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HOCK, 디지털시계와 함께하는 여행

Day 1, 센다이로 향하다.

by 트라벨러K

고도화된 첨단사회에서 우리는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삶에서 시간을 책임져주는 시계는 그 종류가 아날로그부터 스마트워치까지 다양하다. 이번에 다룰 주제는 디지털시계의 대표주자 중 하나인 G-SHOCK(지-쇼크)을 착용하고 떠난 일본여행이다.



G-SHOCK 카시오의 디지털시계 브랜드로, 브랜드의 이름인 GShock은 각각 중력(Gravity)충격(Shock)에서 따온 것으로, 이름 자체가 중력에 의해 떨어지는 충격을 견딜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작동하는 고성능 손목시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이 지샥 시계의 견고함은 카시오 연구원의 하나의 기획서에서 시작되었다.



이베 키쿠오(伊部菊雄, 1952~)


당시 신인이던 이베 키쿠오(伊部菊雄, 1952~)는 매월 신제품 계획서를 제출해야 했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은 이베는 "떨어뜨려도 부서지지 않는 시계"라고 대충 적어 제출하게 된다.


그렇게 성의 없는 기획서는 별 볼일이 없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다음날 돌아온 통보에는 그의 기획서가 채택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이 하나의 기획서로부터 G-SHOCK(지-쇼크)는 시작되었다.





ICN-NRT

전국여행이라는 큰 계획에 기대감이 앞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그렇게 새벽을 거의 깬 채로 보내고 공항으로 향한다. 도착하여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쉬고 있는 도중에 여행의 시작을 알려주는 것인지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고, 해를 바라보며 혼자서 감성에 젖어있었던 순간이었다.


이때 지샥이 알려준 일출시간은 꽤나 정확했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Master of G 시리즈의 레인지맨(2013년 출시된 GW-9400)을 착용했다. 이 모델의 특화 환경은 산악. 라이즈맨(Riseman) 라인업의 뒤를 잇는 등산과 생존 시계로 마니아들 사이에서의 애칭은 구냥이라고 불린다. 그 이유는 시계 뒤판에 나침반을 든 고양이가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설정한 도시를 기준으로 일출, 일몰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을 이용하면 일출시간이 대충 짐작이 가능하다.


일출, 일몰 시간이 표시된 GW-9400

SUNSET과 SUNRISE의 표시가 명확해 알아보기 쉽다. 날짜도 동시에 표시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TOKYO - SENDAI

나리타공항에 도착한 후 나는 이번 전국여행을 위한 열차이용을 위해 미리 구매했던 JR PASS(JAPAN RAIL PASS)를 수령하러 JR 동일본 서비스센터에 방문했다. 그렇게 패스를 잘 받고 나서 신칸센 탑승을 위해 미리 JR PASS 공식홈페이지를 통해서 예약해 두었던 나리타 익스프레스(N'EX)를 타고 도쿄역(東京駅)으로 향한다.


도쿄역(東京駅)에서 신칸센 탑승을 위한 표를 미도리노 마도구치(녹색 창구, みどりの窓口)에서 발권하면 된다.


하지만 나는 JR 동일본 서비스센터에서 그날 당일분의 모든 열차표와 미리 예약해 둔 나머지 열차표들도 받아왔기 때문에 미도리노 마도구치로 가서 발권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여유롭게 차내에서 먹을 간식과 마실거리를 사고 센다이로 향하는 도호쿠 신칸센 야마비코(やまびこ)에 탑승한다.

센다이역 (仙台駅)

여행 첫 번째 날은 그렇게 일정을 빡빡하게 정해두진 않았다. 아침부터 공항에서 이동하느라 에너지 소모가 꽤나 컸기 때문에 센다이에 도착해서 저녁밥을 먹고 다음 날 일찍 일어나 관광을 할 예정이었다. 저녁 6시경 센다이역(仙台駅)에 도착했다.




역에 도착하고 나서 5분 정도가 지났을까. 갑자기 핸드폰이 요란스럽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지진 속보였는데 혹시라도 큰 피해가 일어날까 봐 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있었던 센다이는 피해가 없었다.




그렇게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고 곧장 숙소로 향해 체크인과 함께 짐을 두고 저녁밥을 먹으려고 나왔다. 내가 여행을 갔던 날은 1월 1일 새해이다. 거리에 있던 거의 모든 음식점들이 영업을 하지 않는다. 알고 간 거여서 그렇게 문제 되는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30분 정도를 느긋하게 걷다가 내 눈에 들어온 음식점에 들어간다.


새해부터 소바를 먹고 싶어 주문한 소바세트와 레몬사와


저녁밥은 소바를 먹었다. 튀김이 먹고 싶었고 여러 종류의 음식들을 시켜 먹어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먹어도 배가 적당히 부를만한 양의 메뉴가 중요하다. 첫 스타트부터 너무 배가 부르면 그 뒤로는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날 먹은 소바는 공복에 먹어서 그런지 꽤나 배가 불렀다.


그렇게 무엇을 또 먹어볼까 생각하며 메뉴판을 펼쳤다.


