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B trainer
Jun 26. 2024
20년 만에 만난 M의 여운이 방 안을 깊이 감싸는 밤이다.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4살 때 보육원에 맡겨져 제대로 된 사랑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반항 속에 10대를 보내던 M. 봉사모임을 통해 알게 된 그가 왠지 사랑스럽게 느껴져 후원 관계를 맺고 마음을 주었었다. 그는 처음 느껴본다는 내 정성에 마음을 잡는 듯했지만 고비를 넘지 못하고 다시 불량배들과 어울리며 폭력과 절도로 인한 소년원 생활을 반복했다. M은 나와의 약속을 계속 어기고 사람들을 속여가며 세월을 보냈지만 난 그를 포기할 수 없었다. 나마저 그를 놓으면 그가 맘 기대고 살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러다 내 하는 일이 어려워져 소식이 끊어졌고, 그사이 M은 교도소 생활을 한 번 더 경험했다. 감옥에 다시 들어가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한다. 가출했을 때 자신을 찾아 나서고 경찰서에 달려와 보호자 역할을 해주며, 출소할 때 입구에 와 기다려 주던 내가 얼마나 고마운 사람이었는지를. 상처로 가득했던 지난 날들 그래도 자신을 믿어준 한 사람이 있어 잠시 행복했었다고 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 왜 자신을 그토록 아꼈는지 훗날 만나 꼭 묻고 싶어졌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사회에 바른 구성원이 되어야겠다 싶어서 맘을 잡고 독하게 산 끝에 자리 잡았다고 했다. 그리고 1년을 수소문하여 오늘 만났던 것이다.
해준 것도 기억나지 않고 그의 존재마저 잊고 살았는데 불쑥 찾아온 그가 무척 반가웠다. 내 손을 꼭 잡고 감사하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그에게 말했다. "네가 잘 되어서 기쁘고 잊지 않고 먼 곳까지 와줘 내가 더 고맙다." 식사를 하고 자리를 옮겨 그의 얘기를 마저 들었다. 손재주가 좋았던 M은 자동차에 관심이 많아 관련된 기술을 배우려 했지만 자신을 받아주는 곳이 없었단다. 하는 수 없이 막노동을 시작했고 우연히 조경 사업을 하는 사람을 만나 그 밑에서 조경 기술을 배웠단다. 악착같이 일하며 돈을 모았고 관련 자격증도 따 현재 B시에서 조경업과 인력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했다.
맞은편에 앉은 M의 굳은살 박인 손과 상처 투성이 팔이 내 눈에 아프게 들어와 박혔다. 가진 거라곤 전과경력 몸뚱이 밖에 없는 그가 세상에 자리 잡기 위해 그간 얼마나 힘들게 살았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와 꼬옥 안아줬다. 그를 보내고 돌아오는 저녁, 바닥까지 떨어져 물로 끼니를 대신하며 살던 아픈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났다. 오랜 세월을 신용불량자로 이름 없는 이 씨 아저씨로 살며 삶을 한탄하기도 했었는데, 내가 누군가에게 세상을 보는 기준이 되었다 하니 실패한 인생은 아닌 것 같아 다행이다. 그의 물음에 "몰라, 왠지 그냥..."이라고 했다. 이 말 밖에 달리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