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 강화도 오스테리아 폰타나
오늘의 메뉴 : 새우 비스크
파스타 면은 거기서 거기라는 편견이 부서진 곳. 익힘이 딱 좋다. 적당히 씹히는 그 식감과 딱 알맞은 두께감. 면 전체에 배어있는 고소하고 달달한 새우 맛이 일품이다. 이것이 육수의 힘인가?! 파스타 면만 먹을 때도 새우를 먹는 것 같다. 적당히 오일리하고 뿌려져 있는 치즈로 약간 고소하지만 전체적으로 살짝 매콤한 것이 묘하다. 가득 들어가 있는 작은 새우들과 껍질을 까야하는 큰 새우 세 마리가 재미까지 준다.
가벼운 농담을 별로 안 좋아했다. 사람이 괜히 가벼워 보이잖아. 그런데 요즘은 농담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모두가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 그런 농담. 파스타에 들어가 있는 새우 같은 농담하새우?
난 절대 '그런' 어른이 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다들 해봤을 거다. 학교에서든 사회에서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어른들이 있다. 뉴스나 드라마에서 보는 악인과는 다르다.
"점점 예뻐지네? 외모에 돈 써?"
"이런 간식 사느라 돈 쓰지 말고 점심이나 사."
말이 얄밉다 못해 고슴도치처럼 뾰족뾰족하다. 아니다. 고슴도치는 귀엽기라도 하지. 대체 말을 왜 저렇게 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대놓고 '나 쓰레기야!' '나 나쁜 놈이야!'은 아니다. 정말 악의 없이 상대방 기분은 생각 안 하고 툭 던지는 말이다. 애매모호한 빈정거림에 화를 내면 나만 쪼잔해질까 봐 입을 다물고 있는데 통통 튀는 가벼운 말투로 쑥 껴든다.
"어이구, 누구는 돈으로 술만 마셔대서 못생겨지는데, 외모에 투자해서 예뻐지다니. 대단해~"
"늙은이라서 밥밖에 몰라~ 평생 밥만 먹다가 회사생활 마무리할 건가 봐~."
기분 좋게 장난스러운 말대꾸. 크고 작은 웃음소리에 분위기가 바뀐다. 뾰족하게 상처 주는 말은 장난이 담겨있는 말로 사라질 수 있다. 이건 젊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경력과 세월이 필요하다. 억지로 웃기려고 하지 않는다. 일부러 섞이려고 하지 않는다. 한발 짝 떨어져 지켜보다 농담이 필요할 때 은근슬쩍 끼어든다.
"부장님도 참, 말이 그렇다는 거죠."
"박대리 착한 거 나는 알지~. 다들 점심이나 먹으러 가지."
난 정말 그런 어른이 되어야지. 아직은 내 인생사로는 이런 게 고작이다.
미안하새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