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좋아하는 건
어느 바람에도 상처입기 쉬울 것처럼 연약해보여도 알고보면 쉽게 제 잎을 떨어트리지 않는 강인함 때문이 아닐까?
활짝 핀 라일락을 내내 본다. 하나하나 뜯어 보니 여느 꽃과는 다르게 꽃잎이 휘어져있다. 긴 종이를 막대기에 대고 굴리듯 밀면 휘어지듯이. 라일락 꽃잎은 세상 풍파를 막대 삼아 고이 말리고 휘었을까? 일부러 손에 힘을 주어 떼어내면 모를까, 실수로 건드린 손길에는-불어오는 바람에는 끄떡없다. 바람이 불면 부는 방향으로 몸을 맡겨 고개를 절레절레, 바람이 그치면 고갯짓도 멈춘다. 말린 꽃잎 안쪽에 불어온 바람 힘을 떼어내다 가두어 놓기라도 한 걸까. 바람이 그치면 반동 하나없이 강인하게 멈추고, 피어오른 향만이 바람타고 멀리 나아간다. 창문 밖으로 들려오는 부부싸움소리에도, 저를 지켜보는 눈빛 아래에서도, 먼지 품은 바람에도 라일락은 휘어진 꽃잎 뒤집지도 않고 있다. 제 몸 피어난 자리에 고대로, 향만 멀리멀리 쫓아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