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에서의 인간적 접근
AI 열풍이 지속되면서 첨단 기술이 사용자 경험(UX)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해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나 포함). 물론 신기술이 UX를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하지만, 종종 간과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는 바로 '인간적 요소'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사용자에게 더 풍부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람이 먼저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가 종종 간과하기도 하는 '인간적 요소'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개인적으로 사용자와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서비스를 좋아하는 편이다. 요즘에는 하도 비슷한 서비스들도 많고, 신기술도 이곳저곳에서 모두 도입하다보니 오히려 감성적인 접근이 서비스의 차별성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를테면, 제품이나 서비스에 따뜻한 메시지를 담아준다거나, 사용자가 서비스와 대화하듯이 상호작용하여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앱이 사용자의 중요한 일정을 상기시켜 줄 때, 단순히 알림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오늘 중요한 날이죠? 최선을 다하시길 바라요!" 같은 격려의 메시지를 더하는 것이다.
UX Writing의 대명사(?)인 토스에서도 대출을 모두 갚았을 때 '갚느라 고생 많았다'는 내용을 추가하고 지표가 엄청 좋아졌다고 한다. 이런 작은 배려(?)가 사용자 경험을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작년에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트래블월렛..? 트래블카드..?를 발급받은 적이 있었는데, 카드 배송오는 봉투에 "즐겁고 행복한 여행 되세요!"같은 인사가 써있었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행을 앞두고 설렘을 안은 고객들에게 기분이 좋아지는 한 마디를 건네는, 좋은 사용자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복잡한 기능을 구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사용자가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용자가 어떤 기능을 사용하고자 할 때, 그 과정이 직관적이지 않으면 당연히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가? 나도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설계할 때 최대한 단순하고 명확하게 만드는 것을 지향하는 편이다. 사용자가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할지, 다음에 어떤 동작을 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도록 말이다. 기획자로서 당연히 모두가 이를 지향하겠지만, 고민하지 않으면 간과할 때가 있다,,
웹3 서비스들은 탈중앙화, 투명성이라는 특징을 가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 어느 한 서비스에 독점당하지 않고 사용자가 자신의 데이터에 더 많은 통제권을 가질 수 있고, 그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되는지도 샅샅이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혁신이다. 하지만 코인이나 NFT를 한 번이라도 사 본 사람이 있다면 그 사용성에 절레절레했을 것이다.
꼭 이렇게 복잡하게 했어야만 했을까..? 나는 이걸 겪으면서까지 탈중앙화하고 싶지 않아...
나도 웹3 프로덕트를 담당하고 있어서, 초창기에 이 복잡한 사용성을 어떻게 해결하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결과적으론 어찌저찌 웹 2.5정도로 협의봄). 최근에는 많은 다른 서비스들도 이를 개선하고, 최대한 사용자 친화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듯 하지만, 시장 자체가 위축된 시기여서, 더 많은 혁신을 보지 못하여 아쉽다.
모든 사용자가 우리의 서비스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은 메이커들에게 정말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이다. 많은 서비스들은 다양한 사용자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는 '유니버설 디자인'에 집중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령 고객 또는 장애가 있는 사용자를 위해 음성 인식 기능을 통합하거나, 색맹 사용자를 위해 다양한 색상 스키마를 제공하는 것이다.
재준이도 네비는 봐야되는데...
관련하여 자료를 찾다가 색을 잘 구분할 수 없는 시각 장애인이 구글맵에 남긴 문의글을 보았다. 경로를 비교해주는 화면에서 각각의 루트를 구분할 수 없다는 문의였다. 답변에서는 아직 이 구분을 명확하게 할 수 있는 기능은 없지만, 서비스 개선에 참고하겠다는 내용만 나와있다. 사실 나도 이런 요소들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구글처럼 규모가 크고 사용자가 많은 서비스를 담당하게 된다면, 이런 점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겠다.
(참고) 시각 장애인들의 원성을 산 구글맵의 색상 업데이트
마지막으로, 사용자가 우리의 서비스를 신뢰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데이터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투명성을 유지하고, 서비스의 안정성을 보장함으로써, 사용자는 우리의 서비스를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C-커머스 앱인 TEMU, 1년 전쯤 유행했던 메타버스 본디 앱, 또 최근 논란이 되었었던 카카오 이모티콘의 개인정보 미끼 사태를 보면 사용자들이 얼마나 개인정보와 보안에 민감해졌는지 알 수 있다. 나또한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아무리 내 개인정보가 전세계로 퍼졌다고 해도 호락호락하게 넘겨주고 싶지는 않다!
혁신적인 기술들을 신나게(?) 도입하면서도 가끔은 '인간적 요소'에 조금 더 주목해보는 건 어떨까?
기술의 발전이 가져다주는 혜택도 중요하지만, 결국 우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서비스 이용자와 제공자)의 연결을 강화하고, 더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나 또한 기획할 때 이런 점들을 고려하며 앞으로도 더 좋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여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