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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화 Jul 08. 2024

시유, 도자기에 옷을 입히다.

붓시유를 하다.


도예기, 나의 물레 이후.



최근 새롭게 알고 배우게 된 내용이 있어 오랜만에 기록으로 남겨요.


시유란, 도자기를 만들 때 초벌을 마치고 재벌 하기 전 유약을 바르는 과정을 말해요. 

여기서 유약을 바르는 목적은 표면에 광택을 주어 아름답게 하는 것 외에도 강도를 더하고 표면을 반질반질하게 하여 더러워지는 것을 방지하는 데 있어요. 또 흡수성을 없애 물이나 화학약품에 대한 저항성을 증가시켜 실용면에 도움을 줍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즉, 도자기에 옷을 입힌다고 생각하면 돼요.


시유는 제가 원하는 유약을 고르면 공방에서 대신해주고 있었는데, 유약종류가 다양하진 않아서 아쉬운 마음이 있었어요. 그러던 중 선생님이 '붓시유'를 알려주셨습니다.


공방에서 주로 하는 시유방법은 덤벙시유로 큰 말통에 담긴 유약에 기물을 덤벙 담갔다 빼서 덤벙시유라 한다고 해요. 이번에 알려주신 붓시유는 붓을 이용해 유약을 기물에 발라주는 방법이에요.


개인적으로 원하는 유약을 구매해서 자유롭게 바르면 되는데 선생님이 붓시유용 유약을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를 추천해 주셨어요.

주로 많이 알려진 곳이 '중앙도재'. 그리고 선생님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오드포뮬라' 이렇게 소개받았는데, 저는 아직 초심자니까 제일 알려지고 쉽게 주문할 있는 중앙도재에서 4가지의 붓시유용 유약을 구매했어요.

주문한 날 바로 다음 날에 도착. 눈꽃유, 은하수유, 나뭇잎유, 연갈색유 이렇게 4종류를 구매했어요.



그렇게 두근두근 기다리던 붓시유를 하는 날이 왔어요.


붓시유 전 해줘야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물시유에요.

물시유란 유약을 바르기 전에 물로 한번 닦아내는 것으로 먼지나 이물질을 털어내는 과정이라고 보면 돼요.

물시유에도 2가지 방법이 있는데 수돗물을 틀어놓고 그대로 기물을 흐르듯 닦아주는 방법과 스펀지에 물을 먹여 겉면을 닦아주는 방법이 있어요. 수돗물을 틀어 흐르듯 닦아주는 방법은 스펀지보다 수분을 훨씬 많이 흡수하기 때문에 추가 건조과정이 필요해요. 따라서 저처럼 바로 시유를 해야 할 경우에는 스펀지에 물을 묻혀 겉면을 닦아주는 방법이 좋아요. 그래야 유약이 도자기에 잘 입혀질 수 있어요.


너무 큰 기물은 붓시유를 하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서 작은 기물들만 붓시유를 하기로 했어요.

색상을 어떤 걸로 할지 엄청 고민했는데, 한 번에 4가지 색상을 다하는 건 힘들고 보관도 걱정이 되어서 우선 2가지 유약을 먼저 개봉했어요. (개봉 후 한 달 내에 사용하는 걸 권장하더라고요.)

제가 선택한 유약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붓시유를 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이 있어요.

1. 유약을 잘 흔든 뒤 사용할 만큼만 덜어서 사용합니다.

층이 분리되어 있을 수 있어 잘 흔들어 섞여줘야 하고 유약에 물이 첨가되면 유약의 비중이 달라져 보관 시 침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할 만큼만 덜어서 사용해 주는 게 좋아요. 사용하고 남은 유약은 다시 통에 넣는 것이 아닌 그대로 버려줘야 해요.

2. 붓시유용 유약을 바를 때마다 반드시 마른 상태에서 시유해야 얼룩이 생기지 않으며 아래로 흘러내리지 않습니다.

색유의 경우 3~4회, 투명유의 경우 2회만 시유해도 가능하다고 해요. 너무 한 번에 두껍게 바르기보단 얇게 펴서 여러 번 발라준다는 느낌이에요. 잘 흡착할 수 있게요.

3. 2~4가지 유약을 겹쳐 바르면, 유약의 종류와 바르는 순서에 따라 각각 다른 새로운 색상을 구현해 낼 수 있습니다.

보통 이중시유라고도 하는데 가능한 유약이 있고 안 되는 유약이 있어서 이건 미리 확인하고 바르는 게 좋아요. 바르는 순서, 횟수에 따라 색상이 천차만별이라 여러 번 시도해서 본인이 원하는 정도를 알아가는 것도 재미 중 하나일 것 같아요.


저는 처음으로 하는 붓시유여서 단일색상으로 3회씩 발라주었어요. 붓은 미술용 붓을 이용해서 발라주면 되는데, 붓시유용 붓도 따로 있긴 해요. 부채골모양으로 넓게 바를 수 있는 붓인데, 저는 일반 미술용 붓을 이용해서 발라주었어요.


생각보다 꾸덕해서 바르기 쉽지가 않더라고요. 유약은 금방 말라서 되도록 빠르게 칠해주는 게 좋아요.


유약을 잘 발랐다면 마무리 단계로 굽 밑부분을 닦아주어야 해요. 

이것도 아주 중요한 과정인데, 닦아주지 않으면 재벌과정에서 유약이 녹으면서 도자기 밑면과 가마판이 달라붙는 불상사가 생겨요. 그래서 그걸 방지하기 위해 판과 도자기가 닿는 면에 발린 유약은 물기가 있는 스펀지로 닦아줘야 해요.

그래서 보통 그릇이나 잔을 보면 밑부분만 색이 다른 게, 흙 본연의 색이 나와있는 게 바로 이 이유입니다.

아무래도 아무것도 발려있지 않아 거칠한 느낌이 있는데, 재벌까지 완료되면 다이아몬드사포로 굽 밑부분을 문질러주면 어느 정도 매끄러워져요. 사포질을 안 해주면 거친면이 그대로 남아 책상이나 테이블 위에 흠집이 날 수 있으니 이것도 잊지 말고 해줘야 하는 중요한 과정이라 볼 수 있어요.

짠. 완성된 잔과 그릇이에요. 정말 온전히 시유까지 제가 한 첫 도자기들이에요. (하나는 마음 아프게도 재벌과정에서 금이 가 쓸 수 없게 되었어요.)

이번에 바른 유약은 나뭇잎유와 눈꽃유였는데 생각했던 색상대로 나오지 않아 조금 당황스럽긴 했어요.

아마 사용한 흙과 바른 횟수, 두께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도 이렇게 계속해서 시도해 보면 제가 원하는 정도를 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설레기도 했어요.


점점 유약욕심도 생기기 시작했어요. 사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못 참고 유약을 2개 더 구매했어요.

다음에 또 시도해보고 싶은 색상이 있었거든요.



이렇게 아름답게 도자기에 옷을 입히는 과정까지 배우니 점점 더 도예에 대한 마음이 깊어지고 알록달록해져 가는 것 같아요.



저의 연재는 비록 끝이 났지만,

저는 여전히 돌리고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종종 또 이렇게 기록하러 올게요. 그럼 그때까지 다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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