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느낌은 언제 체감되는 걸까. 계약을 결정하고 나서도 실감 나지 않았다. 그래서 곧 결혼 예정이라 집을 보러 다니는 친구에게 카톡을 했다. “같이 산다는 게 실감이 나…?”라는 물음에 친구는 “솔직히 전혀 아님. 나 독립할 집인데 같이 보는 느낌이야.”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 나만 실감 안 나는 게 아니구나. 다행이다.
부동산 중개인과 연락을 하며 함께 산다는 게 실감 났다. 처음 부동산 중개인과 소통한 건 옥돌이다. 하지만 내가 2주 만에 기존 집을 넘기고, 새집과 계약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리면서 중개인과의 연락을 담당하게 됐다. 당시, 내 헌 집은 새로운 세입자를 구했는데 새집의 임대인의 연락이 늦어져서 마음이 점점 조급해졌다. 왜냐면 28일에 계약한다고말을 했는데, 다음날도, 그다음 날에도 임대인의 응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나의 헌 집은 하루 만에 계약이 성사되었다. 28일, 네 곳의 집을 보고 와서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집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사진을 찍었다. 다음날, 12시에 당근에 올린 글을 보고 세 명의 사람에게 연락이 왔고, 이 기세를 몰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게시물을 올렸더니 몇 명의 사람에게 연락이 왔다.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프로젝트 시작
이 중 인상 깊은 두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하나는 당근으로 연락을 준 분이다. 그분은 실제집을 보지 않고 계약한다고 했다. ‘세상이 이런 일이…?’ 이사 일정을 조율하다가 결국 다른분과 계약하게 됐는데, 이 소식을 알렸더니 '집을 비워놔도 이사 일정을맞춰드릴 테니계약하자'라고 하셨다. 하지만 배는 이미 떠났어요 선생님.. 내가 드릴 건 죄송하다는 말뿐이었다.
다음 세입자분은 인스타그램에서 만났다. 그림 그리는 작가분의 DM을 받았는데, 이분과의 인연은 프리랜서 예술가로서 어려운 일에 처한 스토리를 보고 용기를 내어 DM을 보냈을 때부터 시작된다. “아는 분을 통해서 구하는 게 가장 좋더라고요.”라고 말하시는 작가님. 이틀 후에 집을 보러 온다고 하셔서, “당근으로 연락 온 분이 계시는데, 2월 초에 이사한다는 분이 없으면 집을 안 보고 바로 계약한다고 하셔서요. 내일 오실 수 있을까요?”라고 했더니 바로 다음 날조카 되는 분이 오셨다. 작가님이 아니라 조카분의 보금자리를 구하는 중이었는데 고모가 같이 살 집을 봐준다니 정말 멋진 가족이었다!
30일 아침 10시, 11시에 손님이 왔다. 일찍 일어나서 집을 단장하고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 내 집을 모르는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게 처음이었고, 또 어떤 성별이 올지 뒤늦은 걱정을 하며 손님을 기다렸다. 10시에 온 분은 인스타로 연락을 준 분이었는데, 집을 보시더니 미술 하는 분이죠? 라며 말을 걸어오셨다. 네… 그 언저리에 있습니다^^…. 예술적 영감을 어디선가 느끼셨다면 다행이에요.ㅎㅎㅎ
두 번째 손님은 인스타로 연락을 준 작가님의 조카분이었는데, 3분 정도 봤을까? 11시 12분에 작가님께 DM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