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코 모스카토 다스티
술을 못하는 것은 오랜 집안 내력이다. 우리 집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술을 잘하지도 즐기지도 않는다. 회사에 다니는 나와 동생은 이따금 회식에서라든지 지인들과 가볍게 몇 잔 마시는 정도가 전부다. 한 잔만 마셔도 내리 들이켠 사람처럼 붉어지는 얼굴을 사람들이 신기해할 때면 나는 대개 쑥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한다. “원래 한 잔만 마셔도 빨개져요.” 나의 테이블에는 물병과 컵이 항시 대기 중이다.
술을 마실 때 얼굴이 빨개지는 현상은 파헤쳐보면 사실 웃을 일은 아니다. 체내에서 독성물질로 바뀌는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한 탓에 혈액순환이 촉진되어 유독 얼굴이 빨갛게 보이는 것. 그렇다고 아예 금주를 선언하기에는 무리해서 마시는 편도 아닐뿐더러 적당한 사회생활도 필요한 법이니까. 나는 확실히 마시는 행위 그 자체보다 술을 매개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시시콜콜한 농담 따위를 주고받는 시간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술을 잘 못하는 내가 유일하게 찾아 마시는 술이 있다. 바로 모스카토 다스티 3대장 중에 하나인 사라코. 나에게는 낮은 도수와 달콤함, 살짝 탄산감이 있는 와인이 딱인데 사라코 모스카토 다스티는 이 모든 것을 충족시켜 주는 애정하는 술이다. 개인적으로 사라코 특유의 향긋한 단맛은 나머지 두 와인, 비에띠나 브리꼬꽐리아에 비해 훨씬 기분 좋은 감동을 선사한다.
모스카토는 이탈리아에서 부르는 청포도 품종을 의미한다. 결국 모스카토 다스티는 이탈리아의 피에몬테 아스티 지역에서 만들어진 모스카토 와인이라는 뜻이다. 최근에는 콜키지 서비스가 가능한 식당에서 차갑게 칠링한 사라코를 마르게리타 피자 그리고 파스타와 함께 먹었는데 조합이 기대 이상이었다. (이 날따라) 살짝 씁쓸한 파스타와 자칫 느끼할 수 있는 피자에 상큼하고 개운한 맛을 더해준 사라코에 박수를.
식당으로 가기 전, 사라코를 사기 위해 일산에 있는 주류 매장에 들렀다. 이곳에서 와인, 위스키부터 막걸리까지 다양한 술을 판매하고 있음을 알게 된 후로는 종종 방문하고 있다. 특히 2층에서는 다양한 와인은 물론 와인잔, 페어링 하기 좋은 치즈 등을 취급하고 있어 돌아보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음에는 추천받은 토소 피오코 모스카토 다스티와 로제 와인인 끌로 시본느 뀌베 프레스티지 카롤린 티부렌을 한번 시도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