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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인J씨 Apr 12. 2024

이별 후 X년이 지났다.

그때 그 아이는 2.

"결혼은 안 해도 연애는 해야지."


연애 (戀愛)

명사: 성적인 매력에 이끌려 서로 좋아하여 사귐.

유의어 - 로맨스, 사랑, 애련

- 네이버 어학사전.


집안 어른들, 직장 상사들, 오래된 친구들. 심지어 안 지 얼마 안 된 모임 사람들까지.


"지금이 제일 예쁠 때인데 연애해!"


난 대한민국 33살 여자 사람이다.

나는 오늘도 연애하려고 노력 중이다.









최민우와의 3년은 하얗다. 너무나도 새하얘서 떠오르는 게 없다.


힘들다고 소리를 지르며 발광하는 최민우 옆에서 사람들 눈치를 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 나. 우리의 연애는 그랬다. 최민우는 스스로를 불행한 사람으로 낙인을 찍었다. 사랑받지 못한 채 세상에 나와 홀로 서있는 불쌍한 사람. 그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타인의 행동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지금 반말하시는 거예요?"


한 번은 택시기사님과 심하게 부딪혔다. 높아지는 언성에 결국 내가 나서서 말렸다.


"너 왜 내 편 안 들어? 저 XX가 먼저 반말을 하잖아!"

"딱 봐도 아버지 연배에다가 우리를 무시하거나 그런 말투도 아니…."

"X발, 내가 잘못했다 이거야?!"

"아니야. 내가 미안해. 그냥 그 상황을 빨리 끝내고 싶었어."


내가 애원하듯이 사과를 해야 했다. 그래야만 최민우 화가 가라앉았다. 


"나도 미안해. 요즘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모르겠어."


어느 날 최민우가 울면서 말했다. 불같이 화를 내고 무섭게 굴다가도 한없이 무너졌다. 또 누구보다 외로워했으면서 주변 사람들을 도망치게 만들었다. 밝고 유쾌하던 시절 만들었던 많은 인맥이 끊겼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진심으로 그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조금은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걱정조차 최민우는 의심했다.


"내가 불쌍하냐?! 동정해?!"


어떻게 하면 망가질 수 있는지 어디까지 밑바닥을 찍을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시험하는 것 같았다.


대체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거지?


제발 정신 좀 차리라고 매달려봐도 최민우는 변하지 않았다. 그때쯤 알게 되었다. 아, 나는 최민우에게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구나. 왜냐? 그는 날 사랑하지 않고 난 그를 사랑하지 않으니깐.


"너에게 미안해라고 말하지만 미안하지 않아.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사랑하지 않아. 너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


내 몸과 머리, 마음이 온통 따로 놀았다. 내 모든 것이 부조화스러웠다.


난 너에게 뭐니?


친구들이 장난으로 등에 붙인 낙서장, 깜빡 잊고 자르지 못한 상표. 무엇이 되었든 사람은 아니었다는 것이 내 결론이었다. 그렇게 헤어졌다. 이별은 3년이라는 기간에 비해 너무나도 쉬웠고 싱거웠다.


최민우는 나를 붙잡지 않았고 오히려 내가 먼저 이별을 꺼낸 거에 대해 자존심을 상해했다. 매일같이 나를 붙잡고 신세한탄을 했던 그는 보란 듯이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여자친구를 사귀었다. 그런 행동에 작은 미련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다.


동정도 정이라 마음을 나눌 수 있을 줄 알았다. 오만이고 착각이었다. 


이별 후에 난 휴학을 했고 최민우는 졸업을 했다. 그렇게 5년 만에 처음으로 최민우 소식을 들었다.

그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


혹여나 지하철에서 마주칠 일도 없다. 길거리에서 스쳐 지나갈 일도 없다.


'넌 정말 연애했을 때도 헤어지고 나서도 지금도 최악이구나.'


슬프지는 않았다. 그저 씁쓸했다. 보이지 않은 작은 상처가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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