말고기 회 (馬刺し)

말고기 회(馬刺し)이다. 이번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아쉬웠던 점이다. 배탈이 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먹지 않았다. 너무 도전적이지 못했다. 여행에 가면 특이해 보이는 음식, 처음 보는 음식, 생소한 음식은 한 번씩은 꼭 도전해 보자. 그것이 또 색다른 경험이 될지도 모른다.





숙소에 돌아와 아까의 지진경보의 원인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 원인은 바로 노토반도의 최대 7.7 규모의 지진이었다. 이 지진 때문에 뉴스에서 발생직후 일주일 동안 인명피해가 나왔다는 속보와 그 뒤로 전국 각지에서는 노토반도 지진의 피해자들을 위한 모금까지 진행되었다.





니시기시의 위치와 니시기시 역의 모습


이번여행이 전국여행이었던 만큼 노토반도도 방문예정이었다. 하지만 7.7이라는 생각보다 큰 수치에 나는 안전이 우선이라 생각했고 결국 노토반도의 니시기시 방문을 포기하게 되었다.


동일본 대지진의 참사가 떠올랐다. 여행에서는 최악의 경우의 수까지 생각해야 성공적인 여행을 할 수 있다. 미리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 놔야 문제를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노사기역이 나오는 장면


니시기시역 방문을 계획했던 이유는 애니메이션 꽃이 피는 첫걸음(花咲くいろは)의 배경 중 한 곳인 유노사기역(湯乃鷺駅)니시기시역(西岸駅)을 배경으로 한 것 때문이었다.




만화에 나오는 역명판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는 니시기시역


니시기시역은 노토 철도 나나오선의 역이며, 무인역이다. 역 애칭은 '오마키카제역'(小牧風駅)으로, 역에 부는 바닷바람과 역 앞의 지명인 오마키다이(小牧台)에서 따왔다.


만화 속의 배경을 직접 찾아가 보는 여행은 누군가에게는 시간낭비처럼 보일 수 있지만, 만화에 진심인 사람들이라면 그 장소를 직접 찾아가 본다는 게 정말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보았던 장면의 배경, 캐릭터의 표정, 행동들이 현재 존재하는 장소에서 새록새록 떠오르는데 그 순간만큼은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오로지 자신만의 시간이다.




오사키하치만 궁으로 가는 길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하고 레인지맨의 알람소리와 함께 나는 새벽 6시에 일어나 오사키하치만 궁으로 향했다. 디지털시계의 경쾌하고 귀를 간지럽히는 알람 사운드는 언제 들어도 매력이 넘친다.


알람을 듣고 있자면 시계가 나한테 말을 걸어주는 것 같다. "자 이제 일어날 시간이야! 나와 함께 새로운 모험을 떠나보자!"라고 얘기해 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오사키하치만 궁으로 가는 길이 너무 멀다. 어쩔 수 없이 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시내 관광지 순환 버스인 루플 센다이(る ー ぷる仙台)를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루플 센다이(るーぷる仙台) 승차장


루플 센다이(る ー ぷる仙台)는 JR센다이역 서쪽출구 버스터미널 16번 승차장에서 승차가 가능하다. 단 루플 센다이한쪽 방향으로만 운행한다.


왕복 운행을 하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잘못하면 열차시간 사이에 문화재를 보러 갔다가 시간을 못 맞춰서 열차를 놓칠 수도 있다.



첫 번째 행선지인 즈이호덴(瑞鳳殿)

즈이호덴(瑞鳳殿)은 센다이 번조(藩祖, 영주의 조상) 다테 마사무네(伊達政宗)를 모시는 영묘(霊廟)이다.


영묘란 선조나 위인을 모신 건물을 말한다.


구경만으로 마사무네공의 위풍을 느낄 수 있었다.


오사키하치만 궁 입구

두 번째로는 오사키하치만 궁으로 향했다.

새해라 그런지 축제가 진행 중이었다. 평소에는 없어야 할 점상들이 입구 안으로 쭉 늘어서있었다.



오사키하치만 궁 도리이를 지난 후의 내부


사람이 많아서 시간상의 이유로 가장 안쪽까지는 들어가 보지 못했다.


타코야키(たこ焼き)

아쉬운 대로 길거리 음식이라도 먹고 싶어서 타코야키(たこ焼き)를 하나 사 먹었다.


잘 구워진 빵, 두툼한 문어조각, 과하지 않은 양념 이 삼박자의 조화가 잘 어우러지는 맛있는 타코야키였다.


그렇게 센다이역으로 루플 센다이를 타고 다시 돌아가 열차 시간에 맞춰서 홋카이도로 향하는 신칸센에 탑승했다.


여기까지가 센다이에서의 여정이다.



디지털시계

그 존재가 나에게 주는 의미와 가치가 새롭다.


나는 아직 젊다. 하지만 오래된 역사, 스마트워치와는 다른 작동방식을 가진 아날로그나 디지털시계들과 함께할 때는 내가 손목에 시계를 얹었다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고 느껴진다.


더군다나 디지털시계에서 나오는 투박함과 세련됨은 오히려 내가 여행을 다니는 동안 입었던 어느 옷에라도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G-SHOCK을 차고 있자면 오래되고 가장 친한 친구를 늘 곁에 두고 있는 든든함과 너와 함께라면 어디든 헤쳐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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