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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경 May 19. 2024

불안과 행복은 같음


현재, 불안을 한참 이야기하는 시절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지금 불안을 이야기하는 것이 진실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행복이 늘 곁에 존재해도 진실로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불안도 그러하니까. 

꿈으로 가기 전 혼미한 상태에서 생각보다 흔들림 없는 글씨로 쓴 페이지는

“묘하게 빠져나가는 건 모든 낮 시간의 에너지, 머리가 움직일 때마다 약간의 멀미가 마음을 졸이게…”라는 문장으로 끝맺었다. 잠이 오는 순간에 기쁨과 낮시간에 몰렸던 피로와 현실과 꿈 경계에서 서있는 위험이 모두 엉그러져 있었다. 나는 이것이 행복이고 불안이라고 느껴졌다. 행복과 불안은 다름이 없다고, 현실과 꿈 경계에서 엉그러져있는 혼란스러움이 그 자체로 느껴질 때 깨달았다. 


요즘은 생각이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일을 하다보면 그리움이 오래 가질 않고, 어떤 상념을 붙잡고 있다가도 잠을 이루려 눈을 꼭 감고, 불안해지기 전에 물에 뛰어든다. 그러니 모든 사랑과 모든 행복과 모든 불안과 모든 불운은 머무르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것. 모든 무언가는 머무르지 않을 때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게 실로 느껴졌다. 그것이 사랑이든 행복이든 불안이든 그리움이든. 삶은 머물러 고여있으면 썩고 만다고, 그러니 흘러야 한다고. 누군가가 나에게 외치는 것처럼, 모든 이야기는 나에게 머무르지 않고 나를 통과하여 지나간다.


기록한 것들이 떠올라 얼마동안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것들을 보아하니 현재의 나는 불안에 잠식되지 않았고 행복에 겨우지도 않았구나 싶었고 그래서 마음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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