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가장 큰 이질감을 느꼈던 분야가 한국에는 없는 딥 문화이며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 분야이다. 이 팁 문화는 유럽의 귀족사회에서 하인들에게 주던 관습이 미국에 전해졌고 미국에서는 부의 과시 형태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이것이 대중화되면서 그 비율도 점점 올라가는 추세이다.
오래전 이야기라서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독일에서 공부할 때의 팁의 개념은 계산서에 큰 단위로 떨어지도록 주는 개념이었다. 예를 들면 $8.60의 계산서가 나왔다면 $9.00를 주는 방식이었다. 물론 학생 때여서 그랬을 수도 있었지만, 그때는 팁이 그렇게 크게 부담이 되지 않았는데 미국에서는 그 팁이 점점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 팁을 받는 서비스 업종은 최저 임금을 적용받지 않고 팁 플러스 기본급이 최저 임금을 넘으면 되기 때문에 고용주에게도 이익이 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업원 입장에서는 팁이 없으면 생활이 안 되는 중요한 수입원이 되었다. 특히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업주와 종업원에게 모두 어려운 시기였으므로 자연스럽게 비율도 높아지고 거의 반강제적으로 영수증에 징수를 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게 되었다.
보통 생각하기에 서비스를 받은 사람은 감사의 표시로 얼마의 팁을 주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음식점 같은 데서는 계산서의 15%~25%까지 영수증에서 선택하도록 강요하고 있으며 어떤 곳은 음식 가격의 30%까지도 선택하도록 강요받기 때문에 많은 미국인들이 불편해한다.
그래서 팁이 부담이 되는 사람들은 팁을 주지 않아도 되는 TOGO(주문하여 식당에서 먹지 않고 집으로 가져가는 것)를 해가는 데 사람에 따라서 투고를 해도 약간의 자율적 팁을 놓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 한인 사회에서도 가끔 팁에 대한 불만사항으로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오는데, 얼마 전에는 4명이 냉면을 먹었는데 영수증에 선택이 아닌 강제로 18%를 계산했다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보통 식당에서는 5명 이상 그룹 식사를 할 때는 팁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강제로 계산서에 포함이 되어 나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팁이 부담이 되는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싶을 때 TOGO를 하거나 아예 가지 않고 집에서 해결하려 한다. 나도 몇 년 전에 아들과 자장면을 먹으러 한인 식당에 갔는데 자장면 두 그릇에 세금과 팁을 합하여 $40.00을 지불하였다. 나는 보통 음식값의 20%를 팁으로 주어 왔는데, 이날은 서비스도 형편없었고 맛이 정말 없었다. 그래서 그 후로는 자장면이 먹고 싶으면 집에서 내가 스스로 해 먹고 있는데 아들은 내가 해주는 자장면이 더 맛있다며 잘 먹는다.
사실 서비스를 받고 그에 대가를 지불하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은 서비스가 형편이 없어서 팁을 안 주거나 조금만 주고 싶은데 거의 강제로 계산서에 넣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과 그 비율이 점점 더 높아진다는 것에 불만인 것이다.
만약에 업주가 이렇게 강제적으로 많은 팁을 요구하면 업주와 종업원에게는 좋을지 몰라도 이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불만이 쌓여 외식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집에서 해결한다면, 결국에 피해가 가는 쪽은 외식 사업을 하는 업주나 여기에 근무하는 종업원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 팁 문화가 본래의 취지대로 돌아가 서로 윈윈 하는 건전한 외식문화가 정착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