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상의 경험을 비즈니스 인사이트로 바꾸는 매일의 기록'
0415.
얼마 전, 파트너사 행사 참석을 위해 해외 컨벤션 행사에 참여할 일이 있었다.
3박4일 일정동안 줄곧 동행했던 일행 중 한 사람이 유독 내 눈에 띄었다.
40대 초반의 행사 진행을 맡은 파트너사의 총괄 디렉터였다.
그녀가 들고있는 가방이며, 지갑, 악세사리는 물론 심지어 물건을 담는 에코백까지 죄다 명품 로고가 박혀 있었다.
처음엔 '된장녀인가?' 하는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물건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음이 느껴져 궁금증이 커졌다. 자세히보니 시중에서 볼 수 있는 아이템들이 아니었고, 심지어 어떤 아이템들은 저런 것들도 저 브랜드에서 나오나 싶을 정도로 조악한 제품들도 있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한 나는 저녁자리에서 결례를 무릎쓰고 질문을 던지고 말았다.
'상무님. 혹시 이건 어떤 제품이에요? 한번도 못 본 제품 같은데?'
그녀의 반응은 놀라웠다.
'어머, 어떻게 아셨어요? 이거 파는 거 아니에요.'
'파는 게 아니면 뭐에요? 비매품인가요?'
'아뇨. 이거 제가 만든거에요.'
'네? 직접 만들었다구요?'
그제서야 그녀의 물건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오래되서 못쓰게 된 낡은 명품백, 명품을 살 때 가방을 감싸고 있던 더스트백, 사은품으로 함께 주는 에코백 등 소재나 로고를 활용해서 새로운 아이템으로 부활시키는 '리폼' 제품이었던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 순간까지 나는 '명품 리폼'이라는 단어를 그저 일부 명품 마니아들의 취미쯤으로 여겼었다. 가방 하나를 고쳐 쓰는 것. 그게 트렌드라고까지 부를 수 있는 일인가 싶었다.
그런데 그녀를 통해 '명품 리폼'에 대해 설명을 듣는 순간, 생각이 달라졌다.
명품 리폼(Luxury Reform)이란, 가방, 신발, 지갑 등 명품 제품의 원형을 살리거나 변형하여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을 말한다.
과거엔 망가지거나 오래된 명품을 다시 쓸 수 있도록 복원하는 수선 작업을 의미했으나, 최근 유행하는 명품 리폼은 과거의 그것과는 결이 좀 다르다.
찢어진 부분을 꿰매고, 변색된 가죽을 염색하고, 낡은 금속 부자재를 교체하는 수준을 넘어서, 아예 디자인 자체를 바꾸거나 가방을 해체해 전혀 다른 아이템으로 재탄생시키는 일종의 리디자인 작업의 개념으로 확장된 것이다.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니 이미 서울 성수동과 청담동 일대에만 명품 리폼 전문 공방이 수십 곳에 달한다. 대기 기간이 두 달, 세 달은 기본이고 인기 공방은 6개월 웨이팅도 마다하지 않는 고객들로 예약이 꽉 차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명품리폼' 해시태그가 수십만 건을 넘겼고, 유튜브에는 리폼 과정을 담은 영상들이 조회수 수백만을 훌쩍 넘기며 쌓이고 있다.
'가방 하나를 고쳐 쓰는 것'이 이 정도의 문화가 됐다면, 분명히 그 안에 읽어야 할 무언가가 있구나 싶었다.
기획자로서 나는 그 '무언가'가 궁금해졌다.
그렇다면 왜 리폼일까?
명품 리폼 문화를 단순히 '절약 정신'으로 읽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건 너무 단순한 접근이다. 단순히 새 명품을 살 돈이 없어서 리폼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명품 리폼 비용은 결코 저렴하지 않다. 루이비통 가방 하나를 풀리폼 하는 데 드는 비용이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백만 원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그 돈이면 인기모델은 못사도 신품 보급형 가방 정도는 살 수 있는 금액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리폼을 선택한다. 왜일까?
기획자의 내 눈엔 세 가지 현상이 보였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