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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인J씨 Apr 02. 2024

오늘의 메뉴 : 미안하새우

장소 : 강화도 오스테리아 폰타나


오늘의 메뉴 : 새우 비스크


 파스타 면은 거기서 거기라는 편견이 부서진 곳. 익힘이 딱 좋다. 적당히 씹히는 그 식감과 딱 알맞은 두께감. 면 전체에 배어있는 고소하고 달달한 새우 맛이 일품이다. 이것이 육수의 힘인가?! 파스타 면만 먹을 때도 새우를 먹는 것 같다. 적당히 오일리하고 뿌려져 있는 치즈로 약간 고소하지만 전체적으로 살짝 매콤한 것이 묘하다. 가득 들어가 있는 작은 새우들과 껍질을 까야하는 큰 새우 세 마리가 재미까지 준다.


 가벼운 농담을 별로 안 좋아했다. 사람이 괜히 가벼워 보이잖아. 그런데 요즘은 농담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모두가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 그런 농담. 파스타에 들어가 있는 새우 같은 농담하새우?







 난 절대 '그런' 어른이 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다들 해봤을 거다. 학교에서든 사회에서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어른들이 있다. 뉴스나 드라마에서 보는 악인과는 다르다.


"점점 예뻐지네? 외모에 돈 써?"

"이런 간식 사느라 돈 쓰지 말고 점심이나 사."


말이 얄밉다 못해 고슴도치처럼 뾰족뾰족하다. 아니다. 고슴도치는 귀엽기라도 하지. 대체 말을 왜 저렇게 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대놓고 '나 쓰레기야!' '나 나쁜 놈이야!'은 아니다. 정말 악의 없이 상대방 기분은 생각 안 하고 툭 던지는 말이다. 애매모호한 빈정거림에 화를 내면 나만 쪼잔해질까 봐 입을 다물고 있는데 통통 튀는 가벼운 말투로 쑥 껴든다. 


"어이구, 누구는 돈으로 술만 마셔대서 못생겨지는데, 외모에 투자해서 예뻐지다니. 대단해~"

"늙은이라서 밥밖에 몰라~ 평생 밥만 먹다가 회사생활 마무리할 건가 봐~."


기분 좋게 장난스러운 말대꾸. 크고 작은 웃음소리에 분위기가 바뀐다. 뾰족하게 상처 주는 말은 장난이 담겨있는 말로 사라질 있다. 이건 젊은 사람이 있는 경지가 아니다. 경력과 세월이 필요하다. 억지로 웃기려고 하지 않는다. 일부러 섞이려고 하지 않는다. 한발 떨어져 지켜보다 농담이 필요할 때 은근슬쩍 끼어든다.


"부장님도 참, 말이 그렇다는 거죠."

"박대리 착한 거 나는 알지~. 다들 점심이나 먹으러 가지."

  

난 정말 그런 어른이 되어야지. 아직은 내 인생사로는 이런 게 고작이다.


미안하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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