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의 노동부 민원은 대체 언제 종결되었을까?
오늘 아침, 노동청 민원종결 보도를 보고 나서 언론의 행태를 생각해 봄
오늘 아침의 연합뉴스 보도.
https://www.yna.co.kr/view/AKR20241120027900530?input=1195m
사실, 고용노동부 서부지청이 내린 결정(민원 종결)이 놀라운 것은 아닙니다.
다만, 오전부터 수백 개의 언론에서 관련 기사를 일사불란하게 쏟아 낸 것은 흥미롭습니다.
가장 먼저 뉴스를 낸 1번 타자는, 바로 연합뉴스입니다.
오전 8시 35분.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걸그룹 뉴진스 멤버가 하이브 내에서 '따돌림'을 당했다는 의혹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며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놨다.
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은 뉴진스 팬들이 뉴진스 멤버 '팜 하니'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고용노동부에 제기한 민원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려워 행정종결했다"라고 밝혔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서울서부지청)는 이 사실을 20일 (오늘) 밝혔다고 합니다.
서부지청 공무원이 이 소식을 수백 개의 언론에 전하기 위해서, 어제 퇴근하지 않고 당직실에라도 남아있던 것일까요?
아니면 새벽에 출근한 것일까요? 이 다급한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오전에 올라온, 한국경제 TV, 세계일보, 대부분의 뉴스는 연합뉴스의 보도와 동일하게 노동부가 20일 발표한 것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8시 49분에 올라온, 스포츠 조선의 뉴스의 보도는 다릅니다.
그밖에 셀럽미디어가 19일이라고 표시
나머지 기사들은 거의 99% 날짜는 오직 20일 만을 언급합니다.
그런데, 유독 뉴스 핌의 기사는 다른 기사들과 내용이 좀 다른데,
이 기사를 보면 , 노동부의 업무 타임라인을 추측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은 뉴진스 팬들이 뉴진스 멤버 팜 하니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고용노동부에 제기한 진정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기 어려워 행정종결했다"라고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 18일 진정을 제기한 팬들에게 사건 종결 공문이 발송됐고, 19일 팬들이 해당 공문을 수신한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즉, 사건 종결 결론을 내고 공문을 발송한 것은, 11월 18일이었습니다.
이 하니민원을 종결하기로 결론을 낸 것은, 오늘(20일)로부터 이틀 전의 일입니다.
기사대로라면, 노동부는 공문 발송을 끝내고 도달했을 날짜인 19일에,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부하기로 하고, 다음날 오전까지 엠바고를 걸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100명이 넘는 민원인에게 발송을 했을 텐데, 어제 공문을 받은 사람이 있었다면, 오늘 아침에 기사가 나오기 전에 결정 내용이 세간에 먼저 알려져야 정상이 아닐까요?
이 부분도 이상합니다. 이 공문을 받았다는 사람은 아직 트위터나 SNS에서 찾을 수 없습니다.
결국, 오늘 하니 관련 기사가 오늘 모든 언론에 실렸는데, 제목도 비슷하고 내용도 비슷, 언급된 예시도 비슷해서 서, 노동부가 제공한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 쓴 것 같은 내용입니다.
기사마다, 하니 사진은 국감장에서의 모습을 썼지만, 하니가 왜 국감장에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대한 설명은 없습니다. 만약 어제 보도 자료를 받았다면, 기사를 작성할 시간적 여유도 있었을 텐데요.
결국 칼자루를 쥔 건 노동부이긴 합니다만..
노동부 측에서는 원하던 최고의 디펜스이고, 사건 마무리였겠죠.
아직 다른 이슈들이 노동부에 남았겠지만, 이런 식으로 하나 하나 해결해 나가려고 하겠죠.
그리고 언론 보도의 문제
오늘 나온 수백 개의 노동부 관련 보도 중, 거의 유일하게 일간 스포츠만이
"노동부의 결정으로 인해 앞으로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
라는 제목으로, 국감에서 다뤄진 쟁점사항에 대한 언급을 다루었을 뿐입니다.
https://m.entertain.naver.com/article/241/0003396182
다만 하니가 이번 사안 관련해 지난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증언하면서 관심이 환기되는 분위기다. 당시 여야를 막론한 환노위원들은 연예인의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는 현행법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감 당시 안호영 환노위원장은 “기술 사회 변화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들이 등장했다. 플랫폼 노동자, 특고노동자 등 노동법으로 보호받지 못한 노동자가 850만 명에 육박한다”면서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안의 실체적 진신을 규명하고 일하는 사람 누구나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사안(뉴진스 왕따 사건)은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근로자, 노동자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면서 “제도의 미흡한 점이 있다면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2379
[비평] ‘폭력 시위’ 규정한 언론, 혐오·조롱 댓글 그대로 받아쓰기
학생들에 대한 폭력은 ‘젠더갈등’으로 왜곡, 정치인 혐오 발언 편승
시위 본질은 ‘비민주적 행정’, 갈등 조장 아닌 문제 해결 보도 필요
동덕여대 시위 보도에서, 언론이, 커뮤니티의 혐오, 조롱의 댓글을 그대로 받아쓰고 중계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기사입니다.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언론은 보도자료를 받아쓰기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제는 커뮤니티 게시글이나 댓글 주로 혐오나 갈등을 조장하는 글들을 그대로 받아쓰고 있다는 데에 공감합니다.
결국에는 본질은 사라지고, 젠더 갈등으로 사건이 변질되게 된 것도 언론의 책임이 크다는 이야기.
이제 언론 기사에 "왜"? 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럽습니다..
제대로 된 논평이나 비평기사? 찾아보기는 힘듭니다.
예전이라면, 각 언론 내부에서 자정의 목소리가 있었을 법도 한데,
지금은 "미디어 오늘" 같은 미디어 비평 전문 매체가 아니면, 그나마 이런 지적도 없는 것 같네요.
지난 10년간 언론 지형도 많이 변하고
각 커뮤니티의 인적구성도 많이 바뀐 것 같은데
10년 후에 언론은 어떻게 될 것인지.
그리고 커뮤니티도 앞으로 어떻게 될까?
궁금하긴 합니다.
[추가] 여러 기사 중에서, 국정감사의 내용이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권을 보호하는 관점에서의 내용도 실린 기사도 더 있는 것 같아서 찾아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