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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경 Apr 04. 2024

훌쩍 떠나본 적 있으신가요?   

하루일글

훌쩍 떠난다는 말에 담긴 용기를 좋아합니다. 반복되어 익숙한 일상을 버리는 용기, 쥐고 있던 것을 놓아버리는 용기. 그것은 머리로 생각하기는 쉬워도 실천하기까지에는 수많은 고뇌가 필요합니다. 그 세심한 과정 끝에 떠나는 건 멀리 뛰기 전 도약하는 시점 같다고 느껴집니다. 땅을 힘껏 차서 뛰어오르는 행위, 그 행위에서 느껴지는 물리적인 이동감, 도약하기까지 내 몸이 그리는 포물선. 훌쩍 떠나는 건 용기로 뛰어올라 도약하기 직전까지의 과정을 스스로 선택하는 일입니다. 그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 중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일인가요.

 

미국으로 훌쩍 떠난 적이 있습니다. 취업준비생이었던 시절, 오래 준비했던 일에 대한 미련을 버릴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 용기를 취하기 위해 훌쩍 떠났던 것 같아요. 그리고 물리적으로 떠나는 일은 실제로 미련을 버리는 일과 같이 이뤄졌습니다. 일상에서 한국에서 떠나자마자 지지부진하게 갖고 있던 미련이 뚝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공채가 수두룩하게 진행되는데 어딜 가냐? 이 중요한 시점에 여행을 간다고? 그것도 미국으로 간다고?' 들은 말도 많고, 확신을 갖기 위해 의심이 담긴 질문을 스스로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떠나보니 알겠더라고요. 누군가가 나에게 던진 말은 내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것이었고, 스스로 던진 질문의 답은 떠나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나를 일상에 묶어놓는 것들이 무엇인가 생각해봅니다. 지금 당장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수두룩한 답들이 나옵니다. 그 답들이 땅을 힘껏 차서 뛰어오르며 포물선을 그릴 때 쉽게 떨어져 나갈 것 같이 느껴진다면, 저는 아마 훌쩍 떠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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