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 권태기, 기태기(?)가 와버린 걸까요?
요즘 따라 업무가 권태롭게 느껴진다. 프로젝트의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고, 기획자를 비롯한 메이커들의 주도권 역시 점점 사라지는 듯하다. 사실 이런 상황이 한두 번이 아니다. 몇 번이나 사업적 방향성을 설정하려고 설득해봤지만, 일관성 없는 마이크로매니징과 그때그때 달라지는 의사결정이 동기부여에 자꾸 제동을 건다.
기획자는 기능만 설계하는 사람이 아니다. 하나의 기능이 어떤 가치를 전달하는지, 그리고 그 가치를 통해 어떤 사업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어떤 목표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지 방향성 설정을 할 생각이 없어보인다. 내가 생각하는 방향에 맞춰 작은 성과를 만들어내도, 그 성과를 반영하기보다는 원점으로 돌려버린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스스로 무력감을 느끼게 됐다.
이 상황에서 과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 그렇다고 이대로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다. 그래서 최근에는 나만의 작은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비록 큰 방향은 설정할 수 없더라도, 작은 부분에서 내 기획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기능을 도입할 때 가급적 비교할 데이터를 미리 확보하고, 소규모 유저 테스트를 진행해서 최소한의 피드백을 수집하는 방식으로 접근해본다거나 하는 것이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획의 가치를 입증하려는 시도다. 비록 이런 작은 성공들이 큰 방향을 바꿀 수 없더라도, 적어도 내 기획이 의미 있는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은 증거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솔직히 말해, 여전히 권태감은 가시지 않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시간도 직장인이라면 겪어야 할 하나의 시기라는 생각도 한다. 이러한 시기에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마냥 무력감을 느끼기보다는 이 시기에 다른 역량을 강화하는 시기로 삼아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지금 내가 원하는 해답을 찾지 못했다고 해서, 이 과정이 의미 없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기획자로서의 고민을 계속 해나가면서, 나만의 작은 성공 사례들을 꾸준히 만들어가는 것이 지금의 목표다. 완벽한 해결책이 아니더라도, 지금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작은 변화들을 일구어가고자 한다.
이 여정을 통해, 언젠가는 기태기(?)가 끝나고 다시 주도권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때가 오기까지 계속해서 나만의 길을 모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