술가의 종착지이자 목적지는 이제 예술이나 작품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단념하는 것, 영혼의 평온과 거룩함을 위해 콤플렉스와 고뇌에 사로잡힌 편협한 자아를 버리고 희생하는 것이다.


# 138p



어차피 예술가는 자기 인생에서 이룬 성과와 자기변명을 모두 자신의 작품에 옮겨 자신의 작품이 지니는 의미를 과장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니 어쩌랴.


# 140p



“정말 슬픈 일이군요. 살다보면 그렇게 슬픈 일이 많지요.


저도 그럴 때가 많습니다. 슬픔을 견디려 애써보지만 소용이 없을 땐 포도주를 한 병 마셔보세요.


그것도 도움이 안되면 머리에 대고 총을 쏘는 방법도 있다는 걸 잊지 마시고요.”


# 148p



우리는 적어도 한 번은 모든 판단을 버리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 무의식의 표현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그대로,


도덕심이나 의협심, 근사란 겉모습을 모조리 떨쳐버리고, 우리의 충동과 욕구, 불안,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


그런 원점 상태에서 비로소 우리는 다시 실제의 삶을 위해 가치관을 세우고, 긍정과 부정, 선과 악을 명확하게 구분하며, 규율과 금지사항을 정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 163p



“네가 고통스러운 까닭은 고통을 겁내기 때문이다. 네가 아픈 까닭은 고통을 막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고통에서 도망치지 말고, 탓하지 말고, 겁내지 마라.


고통을 사랑하라. 너는 이미 스스로 모든 것을 알고 있따.


유일한 마법, 단 하나의 힘, 구원과 행복이 마음속에 있고, 그것의 이름이 사랑이라는 것을 너는 이미 알고 있따.


그러니 고통을 사랑하라! 거부하지 말고 도망치지 마라! 고통에 담긴 은밀하고 깊은 달콤함을 맛보라!


고통을 마지못해 억지로 받아들이기 마라!


무엇보다 고통에 대한 거부감이 내게 아픔을 주는 것이지, 고통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다.


고통은 고통이 아니다. 죽음은 죽음이 아니다.


귀 기울여 들으면 고통은 훌륭한 음악이 된다.


그러나 너는 고통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너는 항상 고통의 음악과 어울리지 않는 독특한 음악에 사로잡혀 있고, 거기서 벗어나려 하지도 않는다.


내 말을 들어라! 내 말을 듣고 잘 기억하라.


고통은 아무얷도 아니다. 고통은 망상이다.


오직 너 혼자 만들어내고 혼자 아파하는 것이다.”


# 172p



세계는 아름답고 열정적으로 돌아갔지만, 회전축은 삐걱거리고 연기가 피어났다.


# 173p



오, 나는 안다


편안한 날을 맞이하자마자 우리는


새로운 것에 대한 그리움으로


평화와 휴식의 나날을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 187p




세상이여, 안녕


예쁘게 꾸며 다시 윤기 흐르는 젊음이 되거라


우리는 그대가 주는 행복과 고난을


넉넉히 누렸노라


# 19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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