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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인J씨 Mar 10. 2024

오늘의 메뉴 : 미지근한 온도의 관계

장소 : 강남 '알부자'






오늘의 메뉴 : 알찜과 식혜

매콤하고 자극적인 양념에 고소하게 톡톡 터지는 알과 아삭아삭한 콩나물.

매운맛에 다음 날 속 쓰림이 걱정되지만 멈출 수 없다. 마지막 으깨진 알이 섞여있는 양념으로 만든 볶음밥까지 꼭 먹어야 한다. 그리고 볶음밥을 주문하면 단비처럼 나오는 식혜! 달달한 식혜가 매운 속을 달래주며 최고의 입가심 음료가 되어준다.


술안주로 딱이지만 술을 안 마셔도 좋다. 우리들의 이야기가 씁쓸하고 달달하다. 마치 술처럼 말이다. 처음 먹어봤는데 알찜은 꽤 괜찮은 이야기 안주였다.






'나 혼자 산다'를 종종 보는데 최근 전현무와 기안 84편에서 공감되는 문장이 나왔다.



"연락을 자주 한다고 해서 더 친해지는 것도 아니고 연락을 안 한다고 해서 소원해지는 것도 아니에요."

(대충 이런 뉘앙스!)



내게는 1년에 한 번씩 보는 친구가 있다.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이다.

사는 곳이 멀어 약속을 잡으려면 큰 각오가 필요하다. 중간 지점으로 장소를 잡아도 한 시간 정도 걸린다. 그래서 보통은 내가 양보해서 친구가 그나마 가까운 곳으로 간다.


친구를 너무나도 격하게 사랑하기보다는 인천은 어디를 가도 한 시간 이상이 걸리니 '너라도 조금이나마 편하게 와라!'라는 마음이다. (이게 애정인가?)


"그렇게 1년에 한 번씩 만나면 안 어색해?"


라고 질문을 한다면…. 우리의 온도는 뜨거웠던 적이 없다. 이 친구들이랑 만나면 오히려 오두방정을 안 떨게 된다. 만나자마자 하는 질문은 보통 "뭐 먹을래?"다. 오랜만에 만났다고 특별하게 오버하지 않는다.


음식점에 가서 먹고 싶은 메뉴를 시키면 그때부터 우리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친구의 걱정이 듣다 보면 나의 걱정이고 내 고민은 친구의 고민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1년 동안 쌓인 얘기를 한 번에 우르르 쏟아내지도 않는다. 친구가 얘기하고 내가 얘기하고 그렇게 대화를 하다 보면 보통 8시면 헤어진다.  너무 어둑하지도 너무 밝지도 않은 그 애매한 저녁시간에 말이다.


적당한 미지근한 그 관계의 온도. 그 온도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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