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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인J씨 Mar 12. 2024

오늘의 메뉴 : 비트코인 못하는 사람

장소 : 인천 구월동 라무진




오늘의 메뉴 : 양 갈비와 마늘밥

양 고기 특유의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고소한 고기 육즙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기분까지 든다. 부드럽게 씹히는 양 고기에 알맞게 구운 숙주와 같이 먹으니 고소함이 확 올라다. 더구나 알싸함은 사라지고 건강한 마늘의 단맛이 가득한 마늘 밥까지!

양 갈비만으로도 너무나도 맛있는데 곁들여지는 음식마저 고급스럽게 매력 있어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내 존재가 초라하게 느껴질 때면 양 갈비를 먹는다. 좋은 음식으로 내 스스로를 대접한다. 계산할 때 손이 살짝 떨리지만…. 어쩌다 한번은 괜찮다!






뉴스에 나와 떠드는 사람들은 원래 항상 시끄러웠으니 그려려니 한다. 하지만 요즘은 주변이 시끄럽다 못해 머리가 아프다.


"2천만 원 때에 샀어야 했는데. 그때 내 말 듣지."

"아직 안 늦었다니깐. 난 이미 전재산 들어갔어."

"지금까지 천만 원 넘게 번듯?"

"1억 넘을 거야. 지금이라도 들어가."


데자뷔가 아니다. 몇 년 전 재테크 열풍이 일어 았을 때보다 더 심한 것 같다. 2천만 원이었던 비트코인이 1억이 되었다. 가상 화폐가 1억이라니. 놀랍다 못해 어이가 없다.

아파트에 가격이 써 붙어있는 게 아니니 그저 스쳐 지나가면 그만인데 코인과 주식은 가격 그 자체니 피할 수가 없다. 1억이라니. 요즘 1억은 1억이 아니라는데…. 난 없는걸.


"내가 아는 사람은 코인으로 16억 벌었대."


대박이다. 부럽다. 나만 '억'이 없나? 아니 다들 어떻게 그렇게 억을 버는 거야?

그들의 노력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다. 그 강단과 용기. 실행력. 참을성. 대단하다. 존경스럽다. 하지만 난 이 대화에서 도망치고 싶다.


"코인 얘기 말고 우리 다른 얘기 할까? 난 코인을 못해서 말이야."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친구. 아마 친구는 내가 코인을 안 한다고 이해를 했을 거다. 안 하는 게 아니라 정말 못하는 건데. '주식하면 망한다!'라는 고정관념이 부서지고 모두가 '십만 전자'와 '도지코인'을 외칠 때 나라고 가만히 있었겠나? 돈을 쫓개미는 홀린 듯이 적금과 예금을 깨고 인생 처음으로 주식을 사봤다. 업비트도 깔았다. 결과는 나 자신을 알게 되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High Risk High Return)


난 하이 리스크를 못 버틴다. 그릇이 작고 간이 콩알만 하다. 인정했다. 난 코인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놈이 아니다.


'아이고 시끄럽다.'


그렇지만 이건 정말이지 너무 요란하다. 아무리 귀를 막고 눈을 가려도 1억이 마음에 콕하고 박혀있으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누가 내 귀에 도청… 아니, 머릿속에서 1억 좀 지워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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