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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인J씨 May 21. 2024

오늘의 메뉴 : 입을 다물어야 할 때

장소 : 영흥도 삐죽이 백합 칼국수


오늘의 메뉴 : 백합 칼국수


 백합이라니. 바지락만 알던 내가 백합이라는 조개를 처음 보았다. 이름에서 오는 희고 하얀 고급스러움에 낯설 뻔했는데, 막상 보니 엄청나게 큰 바지락이었다. 백색은 보이지도 않는데 왜 이름이 '백합'일까? 그 이유는 '백가지 무늬를 가졌다.' 해서 백합이란다.

 큰 껍데기에 걸맞게 알맹이고 어찌나 크고 통통한지. 하나만 입에 넣어도 씹히는 맛이 가득이다.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에 백합을 까먹다가 적당한 타이밍에 칼국수면을 넣어주면 되는데... 이거 백합이 좀 아쉽다. 백합탕으로 주문할걸.





 가끔 사람은 선은 넘는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도 아니고 훅! 하고 훌쩍 넘어버리니 당하는 입장에서는 당황스럽다 못해 서럽다. 


"그거 남자친구가 선물해 준 거야?"

"아, 네. 생일이라고 사줬어요."

"너무 예쁘다. 딱 자기 거네."


 딱 기준 좋을 정도의 호들갑에 살짝 부끄러운 듯 감사인사를 건네면 끝나는 대화다. 어제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이제 감사 인사를 건네려고 하는데.


"얼마짜리인지 찾아볼까? 어느 브랜드야?"

"네?"

"에? 이거 백화점 브랜드가 아니네?"

"에?"

"어머, 이거 로드샵거인 가봐. 너무 싼 거 아니야?"

"?"


 갑자기 선을 넘어 훅 들어온 말에 멍하니 있다가 화들짝 놀라며 다시 정신을 차린다. 대체 왜 그러는 걸까? 보기만 하면 기분 좋았던 선물이 어떤 넘는 사람 때문에 얼룩이 져버렸다. 이제 선물을 보면 사람의 말들이 꼬리표처럼 따라오겠지.


 안 물어봤다고! 안 궁금하다고!

 제발 우리 입 좀 다물어야 할 때는 다물자고요! 조개처럼 꽉!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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