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17 하루일글
우울에 스며드는 과정을 생생하게 꿨다.
꿈속에서 나는 잠을 자고 있었고, 바닥이 기울어져 이불이 스르륵 내려갔다. 기울기에 깬 나는 경사진 방 아래로 내려간 이불을 주워 겨우 위로 끌어올리다가 기분이 가라앉았다.
방에서 나간 나는 애잔하다고 주는 호의를 외면하고
사람과 어울리려다가도 다가갈 노력을 기울일 에너지가 부족해 아무도 없는 곳으로 피신했다.
우울이 스며드는 과정을 꿈속에서 품었다. 몇 개월 간 이어지는 걸, 단 몇 분 간의 꿈에서, 주사액이 몸에 스며들어가는 것처럼 빠르게. 주먹으로 가슴 가운데를 맞아 멍이 든 느낌이었다. 우울이 남기는 건 물렁해지는 멍이었구나, 그제야 깨달았다.
“헤어져서 슬프든, 일 때문에 힘들든 하란 말이야. 그냥 슬프지 말라고”
나를 마주한 친구가 소리를 질렀다. 어쩌면 나를 마주한 내가 외친 것일 지도. 이유 없이 슬픈 마음은 돌아갈 곳 없어 사라지기 어렵다. 그 막막함에 어쩔 줄 몰라하다가 잠에서 깼다. 지난 우울의 상흔 같은 건 사라지는 게 아니어서, 꿈속에서 찾아온 강렬한 감각에 다시 울컥하고 드러났다. 다신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과거이자,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미래인 우울이 나는 무섭다. 극복해 내었다고 하더라도 무서운 건 무서운 거라, 이번 꿈은 몹시도 흉한 악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